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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 PATA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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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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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3월 0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48g | 115*190*24mm
ISBN13 9791171711581
ISBN10 117171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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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배우 문가영이 아닌, 사람 문가영의 은밀한 기록] 배우 문가영의 첫 산문집. 문가영은 이번 에세이를 통해 ‘파타‘라는 새로운 얼굴을 통해 자신의 내밀한 언어들을 선보인다. 자신을 경계인으로 규정하며, 솔직한 생각과 경험을 형태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실험적으로 다뤄냈다. 앞으로의 그녀가 더 기대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 에세이. - 소설/에세이 PD 김유리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넌 벌 받아야 해. 내가 없는 세상에 사는 벌.”
마주 보고 서 있는 파타는 이야기했다.
그렇게 사라진 그녀를 떠올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떠올리는 것, 쫓아가는 것, 글을 쓰는 것.
즉 기록하는 것이다.
--- p.13

“헤어지자.”
“내가 써준 편지 내놔.”
이 대화에서 알 수 있듯 파타에겐 마무리보다 자신의 편지가 중요했다. 하얀 종이에 얹어지는 활자들은 그녀의 감정들을 대신하고, 그녀의 넘치는 사랑은 모음 끝에서 뚝뚝 흘러내린다. 그래서 파타는 자신이 쓴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는 걸 좋아한다. 본인이 쓴 연애편지가 자신을 설레게 할 정도이니. 누군가가 이렇게만 써준다면 참 좋을 텐데.
한 아름 편지들을 안고 집에 도착했다. 안심했다.
‘내 맘을 돌려받았어. 난 잃은 게 하나도 없네.’
--- p.21 「6」 중에서

“전 정체성을 찾고 있어요.”
“아주 좋은 시기네요.”
“근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파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고 경계인은 파타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매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높이도 다르고 깊이도 달라요. 작년보다 이번 계단이 유독 높았나보네요. 그래서 적응하는 중인가 보다. 그건 혼돈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온 축복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체성을 찾아야 해. 그게 앞으로의 몇 년을 책임질 거야.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 자꾸 연구하지 말고, 그냥 관찰해.”
--- p.32 「11」 중에서

진동이 울린다. 다시 파타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강가가 보인다.
“어때? 여행 가니까 행복하지?”
휴대폰을 바라보던 파타는 답장 대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앞당겼다. 이 선택은 어떠한 답변보다 뚜렷한 의미를 가졌다. 혀로 입천장을 훑어보니 까졌다. 분명 바게트 샌드위치 때문이다. 파타에게 이때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한참 뜸을 들이던 파타는 오래도록 눈을 굴리다 말을 시작했다.

“자꾸만 내 행복을 빌어줘서…”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 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 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 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 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난 그 무거운 임무에서 도망친 건데, 떠난 나에게 또 물어보더라. 여행은 행복하냐고. 돌아온 나에게 또 물어보더라. 어땠냐고. 다녀오니 행복하지 않으냐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게.”
“행복하다고, 홀가분하다고 이야기했어. 원하는 답을 해주고 말았어.”
파타의 인정에 그들의 표정은 그제야 흡족해졌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그녀는 입을 다물다 들릴 듯 말듯 읊조렸다.
“내가 진 거야.”
--- p.39~40 「13」 중에서

“잘해준다는 건”
.
.
.
“엿 먹이는 거야. 쟤는 죽을 때까지 나처럼 잘해주는 사람을 또 어떻게 만나겠어. 내가 없는 세상이 얼마나 불편하겠냐고.” 친구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번에는 파타가 이어 말했다.

