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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 창비 | 2021년 03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381건 | 판매지수 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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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66g | 145*210*26mm
ISBN13 9788936434465
ISBN10 8936434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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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헌사, 정통 가족서사의 귀환.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한국소설에서 그간 비어 있던 ‘아버지’의 자리를 여성작가의 시각으로 새로이 써낸 소설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한 인물의 삶에 담아내며 아픈 역사 속에 내던져진 인간 내면을 그린다.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고.
--- p.7

나는 다급한 마음에 어두운 가게에 대고 아버지 아버지…… 불렀다.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와 헤어지게 될 때 가끔 그때의 내 목소리를 듣는다.
멈춰 서는 버스를 보며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르던 다급한 내 목소리. 헤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는 관계에 봉착할 때면 그때 그 신작로에서 아버지, 아버지를 부르던 절박한 내 목소리가 북소리처럼 둥둥둥 머릿속에 울린다. 내가 떠난 후에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지 생각할 때도 그때 내가 아버지 나 가요, 소리치며 버스에 올라탄 후 차창 밖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 pp.16-17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 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 p.76

-너그들이 먹성이 얼매나 좋으냐. 양석 걱정 없이 살게 된 지가 얼마나 되간? 오늘 저녁밥 먹음서 내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었는디. 밥 지을라고 광으로 쌀 푸러 갈 때 쌀독 바닥이 보이는 때도 있었는디. 그 가슴 철렁함을 누가 알겄냐. 쌀독은 점점 바닥을 보이는디 먹성 좋은 자식 여섯이 마구 달려들어봐라, 안 무서운가……
아버지가 삼킨 말을 대신하는 동안 무거워진 생각을 털어내듯 엄마는 곧 생기를 되찾곤 했다.
-무섭기만 했시믄 어찌 매일을 살겄냐. 무섭기도 하고 살어갈 힘이 되기도 허고……
--- p.196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 p.197

살아가는 시간 속엔 기습이 있지. 기습으로만 이루어진 인생도 있어. 왜 이런 일이 내게 생기나 하늘에다 대고 땅에다 대고 가슴을 뜯어 보이며 막말로 외치고 싶은데 말문이 막혀 한마디도 내뱉을 수도 없는……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 아닌가.
--- p.323

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먼 이국의 사람들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나는 내 아버지의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 뇌만 기억하도록 두었구나, 싶은 자각이 들었다. 말수가 적은 아버지라고 해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딸이 되어주었으면 수면장애 같은 것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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