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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08
1장 변신 모든 것이 변한다 012 생각할수록 억울한 마음 019 내 안의 포유류 암컷과 화해하기 022 내 몸에 이런 기능이 있다고? 026 “수유 기계가 된 것 같아요.” 029 동요를 듣다가 오열했습니다 032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036 생물학의 절대시계 038 유예된 재생산 043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047 출산의 민낯 053 나와 너의 연결고리 056 “저 이러다가 죽겠어요.” 061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이유 065 600만 년의 변신 068 얄궂은 일 071 제2장 예측 불가, 통제 불능 애기 언제 나와요? 076 삼신할매만 아는 일 078 임신 참 뜻대로 안 되네 081 당신 탓이 아니야 087 산전 검사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094 어렵게 알아냈는데도 101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108 아기가 뜻대로 안 된다고? 111 가장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나 자신 115 모유 혹은 분유? 자연분만 혹은 수술? 121 제3장 은밀하게 위대하게 굴욕 3종 세트 130 산파와 마녀 137 남자 산부인과 의사는 싫어요 141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병원 144 임신이 병은 아니잖아요? 151 무너지는 출산 인프라 157 위험의 계절감 162 자연스러움이라는 신화 167 제4장 신화가 된 모성 태교와 미신 175 엄마 VS. 아기 181 엄마도 배워야 할 수 있어 187 애는 뭐 나 혼자 만들었나? 193 사라진 조력자들 200 아기의 사회생활 207 시혜가 아니라 연결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점 210 엄마는 항상 자애로울까 213 나약하고 이기적인 엄마? 217 숭고하거나, 비참하거나 219 창백한 회색 점 225 에필로그 233 감수의 글: 임신 출산, 그리고 수유 236 미주 244 더 읽을거리 249 |
저오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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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박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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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영양을 섭취하는 형태는 천태만상으로 변화했지만, 모유 수유는 인류의 가장 아득한 시절부터 그대로이다.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입에 젖꼭지를 물리면, 아기가 쪽쪽 빨아먹는다. 형태도, 속성도, 본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시절만 빼면 우리의 밥상은 엄청나게 많이 변화했다. 문명인이 된 호모 사피엔스는 현대적 화구와 온갖 조리 도구를 쓰며, 다양한 재료와 세련된 식기를 이용해 식사를 한다. 만약 엄마라면 젖 먹이는 것이, 아기라면 젖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이렇게 긴 글로 불평하지 말라고 핀잔하고 싶다면, 본인은 끼니마다 매머드를 사냥하거나 들판에서 열매를 따먹는 수고를 들이는 사람인지 돌이켜보자. 현대인에게 모유 수유란 원시의 순간이고, 그 자체로 모험이다.
--- p.31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우리들은 고통의 묘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육아의 고충은 또 어떤가. 신생아 돌보기 브이로그를 보면 대번에 와 닿는다. 영상 속에서 신생아 양육자는 두세 시간마다 수유하고, 트림 시키고, 다시 재우기를 반복하며 뜬눈으로 밤을 샌다. 잠은커녕 먹고 씻고 배설하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유예되기 일쑤다. 보고 있자면 애처로운 마음이 절로 샘솟는다. 부모들이 고생 많다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린다. 생리적 욕구를 뒤로 제쳐두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쯤은 자녀 유무와 무관하게 누구나 알 수 있다. 한편, 아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아예 숫자로 확 와 닿으니 뇌리에 박히지 않을 수 없다. 출산용품, 조리원 비용으로 시작해서 육아·일 병행의 어려움, 사교육비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면 아이 하나에 돈과 자원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것만 같다. 이 모든 고통, 부담, 비용은 우리가 살면서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출산에 대해서 경계심이 들거나, 때로는 공포심마저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가 생긴 후의 기쁨과 행복의 질과 양은 그렇지 않다.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인식의 지평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2차원 평면에서 살던 내가 아기를 낳고 나서는 3차원 공간에서 살게 되었다. 개미가 새가 되는 것과 같은 인식의 확장이다. 물론 개미는 날지 못하는 대신 추락할 일이 없다. 날게 되었다는 것은 추락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아기에게 생기는 불행과 위험은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슬픔만큼이나 기쁨의 진폭도 더 커진다.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에 이만 한 크기의 사랑과 행복을 가늠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는 감동적인 문학과 예술은 넘쳐나지만, 내가 재생산의 주체가 되기 전에는 완전한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녀에 대해 지금과 같은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아기를 낳고 키우는 행위는 그 장점을 선험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재생산의 득실을 놓고 보면 명백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고통과 비용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나에게 출산 중 산모와 아기들에게 일어난 끔찍한 사건 사고로 책을 쓰라고 한다면 손쉬울뿐더러, 이 책보다 훨씬 잘 팔릴 것이다.) 