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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따스한 봄 1장 너는 나쁜 사람―이듬해 상쾌한 가을 2장 파파몬은 나쁜 사람―섣달 3장 흰옷 입은 여자는 나쁜 사람―새봄 4장 남편은 나쁜 사람―늦겨울 5장 수도 수리공은 나쁜 사람―이른 봄 6장 생선 장수는 나쁜 사람―초여름 7장 나는 나쁜 사람―한여름 8장 모두 나쁜 사람―메모 에필로그―늦여름 저자 후기 한국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말 |
村井理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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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설 자리가 없다. 여자가 오면 내가 설 자리가 없다. 방해물 취급을 받으니까 어쩔 수 없다. 쓸모가 없다고, 능력이 없다고 넌지시 말했으니까. 낯선 여자가 집에 들이닥쳐 내가 이제껏 소중히 사용해 온, 깨끗이 쓸고 닦아온 부엌을 마음대로 주무르다니. 이것은 굴욕일 뿐이다.
--- pp.19~20 너에게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매일 교대로 우리 집에 오는 그 여자들, 대체 뭐야?” 그러자 너는 “어머님, 그 사람들은 아버님과 어머님의 생활을 도와드리는 분들이에요. 간병 프로죠”라고 하던데, 나는 집안일 프로거든? 나는 벌써 60년이나 주부 일을 훌륭히 수행해 왔다. --- p.30 분명 아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져, 꺾고 싶지도 않은 모퉁이에서 꺾어버린다.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게 된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표식으로 삼을 건 없다. 평소 현관에서 보이던 하늘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는 그야말로 유령이다. --- p.51 이런 노부부와 사이좋게 지내봤자 이득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남편의 훌륭한 인생이 부정당한 건 아니다.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사랑했느냐, 그리고 얼마나 사랑받았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한다. 그걸로 분명 충분하다. --- p.94 너는 나에게도 거침없이 말을 툭툭 던진다. 얼굴만 보면 “약은 드셨어요?” 하고 묻는다. 진절머리가 난다. “패치라면 매일 꼬박꼬박 달력에 붙이고 있어.” 이렇게 대답하자, 너는 웃으며 말했다. “아유, 어머님, 패치는 어머님 몸에 붙이셔야죠.” --- p.156 노을이 붉어서 아름다운데도 그 빨간색이 나를 괴롭히는 나날이 이어졌다. 침대 위의 빨간 펜은 누구 것이었을까. 왜 베개 위치가 바뀌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고 화가 난다. 가족에게 말해 봐야 웃으며 얼버무릴 뿐.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싫어졌다. --- p.162 앞으로는 지역포괄지원센터 사람이나 도우미나 아들 부부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의지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 p.172 불편함은 있지만 전 괜찮아요. 이 행복한 나날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에필로그」중에서 늙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처량하며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심란한 감정을 품지 않고 필요한 사항을 준비하며 이성적으로 수속을 밟아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겠지. 이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인생 선배에 대한 경의에 가까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들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고 싶다. ---「저자 후기」중에서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잠깐 멈춰 서서, 그 거친 태도 뒤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준다면 언쟁의 대부분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서가 안 된다고 생각될 때, 진심으로 슬퍼질 때는 다정했던 부모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앞을 향해 함께 걸어주세요. ---「한국 독자들에게」중에서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온전히 느끼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나’와 ‘너’의 입장을 맞바꾸어 책을 한 권 써나가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당사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리라. “힘내”라는 말보다 “당신의 절망과 괴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훨씬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졌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
‘치매에 걸린 나’의 관점에서 써내려간 가족 드라마
어쩌면 우리 자신의 이야기!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에 접어든 이후 빠르게 초고령사회(20% 이상)로 향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 환자 수도 매년 늘어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88만 명(2021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이나 전문가 입장에서 쓴 작품이 적지 않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병의 특성상 당사자의 생각을 담아낸 작품은 드물다. 한데 이 책에는 바로 그 ‘간병을 받는 측’의 입장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이것은 저자인 며느리가 치매 환자인 시어머니를 단순히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해 힘들었던 치매 환자의 속마음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늙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처량하며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심란한 감정을 품지 않고 필요한 사항을 준비하며 이성적으로 수속을 밟아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겠지. 이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인생 선배에 대한 경의에 가까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들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고 싶다. _p. 189 〈저자 후기〉 중에서 한편 저자가 ‘나’라는 주인공이 되어 이끌어가는 ‘소설 같은 에세이’ 형식을 취했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직접 현장 속에 가 있는 듯 ‘실화’의 생생함이 전해진다. 그리하여 치매 당사자의 엉뚱한 행동에 공감과 연민을 느끼고, 우리 자신이 진짜 현실에서 마주할 치매 환자를 이해하는 원동력을 얻는다. 이는 저자의 과감하리만큼 솔직한 표현과 거침없는 필력에 기인한 것이다. “치매라는 병을 미리 알고 잘 돌보기 위해” 대한민국 100대 명의, 치매 전문가 이은아 박사 강력 추천! 이 책의 원제목은 ‘ZEN IN AKUNIN(全員惡人)’, 직역하면 ‘모두 나쁜 사람’. 저자 무라이 리코는 일본의 인기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로 치매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앞서 발표한 『오빠가 죽었다』란 ‘고독사 유가족 에세이’에서도 잘 보여주었듯 사람 심리를 꿰뚫는 데 능하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에서는 그 누구보다 밀접하게 일상을 공유한 시어머니의 보호자로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원인을 찾아 나선다. 그 시작은 “치매 환자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상대를 알면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 화도 덜 내게 되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역포괄지원센터의 한 남자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치매는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병이에요. 전부 병이 시키는 거죠.” 이 말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한다. _p.189 〈저자 후기〉 중에서 이 같은 저자의 태도는 치매 전문가들이 권하는 접근 방식과도 닮아 있다. 국내 저명한 치매 전문가 이은아 박사(해븐리병원장)는 예비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 또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이 책을 읽어가며 가슴속에서 까닭 모를 일렁임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제가 수많은 분들을 진료하면서 전했던, “세상을 치매 환자의 눈으로 바라봐 주세요”란 말 그대로 주인공 치매 환자가 바라본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일반인들이 치매에 미리 대비하기에도 좋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전문 시설 종사자들, 의료진들에게도 환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_p.6~7 이은아, 〈추천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