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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시의적절-03이동
신이인 | 난다 | 2024년 03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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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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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3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9g | 120*185*20mm
ISBN13 9791191859799
ISBN10 1191859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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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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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 사연이 있어. 말은 안 해도, 사람한테는 다 각자 사연이 있는 법이거든.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 동료가 이해한다는 듯 말하는 동안 가만 생각했다. 내 사연은 책 한 권으로 말한들 싱거울 텐데, 설마 지금 나 사연이 붙어야만 하는 기행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것이 나의 사소하고 평이한 일상이라면……

문학소녀라든가 자유로운 영혼 같은, 어느 정도 비웃음을 머금은 별칭을 수긍했던 이유는 그것들이 내 행동에 정당성을 입혀주는 것처럼 보여서였다. 나는 무엇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애송이였지만 단지 내가 정당한 인간이기를 바랐다. 지금도 그렇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들의 가방에 이 책을 넣어주고 싶다. 이유 없는 경박스러움, 이유 없는 진지함, 이유 없이 어긋났기 때문에 가능한 내 낙천을 선물하고 싶다.
--- pp.10-11 「작가의 말_ 언니 오빠들이 내 등짝을 때리게 하는 좋은 방법」중에서

요즘은 얼마간 느끼고야 만다. 이건 생화다. 나는 이제 건강한 토양이다. 새 시대가 올지도 몰라. 생활에도 글에도. 이런 기분은 영원할까. 아마 아니겠지. 누군가 얘는 이런 애구나, 판단을 마치고 내 앞에 있는 의자를 빼 앉는 순간 나는 돌변하고 말겠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다. 지금은 꽃피기 쉬운 때. 정원에 사람을 초대하기 좋은 때. 좋아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싶다. 사과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을 꺾어주고 싶다. 잠깐이면 잠깐인 대로 이 날들을 즐기고 싶다. 영원한 가짜 아닌 화악 시들어버리는 진짜의 마음으로.

죽음과 슬픔이 널린 도시를 꾸밀 것이다. 오늘 나는 막연하게 자신이 있다.
--- pp.124-125 「3월 15일_대가리 꽃밭」중에서

나도 가끔은 날 낳고 싶었다. 나를 나만큼 잘 아는 내가 헤아려주고, 말동무를 해주고, 편지를 써주고, 같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술을 마시고, 꼭 안고 재워준다면 좋을 텐데. 나의 작은 제스처마저 틀리지 않고 파악하는 친구이자 보호자이자 사랑 쓰레기통을 갖고 싶었다. 사랑 쓰레기통, 말이 좀 그런가? 내게 사랑은 양 조절에 실패한, 그다지 훌륭하지도 않은 요리와 극도로 소심한 요리사를 세트로 떠올리게 한다. 누구 주기에 망설여지는, 그러나 스스로를 괴롭힐 정도로 뿜어져나오는 사랑을 전담해줄 그릇이 필요하다. 큰 그릇. 재질은 둔하고 튼튼한 걸로. 못 견디면 안 된다.

앞으로 누가 나를 견디지, 아마 내가 나를 견디겠지. 그런데 난 어떻게 만들까. 엄마한테 물어보아야 하나. 그런데 엄마도 엄마 같은 딸을 낳지는 못했네.
--- pp.139-140 「3월 17일_90세 전후의 김미정 혹은 김미경 여사님을 찾습니다」중에서

수천 개의 이름으로도 난 기억을 부릅니다
혼자 아는 의미를 모아 벽을 만들고 방을 짓고
날 넣고 문을 닫아놓았으니
거긴 알맞은 일인실이었으나
나는 매년 기다렸다고 중얼거렸어요
스르륵 뭉뚱그려지는 마음에 압정처럼 초를 꽂아 버티면서
하나 둘 셋 넷……

나는 매년
환해가는 케이크
많고 긴 초가 비추는 것은 이렇게까지나 내 것들뿐

나 문드러졌어
보여주고 싶다……
--- pp.190-191 「3월 24일_외계인의 시」중에서


발목에 야트막한 빛이 드는 방향으로
가다가
너의 신혼집을 지나칠 수 있다면 좋겠어

현관에 어떤 종이 달려 있을까
어떤 소리가 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
살아 있는 기분으로
살 수 있었는데

언젠가 보러 가고 싶어
최대한 나중에

그리고 반드시
살아 있는 이유가 하나쯤 줄더라도
무섭지 않을 만큼
내가 높고
커져서

뒤늦게
많은 것을 들여다보게 되는 아침에
--- pp.236-237 「3월 31일_사랑하는 훈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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