“잘해준다는 건 선의의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또 하나의 의미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야. 내 진심을 의심하지는 마. 그냥 엿이 따라올 뿐이야.”
그녀는 경쾌했다.
--- p.53 「18」 중에서

“파타야. 예열 중일 때 어중간하게 달리지 마라. 달려야 할 때 달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고, 경고가 울리기 전에 재정비하고, 예열 중일 때는 모든 기회를 뒤집어 보는 거야. 그리고 끝이 났을 때는 아까워하지 않고 모든 걸 제자리에 두고 오겠다고 약속해.”
본 적도 없는 할아버지와 약속을 하려는 찰나에 파타는 낮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몸이 좋지 않을 때만 낮잠에 들었다.
--- p.92 「33」 중에서

문득, 파타는 열 손가락을 펴고 계산하기 시작한다.
‘정해진 시간 아래 내가 죽을 때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몇 권쯤 되려나.’
서점에 있는 책만큼도 못 읽겠네…
‘정해진 시간 아래 내가 몇 명의 사람을 더 안아줄 수 있으려나.’
새로운 사람을 안아주느니 아는 사람을 두 번 세 번 안아줘야겠네…
‘정해진 시간 아래 여행을 몇 번이나 갈 수 있으려나.’
매년 한 번씩 간다고 해도 지구의 반도 모르겠네…
--- p.109 「40」 중에서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지.
입맛이 바뀌고 공통점을 만들려고 없던 취미도 만들어내는 연애 극초반. 상대의 모든 말들을 새겨듣는 그 순간, 난 꽤 자주 말한다. “비 오는 날이 좋아.” 그럼 비 오는 모든 날들은 나를 위한 날이 된다.
--- p.155 「은유의 맛」 중에서

“다음 생에 태어나면 뭐로 태어날 거야?”
“나무!”
언니의 물음에 어렵지 않게 뱉어낸 나의 답은 결국 그녀를 울렸다.
왜 우는지 알 수 없었으나 날 너무 사랑한 이유라고 멋대로 생각하련다. --- p.169 「다음 생」 중에서

자꾸만 나의 정상을 응원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부터 나에겐 정상 따위가 없는데
그들 눈에만 보이는 정상이라는 곳이 있나
날 정상에 올려두고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인가.
난 늘 이 자리 가만히 어떠한 높낮이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가만히 서 있고
모든 것이 날 지나쳐 갈 뿐 난 움직이지 않는다.
--- p.189 「우뚝」 중에서

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 p.197 「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중에서

“아빠, 손 놓지 말라니까!”
볼멘소리다. 얼굴이 볼그레하게 상기돼 있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아빠 여기 있잖아. 넘어지려고 하면 이렇게 금방 잡아주는데.”
난 미안해서 작은 소리로 다독거렸다.
‘네가 내 손 안에 있는데 뭐가 두렵니?’
이 말은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둘째 아이 파타는 아빠가 찰떡처럼 자기 뒤에 붙어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으리라.
‘네가 내 손안에 있는데…’ 난 연신 중얼거렸다.
네 살짜리 둘째 딸아이의 겁에 질린 눈빛 속에서, 아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본다.
그 안에서 마음껏 화를 낼 수 있는 둘 사이의 절대적인 관계.
이 어린아이가 모든 것을 아빠에게 내어 맡기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
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그 아이를 붙들어 잡는다.
--- p.294 「48개월 자전거 배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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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무에게도 걱정을 끼치지 않는, 고요한 아픔의 시간으로 성장한 이들은 위로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그런 아픔은 드러나지 않아 외롭고, 목격자가 없어 나만의 기록으로 남는다. 문가영의 이야기는 그런 이들이 처음 만나는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 김이나 (작사가)
여러 배역의 인생을 산 배우의 삶은 하나의 삶일까, 여러 사람의 삶일까.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삶에서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했느냐니까.
이 책의 이야기들은 파타가 쓴 걸까, 파타 역을 한 사람이 쓴 걸까. 역시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건 누가 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솔직했느냐니까.
솔직함은 악기의 울림처럼 우리와 공명한다.

혼자 보는 거울에 있던 외롭고 슬픈 사람의 웃는 얼굴.
우리는 기어이 진실해지기 위해 기꺼이 거짓말이 된다.
- 이혁진 (소설가, 『사랑의 이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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