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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의 나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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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540g | 140*225*13mm
ISBN13 9791189534448
ISBN10 118953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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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종숙과 함께 와룡면의 광산 김씨 긍구당 고택을 방문했을 때, 고택 가까이 흐르는 개울가에 회화나무가 멋지게 자라고 있었다. 이 나무를 보면서 나는 긍구당 집안의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집 근처 공원에도 회화나무 서너 그루가 자라고 있다. 여름날 노란 꽃이 만개하는데 비바람에 꽃이 지면 온통 바닥이 노랗게 물들어 괴황槐黃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시절의 가장 중요한 시험은 회화나무 꽃필 무렵이 아니라 괴실槐實 꼬투리가 여물어가는 11월에 있다.
--- p.40

순舜이 바로 목근木槿으로도 불리우는 무궁화(Hibiscus syriacus L.)이다. 최세진崔世珍(1468~1542)이 1527년 편찬한 『훈몽자회』 화품花品에 “근槿 무궁화 근, 속칭 목근화木槿花이다”및 “순舜 무궁화 슌”으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결같이 근槿과 순舜을 무궁화로 보았고, 혼동한 적이 없었다. 애국가에 나오는 이 무궁화는 내가 자란 산골 동네에도 해마다 여름철이면 피고 졌다. 장미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이 귀한 여름철에 피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꽃이다.
--- p.155~156

우리 속담에 “사시나무 떨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시나무는 잎자루가 길어서 미풍에도 잎새가 흔들리기 때문인데, 『본초강목』의 백양 설명에도 “일명 고비高飛이다. … 또한 바람에 홀로 흔들려서 ‘독요獨搖’라는 이름을 얻었다.”라고 했다. 이 백양을 『물명고』와 『광재물보』에서 ‘사시나무’라고 했고, 『동의보감』에도 백양수피白楊樹皮를 ‘사시나무 껍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약대사전』에서도 백양수피를 산양山楊(Populus davidiana)의 껍질이라고 했는데, 산양은 곧 사시나무이다. 그러므로 고전에서 백양은 사시나무류임이 거의 확실하다. 이 백양은 고대 중국에서 무덤가에 심는 나무였다고 한다.
--- p.175

막연히 풍楓을 단풍나무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수레 멈추고 앉아 늦가을 풍림楓林을 즐기노라니, 서리 맞은 잎사귀가 봄꽃보다 붉구나(停車坐愛楓林? 霜葉紅於二月花).”라는 두목杜牧(803~852)의 시 「산행山行」의 단풍도 풍나무 잎이 물든 것이다. 이른바 ‘가을 단풍이 봄꽃보다 붉다’고 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단풍나무를 떠올리지만 중국에서는 풍나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 p.249

명황明皇이 침향정沈香亭에 올라 태진비太眞妃를 불렀는데, 이때에 태진은 새벽까지 취해 깨지 못하였다. 고역사高力士에게 명하여 시녀가 부축해 이르게 하니, 태진은 취한 얼굴에 화장이 지워지고 흐트러진 머리에 비녀는 비스듬하고 재배再拜도 못 하였다. 명황이 웃으며 ‘어찌 비가 취한 것이겠는가. 해당이 잠이 부족한 것이지.’라고 말했다.” 「태진외전」은 당 현종이 총애한 양귀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러한 고사 때문에 해당海棠, 즉 ‘중국꽃사과나무’의 꽃은 술에 취해 잠든 양귀비를 비유하는 시어가 되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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