하지만 행복과 만족은 그냥저냥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 --- p.116~118 우리 아기를 키워내는 일에 나와 남편은 당연했고 조부모님들도 기꺼이 손을 걷고 나섰다. 보조적으로 산후관리사, 고모, 베이비시터, 이모할머니까지 참여했다. 친구들과 만났을 때는 그들도 기꺼이 아기를 안아주었고 때때로 놀아주었다. 보다 넓은 차원에서는 내가 갓난아기를 돌볼 수 있게끔 진료 시간을 조정해준 병원 원장님도 조력자이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양해해주는 이웃들도 고마운 조력자이다. 양육 수당이나 보육 시설, 육아 휴직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도 조력자이다. 이렇게 인간은 서로 돌아가며 아기를 돌보고, 지식을 전수하며, 협조적으로 자원을 공유한다. 하지만 모성 신화적 관점에서 조력자는 가려지거나 지워진다. 엄마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조연들의 존재감은 무시한다. 모든 공과 과, 노동과 책임이 생물학적 어머니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데, 이것은 사실 인류사와 맞지 않는다. 엄마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생물학적 친모는 강력한 호르몬 드라이브를 발판으로 모성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여전히 아기에게 최선의 옵션이다. 하지만 인류 재생산 연대기라는 장편 영화는 엄마의 원맨쇼가 아니다. 이 이야기의 말미에는 제 몫을 톡톡히 다한 주조연의 긴 목록이 등장한다. 이 스크롤을 감상하는 것은 과도한 모성 신화의 부담을 덜고, 우리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촘촘한 사회적 관계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 p.206~207 |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왜 이토록 힘겨운 것일까?
산부인과 의사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쓴 임신과 출산 이야기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 과학저술가 하리하라 이은희 작가 강력 추천 “왜 애 낳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아무도 말을 안 해줬을까요?” 출산 후 산모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임산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인간의 출산은 다른 여느 동물의 사례를 보아도 이례적일 정도로 어렵고 힘들다. 산모의 진통 시간(첫째는 평균 9시간, 둘째는 평균 6시간)도 긴 데다 난산(難産)이다. 어디 그뿐인가? 좁고 구불구불한 산도(産道)를 비집고 나오는 아이는 나올 때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세상으로 나와서도 너무나 미숙하고 유약한 탓에 오랜 시간을 옆에 붙어서 돌봐야 한다. 고역이 따로 없다. 이렇다보니 출산은 여성의 몸을 희생하는 고통의 경험으로 낙인이 찍혀 있으며, 양육은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출산과 양육이 힘든 이유는 뭘까? 분만 담당 의사로 일하다 직접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이 책을 쓴 지은이는 ‘출산의 배신’을 호소하는 수많은 임신부와 산모들을 만나서 느낀 것들 그리고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의학적인 이야기를 통해 왜 우리에게 출산이 유감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는지를 풀어낸다. 임신과 함께 시작되는 몸 전체의 변화에서부터 출산, 수유 그리고 모성 신화까지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서사 그리고 의사의 시각에서 본 재생산의 세계 저출산도 모자라 초저출산의 시대라고 한다. 물론 원인에 대한 분석도 넘쳐난다. 출산 자체의 어려움에서부터 사회, 경제적 맥락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이 책은 여느 분석과 달리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임신에서 수유, 양육까지 출산의 전 과정을 개인적 경험과 의학적 내용을 잘 뒤섞어 풀어낸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임신과 출산을 더 힘들게 하는 장애물 네 가지를 하나하나 따져본다. 먼저 임신과 함께 시작되는 몸 전체의 변화이다. 생식기관에서부터 혈액, 대사, 면역 기능, 뇌의 구조 등 50여 가지쯤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는 일단 임산부를 좌절케 한다. 문명인의 체면이나 고상함 따위는 내던지게 되는 몸의 전면적 변화는 출산이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아직 포유류의 삶을 살고 있는 존재임을 사정없이 일깨운다. 문명사회에서 모든 것이 변했지만,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는 방식만은 아주 오래전과 다르지 않다. “출산과 관련한 특별한 변신은 수백만 년에 걸쳐서 아기와 엄마 모두, 인류 전체에게 일어났다. 점진적이지만 누적된 변화가 출산을 보다 어렵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미성숙한 아기를 고생스럽게 키워야 하는 원죄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68쪽)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고통스러운 출산으로 인해 우리는 두 발로 걷고, 큰 뇌를 가진 똑똑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재생산이라는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 통제 불능성이다. 임신과 출산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고, 예측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임신도 산전검사도 출산예정일도 아이의 성장도 모두 우리의 예측을 보란 듯이 비껴간다. “현대인이 좋아하는 예측과 통제에 대한 감각은 인생에서 자녀를 만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115쪽) 산부인과 병원이 가지는 특수성도 한몫한다. 