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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정했던 아날로그 라이프

우리가 애정했던 아날로그 라이프

강작 | 가연 | 2023년 08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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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135*200*20mm
ISBN13 9788968971242
ISBN10 896897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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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 하필이면 지하철에 착륙해서
생뚱맞게 우리의 휴대폰을 모두 빼앗아 가버린다면?’

휴대폰을 빼앗긴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디를 쳐다볼까? 무얼 할까? 출근길에 나는 이런 끔찍하고도 이상한 상상을 하며 휴대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아무래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리 없다는 듯 무심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날로그 라이프를 살아보기로 다짐하고 내가 가장 먼저 개선하고 싶었던 것은 지하철 안에서의 행동이었다. 어느 날부터 지하철을 타면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만을 들여다봤다. 그리 집중하며 무슨 대단한 일을 했나 생각해보면 실은 SNS에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게시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거나 메신저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눈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휴대폰 안에 빠져 있다 보면 내릴 역에 도착할 때쯤 목은 뻣뻣해지고 눈은 빡빡해졌다. 심심해서 시간을 때웠다 치더라도 그리 원하지도 않던 수많은 정보를 무작위로 접한 후엔 언제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마음속은 텅 비었다. 물론 휴대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보는 것은 도움이 되었지만 내 경우 중간 중간 쉽게 불필요한 정보에 휩쓸리곤 했다.

나만 그런 걸까? 로봇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저 많은 사람들은 과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수집하며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다음 날, 나는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꺼내지 않아보리라 다짐했다. 오른쪽 코트 주머니 안에 휴대폰이 있었다. 절대 손을 넣지 않기로 다짐했건만 지하철에 타자마자 나도 모르게 버릇처럼 또 휴대폰을 덥석 잡아버렸다. ‘급한 메시지가 왔을 수도 있잖아? 딱 한 번만 열어보자.’ 마음속에서 디지털에 중독된 자아가 나를 유혹해왔다. 하지만 이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가방끈을 꽉 움켜잡았다. 급한 일이 생긴다면 누구든 전화부터 할 테니까.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평소처럼 휴대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외계인의 침공을 받고 휴대폰을 뺏긴 사람은 나뿐인 건가!’ 갑자기 내 시선은 갈 길을 잃고 두 손은 할 일을 잃었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지날 때마다 점점 뻘쭘해졌고 심지어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휴대폰을 꺼내더라도 딱히 할 것이 있는가? 마땅히 없다. 또 자극적인 게시물에 빠져 시간을 훌쩍 낭비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간단하다. 휴대폰 없이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을 잘 보낼 무언가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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