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는 주변의 빼어난 경치 덕분에 겨울에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는 놀이터로, 여름엔 수상스키와 물놀이 장소로, 봄가을엔 호수 둘레길을 걷는 산책지로 수도권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최근엔 5킬로미터 넘는 호수 둘레에 데크 길을 설치해 무장애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 p.29, 「5킬로미터 무장애 산책로가 있는 ‘산정호수’」 중에서
수릉은 아홉 개 능 중 휠체어 이용인도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수릉은 황제로 추존된 문조와 신정황후 조씨의 능이다. 홍살문으로 들어서면 왕의 길인 ‘어로’와 제향의 길인 ‘향로’가 있다. (…) 어로와 향로는 돌길이어서 어차피 휠체어로 걷기엔 불편해 잔디를 지나 정자각으로 갔다. 수릉에서 정자각까지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 p.76, 「억새꽃 흩날리는 동구릉」 중에서
광명동굴은 ‘자연 동굴’과 ‘인공 동굴’로 나뉜다. 자연 동굴은 휠체어 사용인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인공 동굴은 접근성을 높여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방해물을 최소화했다. 인공 동굴 안은 평지여서 보행약자도 이동이 편리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먹거리까지 동굴 여행이 이 정도에 이르렀다니 깜짝 놀랐다.
--- p.92, 「동굴 여행은 겨울에도 봄」 중에서
스카이라운지에서 따듯한 커피를 사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시원한 바다가 어머니처럼 품어준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낀 일상의 안개들이 걷힌다. 푸른 바다와 눈 맞춤하며 멍 때리는 시간, 온몸의 세포들이 무장해제된다. 굳이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로지 바다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그렇게 바다와 만났다.
--- p.134, 「해상 케이블카와 용굴 촛대바위」 중에서
장애인이 ‘자신의 휠체어’로 케이블카를 타는 것은 여행의 질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현장에 비치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면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더라도 맞지 않는 휠체어를 조작할 수 없어 독립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거제도) 노자산 케이블카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 p.214, 「마음껏 행복해도 좋은 시간」 중에서
이상화 고택은 그가 살던 생가를 전시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워낙 작은 집을 개조해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접근성이 걱정됐지만 웬걸, 숨은 그림 찾듯 마당에 리프트를 떡하니 숨겨놓았다. 휠체어 이용 여행객이 오면 짠 하고 리프트를 이용해 전시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유럽에 오랜 주택이나 전시관에도 숨겨놓은 바로 그 리프트, 이상화 고택에도 이렇게 접근성을 보장해 놨다.
--- p.261,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언덕」 중에서
왜 탕탕이에 콩나물무침과 밥을 넣고 비벼야 하는지, 한입 먹어보고서 알게 되었다. 맛의 조화가 놀라웠다. 산낙지와 육회의 딱 떨어지는 식감과 콩나물무침을 넣고 비빈 맛의 궁합을 목포 사람들은 어찌 발견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82,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맛있다」 중에서
한 여행 동행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어도 이렇게 좋은 풍경이 있다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사진 속에서만 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렇듯 여행은 감동을 주고 오감을 자극해 감성이 살아나게 하는 촉진제다. 무장애 여행 참가자 A는 30년 전 사고 나기 전에 천지연폭포에 와봤다고 한다. 사고 후 천지연폭포와 가까이에 살면서도 한 번도 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이 평생의 소원을 풀어주는 도깨비방망이 같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 p.301, 「서귀포 치유의숲에선 마음 근육도 튼튼」 중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곳이 많아서 계속 참다가 화장실을 발견하면 “심~ 봤다”를 외치며 해결한다. 밥 한두 끼 굶어 배고픈 건 건 참을 수 있지만, 화장실 급한 거 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죽하면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했을까? 아무리 커피를 좋아해도 이뇨작용 때문에 휠체어 사용인은 외출 시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근데 정작 문제는 커피의 이뇨작용이 아니라, 장애인 화장실이 우리 사회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 p.319, 「커피와 화장실」 중에서
제주도에도 활동지원사를 연계하는 중계기관이 여러 곳 있다. 제주IL센터, 서귀포IL센터, 장애인부모회, 장애인복지관 등에 의뢰하면 지원인력 연결이 가능하다. ‘활동지원인’과 별도로 여행지를 다닐 때 가이드와 헬퍼 역할을 병행하는 ‘여행 도우미’도 있다. 여행 도우미는 유료이며 제주 장애인 전문여행사 ‘두리함께’에 의뢰하면 연결 가능하다.
--- p.324, 「제주 한달살이」 중에서
조금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신풍로에 있는 ‘삼달다방 게스트하우스’가 딱 좋다. 낯선 사람과 금세 친해질 수 있고 분위기도 좋다. 제주에서 드물게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게스트하우스다. 마당에선 모닥불을 지펴 캠프파이어도 할 수 있고, 다방에선 인권영화 상영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람 좋아하고 사회적 약자 일에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다방지기의 인권 감수성과 장애 감수성은 탁월하다. 매년 ‘서울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개최하고 장애 시민단체와 깊은 연대를 한다. 활동가들의 쉼터이기도 한 삼달다방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무장애 여행 콘텐츠이며 무장애 관광자원이다.
--- p.333, 「제주 한달살이」 중에서
코발트 빛 바다는 하늘과 꼭 닮아 반짝이는 윤슬이 경이롭다. 우도를 여행하는 여행객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 여행은 바로 이런 거지. 여행이 주는 행복은 지친 일상의 순간순간을 꽃처럼 피어나게 하는 기적이 찾아온다. 휘몰아치는 감동의 순간은 감전된 듯 짜릿하고 한동안 삶의 에너지가 되어준다.
--- p.347, 「휠체어 타고 우도 한 바퀴 어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