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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낭만, 순례길 신혼여행을 꿈꾸다

: 56일간의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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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낭만, 순례길 신혼여행을 꿈꾸다 (큰글자도서)
[도서] 길 위의 낭만, 순례길 신혼여행을 꿈꾸다 (큰글자도서)
김리나,권영범 저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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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낭만, 순례길 신혼여행을 꿈꾸다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150*200*30mm
ISBN13 9791169833424
ISBN10 11698334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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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의 유명한 노란색 화살표나 조개 모양 표지판처럼 비아 프란치제나 길에도 표지판이 있다. 영국에서부터 로마까지 나타나는 빈도는 나라마다 길마다 다르지만, 이 순례자 표시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 만난 순례자 표지판 속 인자한 미소는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어설프고 위험했지만 결국 우리는 잘 가고 있었다.
---「Day 3 고속도로 횡단」중에서

우리는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배낭, 신발, 재킷 심지어 양말까지 똑같은 걸로 같이 주문했다. 당시엔 순례길도 트레킹도 처음이다 보니 어떤 기준으로 사야할지도 몰랐고,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도 몰랐다. 우리는 순례길 내내 촌스럽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플룩으로 다녔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얘네 옷이 다 똑같다며 놀릴 때마다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다. 그렇지만 그날 오두막 바깥벽에 나란히 기대어 흙이 잔뜩 묻은 똑 닮은 두 켤레의 신발을 보고 있자니 내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Day 6 눈물 젖은 에클레어」중에서

보통 안정된 직장과 커리어를 버리고 순례길을 떠나거나, 장거리 트래킹을 다니거나, 세계 일주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저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랬다. 하지만 반 즉흥으로 시작된 순례길 신혼여행은 우리를 진짜 순례길에 데려다주었고, 지금 우리는 어설프지만 순례자가 되어 가고 있다. 일단 첫 발을 떼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시작하고 끝맺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 번만 용기를 내면 그다음은 더 쉬워진다.
---「Day 18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중에서

이삭이 준비한 파스타, 샐러드, 피자가 작은 식탁에 빈틈없이 놓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너울거렸는데, 쨍쨍한 햇볕과 솔솔 부는 바람이 빨래를 잘 말려 줄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한국에서 햇볕 바로 아래에서, 그것도 이렇게 야외에서 빨래를 널어본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도 순례길이 참 많이 그리운 이유는 이런 작은 것들이었다. 바깥에서 먹는 식사나 햇볕에 말리는 빨래 그리고 서로를 보며 깔깔 웃던 순간들.
---「Day 29 와이너리」중에서

숨을 몰아쉬고 여행자 장부에 이름을 적으니 우리 바로 위에 세바스찬 이름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세바스찬 이름을 눈에 한 번 더 담고 우리도 그 밑에 이름을 적고 배정받은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창밖의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알프스를 보며 생각했다. 알프스를 걸어서 넘을 생각을 하다니. 혼자였다면 생각도 안 했을 일이라고. 창밖을 바라보던 이삭은 나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Day 46 호수를 벗어나 알프스로」중에서

기본적으로 나는 눈을 반만 뜨고 지내고 목소리도 조용조용한 편인데, 사람들과 있을 때는 눈썹에 살짝 힘을 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맞장구를 치곤 했다. 처음에는 이삭에게도 당연히 그렇게 했는데 순례길을 걸으면서 내 연기는 끝이 났다. 24시간 내내 붙어서 고된 하루를 보내는데 밝은 사람인 척 연기까지 하기에는 무리였다. 하루 종일 눈을 게슴츠레 반만 뜨고 목소리도 반만 내는 모습을 보여 준 날, 나는 이삭과 부부가 되었구나 실감했다.
---「Day 54 투덜이와 코골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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