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페르시아인 키루스가 수많은 사람과 나라와 민족을 얻었고 그들이 그에게 복종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생각이 바뀐다. 뭔가 노련하게 행하기만 하면 사람들을 통치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키루스가 있는 곳으로부터 여러 날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 여러 달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 키루스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 키루스를 결코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자원해 키루스에게 복종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 pp.10~11
어머니가 말했다. “얘야, 외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정의와 페르시아에서 말하는 정의는 동일하지 않단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메디아에 있는 모든 것의 지배자이자 주인이시지만, 페르시아에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 아버지는 국가가 명령하는 것을 수행하고 그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시는데, 그 기준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법이란다. 그러니 네가 왕정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보다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참주정을 외할아버지께 배워서 집으로 돌아온다면, 너는 아버지께 죽도록 매를 맞지 않겠니?”
--- pp.30~31
키루스가 말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께서 이 자리에 머물러 계시면서 원군이 합류하기만을 기다리신다면, 아군은 두려워 꼼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우리 중 누군가가 그들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저 약탈자들이 본다면 즉시 노획물을 버리고 도망칠 것입니다.” 키루스가 한 말이 아스티아게스의 정곡을 찔렀다. 그래서 아스티아게스는 키루스가 언제 이렇게 지혜로움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놀라웠다. 그는 자기 아들에게 기병대를 이끌고 가서 재물을 약탈하고 있는 자들을 몰아내라고 명령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밀집대형으로 진을 치고 있는 이자들이 너에게 대항하려고 움직이면, 내가 그들을 공격해 그들이 우리를 상대하도록 만들겠다.
--- p.39
캄비세스가 말했다. “아들아, 그렇기는 하지만 이득을 얻게 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항상 이득을 얻게 해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는 함께 아파하고,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힘을 합쳐 열심히 도와주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걱정해주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고 애쓰는 등, 이런 것들에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행동과 관련해서는 통치자는 여름에는 태양의 열기를, 겨울에는 추위를, 힘든 때는 그 힘든 것을 신민들보다 더 잘 견뎌내야 한다. 이 모든 일에서 그렇게 해야만 통치자는 신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 p.61
당신은 평소에는 길잡이 없이 사냥감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좇아 달려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헤집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다니기 어려운 곳은 가지 말고 길잡이에게 너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면 가장 쉬운 길로 안내하라고 하십시오. 군대에게는 가장 쉬운 길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산을 뛰어다니는 데 익숙하다고 병사들에게 뛰어가게 하지 말고 적절한 수준에서 서둘러 잘 따라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장 힘이 좋고 열정도 있는 몇몇 병사들에게 뒤쪽에서 행군하면서 처지는 병사들을 격려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군하는 병사들 옆으로 그런 병사들을 일렬종대로 뛰어가게 하면, 그때마다 모든 병사가 그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
--- p.107
사람들이 전투를 해야 할 때는 가장 많은 적을 이기는 사람을 가장 용맹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는 가장 많은 사람을 우리의 견해에 동조하게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말솜씨가 뛰어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할 때 어떻게 하면 여러분의 말솜씨를 과시해 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여러분이 제안한 대로 하는 경우에 그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실감할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준비를 하십시오.
--- p.250
여러분은 전쟁에 대비해 적군보다 훨씬 더 많이 훈련했고, 적군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전술훈련을 했으며, 함께 싸워서 연전연승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적군은 대다수가 우리와 싸워 패배한 자들입니다. 적군이나 아군이나 처음으로 싸워보는 자들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적군은 자기 옆에서 함께 싸우는 자들 중에 배신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면, 우리는 우리 옆에 있는 전우들이 우리와 함께 기꺼이 싸우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중략) 여러분은 각자 내가 여러분에게 방금 상기시켜주었던 것을 여러분이 지휘하는 병사들에게 그대로 상기시켜주시고, 또한 여러분의 자세와 표정과 말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병사들에게 보여주어 병사들이 여러분을 믿고 따를 수 있게 하십시오.
--- pp.288~289
지금은 용맹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용맹함을 유지하려고 끝까지 노력하지 않는다면 계속 용감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기술들도 갈고닦지 않고 소홀히 하면 퇴보하고, 튼튼한 신체를 지닌 사람도 안일하고 나태한 삶을 살면 신체가 이전보다 더 나빠지는 것처럼, 사리 분별과 절제력과 체력도 계속 단련하지 않으면 다시 나빠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방심해서도 안 되고, 눈앞의 즐거움에 빠져 있어서도 안 됩니다. 제국을 얻는 것도 큰일이지만, 일단 얻은 제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한층 더 큰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제국을 얻는 데는 흔히 대담하고 용감하기만 하면 되지만, 일단 얻은 제국을 유지하는 일은 사리 분별과 절제력과 각고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p.334
이렇게 행정적인 문제들을 훌륭하게 처리하면서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고하던 키루스는 군대 조직에 생각이 미쳤다. 일반적으로 10인 분대장은 10명의 분대원을 관리하고, 소대장은 분대장들을 관리하고, 중대장은 소대장들을 관리하고, 연대장은 중대장들을 관리하고, 사단장은 연대장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관리를 받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총사령관은 어떤 일에 자신의 군대를 사용하고자 할 때마다 사단장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키루스는 군대 조직을 본떠 행정 조직도 중앙 집중화했다. 그 결과 키루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지시함으로써 제국의 행정 업무를 하나도 빠짐없이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는 한 가정이나 한 척의 배를 관리하는 사람보다도 더 많은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는 행정 조직을 정비하고 나서,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조직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 p.342
먼저 키루스는 늘 진심으로 사람들을 아끼고 따뜻하게 대했다.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거나 악의를 지닌 사람을 선의로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자신에게 사랑과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키루스는 초기에는 재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잘되게 하려고 애쓰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아파해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나중에 재물을 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형편이 되자, 키루스는 똑같은 비용을 들였을 경우에 먹고 마시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 p.349
내 혼이 내 몸의 모든 곳에서 떠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구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아직 살아 있는 동안 나의 오른손을 잡거나 내 눈을 마주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가까이 오게 하라. 하지만 내 아들들아, 내가 죽어서 내 몸이 천으로 덮인 후에는 아무도 내 몸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너희조차도 내 몸을 보지 않기를 부탁한다. 모든 페르시아인과 동맹을 나의 장례식에 초대해 나와 함께 기쁨을 나누게 하라. 이제 나는 신들과 함께하든 존재하지 않든 모든 해악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사가 생긴 사람의 집에서 벌이는 잔치에 온 사람들을 대접하듯이 모든 예를 갖추어 후히 대접하라. 마지막으로 너희의 친구들에게 잘하는 것이 너희의 적군을 벌하는 것임을 명심하라. 나의 사랑하는 아들들아, 잘 있어라. 너희 어머니에게도 작별 인사를 전하라. 여기 있는 친구들과 여기에 있지 않은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 pp.398~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