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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판사란 무엇이며, 판결이란 무엇인가?

리뷰 총점9.5 리뷰 17건 | 판매지수 5,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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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8위 | 사회 정치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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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34g | 130*190*15mm
ISBN13 9788962620535
ISBN10 896262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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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국민 정서와 괴리된 판결이 나올 때마다 AI 판결 도입이 시급하다는 댓글을 볼 수 있다. 10년간 판사로 재직해온 손호영 저자가 쓴 이 책은 그럼에도 인간 판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웅변한다. 판결문에 담긴 언어를 분석하면서 인간과 법의 관계를 사색했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지금까지 법률가들이 쓴 책과는 조금 다르다. 법이나 판결을 교과서처럼 ‘설명’하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나를 주인공 삼아 경험을 ‘윤색’하거나 주장과 신념을 ‘피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판결’이다. 나는 판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판결에 담긴 판사의 고민과 성찰, 판사가 택한 의외의 파격 같은, 판결의 색다른 이모저모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요컨대, 판결의 ‘속살’을 이야기하고자 했달까.
--- pp.9~10, 「프롤로그」중에서

나는 “판사의 말이 곧 법이다”라는 말을 오히려 거꾸로 새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법이 곧 판사의 말이다.” 판사는 사건에 적용될 법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그 법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풀어 설명하는 것을 그 역할로 할 뿐이다. 판사가 하는 일은 ‘법’에 근거하며, 따라서 ‘법’을 벗어날 수 없다. 법이란 ‘판사의 말뚝’과 같다. 판사가 ‘제아무리 멀리 벗어나려 해도 말뚝이 풀어준 새끼줄 길이’만큼만 가능한 것이다.
--- p.20, 「제1부」중에서

그날의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증명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의 영역이다.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진실이 부정될리 없다. 그러나 이 진실을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당사자는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제3자가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재판은 진실의 그림자인 ‘사실’을 드러내 인정하고 이를 통해 진실을 재구성하는 고된 과정이 된다. 어쩌면 이 글 첫머리에 적힌 판결은 판사 스스로 하는 다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허위, 과장, 왜곡, 착오를 배제하고 진실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그런 다짐 말이다.
--- pp.65~66, 「제1부」중에서

말을 절제하며 정확하게 쓰려고 한다는 점에서 시와 법은 닮았다. 법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 사이에서 작동한다. 이 첨예한 대립적 현실을 언어로 담아내야 하기에 법 역시 언어를 계속해서 갈고닦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새로운 법을 제정할 때 압축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문장을 만들고자 하고 그 정제된 문장을 해석하고자 노력하면서 해석론이 발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시에서 작법과 해법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판사의 이러한 ‘언어적’ 관심, 어쩌면 집착은 중요 사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 p.91, 「제2부」중에서

나의 주장을 이리저리 재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일사천리로 펼쳐내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마치 야구에서 직구가 시원하게 뻗어 가듯 그 자체로 논리에 힘이 생길 줄 알았다. 생각이 바뀐 것은 몇 차례 자가당착에 빠진 이후이다. 신나게 주장을 하다가 의외의 반박에 부딪혀 그제야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말하다가, 내가 했던 예전 말과 지금 답이 아귀가 안 맞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준비할 ‘반론’을 미리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고자 노력했다. 마치 조치훈과 같은 바둑기사가 ‘수읽기’를 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러한 수읽기의 모범은 사실 판결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 p.129, 「제2부」중에서

재판과 판결 과정에서도 라포르가 중요하다. 재판과 판결은 누군가 한 명이 외따로 완성해 나가는 일방적 결과물이 아니다. 판사와 당사자 사이에, 또 판사들 사이에 상호작용을 통해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진지하게 임하다 보면 분위기가 무거워져 긴장 수위가 한없이 올라갈 수 있다. 이때 판사의 특별한 재치가 공기를 바꿀 수 있다. 판사의 재치는 상대의 웃음을 유발하고 장벽을 허물어 허심탄회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판사의 품 넓은 재치는 재판과 판결에서 넉넉함과 여유를, 나아가 라포르를 갖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재미없고 진지한 판사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재치와 유머를 탐구하는 것은 이와 같은 재치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 pp.179~180, 「제3부」중에서

판결에서도 비유를 사용할까? 나도 한때 ‘설마 판결에서 비유를 사용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차마 내가 비유를 쓸 감이 되지 않음을 잘 알기에, 나에 비추어 다른 판사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놀랍게도 판결에서도 비유를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 심리학자는 비유를 “추상적 생각을 구체적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던가. 이러한 효율적인 기능을 가진 비유를 판결에서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겠다. 문학에서만큼 신선하고 멋있지는 않겠지만,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에서도 간단한 비유를 사용한다.
--- p.190, 「제3부」중에서

재심에는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판사의 과거 판단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 과거 판결에서 잘못이 발견될 때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용기.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하지만 고쳐 생각해 보면 ‘법’에 근거하여 사건을 추스르는 것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장석지가 그랬던 것처럼 법에 기대어 우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법에 근거하여 나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굳건하고 그렇게 실천한다면 그 자체로 ‘용기 있는 판사’이지 않을까?
--- p.230, 「제3부」중에서

지난 10년 동안 판결은 느리지만 차근차근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문장이 간결해지는 한편, 이지리드(Easy-read) 판결이 시도되는 등 판사의 부단한 노력이 더해졌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사건을 대하면서도 판결을 매만지는 작업을 멈추지 않은 것은, 법원과 판사가 당사자와 사회 구성원에게 다가서는 정성이었다고, 나는 이해한다.
--- p.233, 「에필로그」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세상이 나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손호영처럼 자기 일을 보다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의 페이지마다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책임, 자부와 두려움이 단정하게 깃들어 있다. 법은 시대를 앞장서지 않지만, 성실히 뒤따른다. 그래서 법의 한계는 시대의 한계이다. 동시에 그 시대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도 보여준다. 판사 손호영은 법의 한계를 감내하는 동시에 그 가장자리를 넓히기 위한 ‘새로고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성실과 다정으로 벼려온 법의 쓸모가 선물처럼 도착했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판사는 판결로만 말하고 또 자기가 쓴 판결로 남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판결문으로 과연 판사의 일과 생각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법관이 판결로써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그리 권장되지 않습니다. 사건의 홍수에 치여 때로는 공산품처럼 양산되고, 때로는 필화를 피하고자 할 말도 하지 않다 보면 판결문은 점차 무색무취해집니다. 이런 악조건에도 저자는 판결문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어 판사의 생각을 들여다볼 단서를 제시하고, 더불어 더 나은 판결을 부단히 추구해 온 선배 법관들의 노력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인간 판사’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은 모든 독자분들께, 이 책은 보통의 바람직한 판사가 가진 생각을 들여다보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 유형웅 (판사,제27회 한국법학원 법학논문상 수상자)
이 책의 주인공은 ‘판결’입니다. 저자는 면밀하게 선정한 판결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판결에 실린 판사의 논증과 의도를 분석합니다. 저자는 판결의 언어에 실린 구체적 의미에서 시작해 사건의 해결책을 넘어 법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반향까지 나아가 살펴봅니다. 이 과정은 마치 정교한 줌 렌즈로 피사체를 끌어당겨 나무의 잎맥을 들여다본 연후 시야를 넓혀 거대한 숲을 조망해 보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는 이 전체 과정을 함께하면서 판결의 언어에 담긴 풍부한 속뜻과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임선지 (부장판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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