골반 내진과 같은 진료 자체가 굴욕적일 수 있고, 때로 수치심을 유발하며, 환자 취급을(임신이 병은 아니다) 받을 때도 있다. 분만 병원의 감소로 출산 인프라가 갈수록 무너지는 현실(2022년 현재 250개 자치구 중 108개가 분만 취약 지역이다)에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출산을 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지고 있다. 태교와 같은 사회적 금기나 이상적인 어머니상을 요구하는 모성 신화가 “불필요한 구속을 감수하는 데 얼마나 많은 힘을 소모케 하는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아기를 품고, 낳고, 키우는 것은 그냥 해도 힘들다. 그 와중에 이것이야말로 여성에게 부여된 숭고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지고, 여성을 추락하게 만드는 원흉이라고 생각하면 비참해진다.”(225쪽) 신화와 비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과장이나 폄하 없는 온전한 이해가 필요하고, 불확실성이 클수록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사들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출산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고, 제약과 금기는 최대한 벗어야 하며, 재생산의 과제를 어머니 혹은 어느 한 성(性)의 문제로 남겨서는 안 된다. 출산과 양육은 엄마 ‘혼자’서 몸과 마음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비극이 아니라, 인류 초창기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었다. “인류 재생산 연대기라는 장편 영화는 엄마의 원맨쇼가 아니다.”(207쪽)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져 이제는 인구 붕괴나 국가의 위기, 소멸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동산, 사교육, 사회경제적 이유 등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고 진단과 대책도 쏟아진다. 하지만 이 책은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서사에 대해, 엄마와 아이의 관계의 역동성에 대해, 출산의 온전하고 바람직한 이해에 대해, 편견과 금기와 신화를 벗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임신, 출산, 육아를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류에게 출산이 왜 엄마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주변의 혹은 사회의 수많은 조력자들이 ‘함께 해야’만 했던 일일 수밖에 없는 일인지를 설파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한때 불과 몇 센티미터의 물주머니를 우주로 삼고 부유하는 먼지”(231쪽)였다가 “한 인간(어머니)을 완전히 침범하는 큰 신세”(55쪽)를 져가며 이 지구상에 태어났으며, 어머니를 비롯해 서로 상호작용하고 음식을 나누고 돌봐주고 보살펴주면서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두 발로 걷고 똑똑한 뇌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
이 책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수유 등 재생산의 전 과정을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성으로서 직접 겪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주관적 느낌을 나열하며 공감을 얻으려는 흔한 에세이와는 다릅니다. 자칫하면 감상적 소회에 그 칠 수 있는 보통의 임신, 출산 에세이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산부인과 전문의의 올바른 의학적 견해를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인류 진화사의 초기부터 아기를 낳아 키우는 여성의 곁에는 늘 ‘여성과 함께’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산모의 어머니였고, 경험 많은 산파였으며, 그리고 이제는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비인간 동물에게 임신과 출산, 수유의 과정은 어미와 새끼, 둘만의 일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수백만 년 전부터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오랜 인간적 노력의 하나입니다. -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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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저만치 넘어선 라그랑주 포인트에 망원경을 띄우고 우주를 바라보는 시대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부른 배를 안고 출산의 고통을 견디며 젖을 물린다. 문명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기는커녕, 그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생물학적 재생산의 과정을 겪다보면 배신 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배신당했다고 등 돌리기보다는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문명인의 자세 아니던가. 자연스러운 출산의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지도록 걸림돌을 제거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며, 고통과 부담을 덜어주고 나누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고 기쁘다. 산부인과 의사이자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생물학적 재생산에서 배신당했으나 꺾이지 않는 문명인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이은희 (하리하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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