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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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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624쪽 | 920g | 153*224*36mm
ISBN13 9791168221659
ISBN10 11682216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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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뭐 그런 데서 일하시오?” 그가 비난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지만, 장난을 치는 것도 같았다. 급진적 좌파에 대한 피해 망상적 시각을 가진 시골의 보수 편집증 환자처럼 보였다. 흥미로웠다. 샘은 이전에 내게 판매자 중 일부는 처음에 자신을 못 미더워한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 레이저백의 공격적 태도는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소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샘은 쉽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그가 말했다. “저는 회사에서 일합니다. 그냥 프레온만 살 거예요.”
--- p.21

개인적인 안락함을 미국인들에게 처음으로 안겨준 CFC 냉매를 사용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대대적으로 파멸하는 일에 관여하게 되었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진행된 이 화학물질의 만연한 방출은 오존층에 북아메리카 대륙보다 더 큰 구멍을 뚫었다. 오존층이 없으면, 인간이든 무엇이든,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손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기 전에 CFC 생산을 가까스로 중단할 수 있었다(실로 심각한 문제에 대한 꽤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 p.33

프레온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지만, 그 이름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20세기의 역사학자들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을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CFC는 대기의 화학적 구성을 변화시켰다.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CFC는 대기의 물질적인 구성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1930년대 초 CFC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서구 문화와 정치적 경제에 점진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 교통, 의료, 오락, 정보를 얻고 찾아내는 능력, 신체적 안락함에 대한 기대, 심지어 (또는 특히) 서로와의 관계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에어컨과 냉각 장치를 누가 이용하든 상관없이, 프레온은 모두의 세상을 바꿨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세상’을 재정의했다.
--- p.45

문제는, 물론 보편적 신체가 있다는 가정과 함께, 보편적 신체를 정의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모두 허구라는 사실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이미지로 그러한 믿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엘리자베스 맥코믹과 다른 여성 교육자들이 치열하게 맞서 싸운 남성의 이미지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1910년대의 기계 엔지니어들은 보편적 신체를 주장했지만, 그들이 염두에 두었던 신체는 다름 아닌 자신의 신체, 즉 지배적인 젊은 백인 남성의 신체였다.
--- p.103

시원한 공기는 열기로 인한 실신을 방지하기도 했지만, 에어컨 경험을 계급과 성별에 따라 나누기도 했다. 에어컨은 노동 계급과 부유층 모두에게 중산층의 좀스러운, 전형적인 미련한 소비를 나타내는 불필요한 사치로 경멸받았다. 귀족 여성이라면 물건값이 싼 지하층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 계급은 그러한 일에 쓸 시간도 돈도 없었다.
--- p.121

CFC의 교활한 안정성은 어떻게든 미국과 업계의 심리·사회적 풍경으로 전이된 물질의 속성으로 보였다. 1945년에 좀 기이하게 들리는 경고를 했던 조지 오웰의 공포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현실로 나타났다. 이제 오웰의 경고는 전보다 덜 기이하게 들린다. 그는 “우리는 어쩌면 일반적인 붕괴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노예 제국처럼 끔찍할 정도로 안정된 시대를 향해 가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썼다.
--- p.279

1987년 3월 오존층이 특히 얇았던 어느 날, 뉴욕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6명이 위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태양의 방사선이 보이지 않는 화살처럼 그들의 눈을 찔렀다. 아주 잠깐 흘낏 본 거였지만, 그들은 치료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막에 화상을 입었고 부분적으로 실명했다.
--- p.402

우리가 증가하는 세계의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안하는 기술적 해결책은 일부만을 위한 해결책이다. 에어컨은 폭염이 닥쳤을 때 일부 생명을 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무분별한 냉방의 가동은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사회적 체제에 있다. 에어컨 같은 기기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어컨은 냉방 장치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나 인프라가 잘 유지되는 도시 구역에 살 만큼 운이 좋거나 전략적이거나 부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해결책이다.
---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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