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들어가며 20
1. 7년의 기다림: 얼레지 2. 생각하는 구슬: 모감주나무 3. 미니멀리스트: 틸란드시아 4. 성스러운 나무: 호랑가시나무 5. 은빛 털복숭이: 에델바이스 6. 레드 카펫: 석산 7. 히치하이커: 큰도꼬마리, 도깨비바늘, 우엉열매 8. 팔방미인: 연꽃 9. 생각하는 사람: 팬지 10. 의좋은 형제들: 칠레소나무 11. 팔색조: 수국 12. 지혜로운 난로: 앉은부채 13. 붉은 금: 사프란 14. 플랜 B: 금낭화 15. 시계를 닮은 꽃: 시계꽃 16. 설계자: 파피오페딜룸 로스킬디아눔 17. 작명소 단골손님: 복수초 18. 나무에 피는 연꽃: 백목련 19. 숨바꼭질: 무화과 20. 작은 거인: 서울제비꽃 21. 밤의 여왕: 월하미인 22. 무지개 여신: 독일붓꽃 23. 숫자 세는 사냥꾼: 파리지옥 24. 천년을 사는 명의: 주목 25. 더부살이: 야고, 새삼, 겨우살이 26. 다크호스: 억새 27. 고객 맞춤 서비스: 리콜라이 극락조화 28. 미의 여신: 하와이무궁화 29. 플래시백: 라일락 30. 악취도 전략: 스타펠리아 지간테아, 라플레시아 아르놀디, 타이탄 아룸 31. 숲속의 하얀 천사들: 은방울꽃, 은방울수선, 설강화 32. 살아 있는 화석: 쇠뜨기 33. 자기 복제: 참나리 34. 우후죽순: 왕대 35. 극적인 순간: 뱅크시아 프리오노츠 식물 용어 사전 |
저송은영
관심작가 알림신청보태니컬 아티스트 미쉘
송은영의 다른 상품
꽃을 피우기까지 어두운 땅 속에서 7년을 기다림으로 보낸 얼레지는 초봄에 피어나 2주간의 짧은 생활사를 마치고 긴 휴면에 들어간다. 동면을 하며 매년 봄에 새로운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풀인 얼레지의 꽃말이 ‘슬퍼도 견딤’인 이유는 땅속에서 길고 긴 7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피어나 짧은 초봄을 즐기지만, 매년 피어날 수 있음에 슬퍼도 견뎌내는 얼레지의 생애를 알고 쓴 말인지도 모르겠다.
--- p.29 종자로만 번식하는 큰도꼬마리는 원래는 북아메리카에 자생하는 식물이었으나 현재는 아시아 등지에 넓게 퍼진 귀화식물이다. 건조한 곳이나 습한 곳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식 환경에서 잘 적응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종이 되었다. 큰도꼬마리는 키가 2m에 이르며 억센 가시가 있는 열매를 맺는다. 열매 자체에는 독성이 있어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어도 배설되어 버리기 때문에 종족 번식을 할 기회는 영영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열매의 억센 가시는 종족 번식을 위한 큰도꼬마리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 p.58 가만히 우엉 얼매를 들여다보니 ‘껍질만 보지 말라.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라’는 탈무드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이고 사람을 성가시게 만드는 열매이지만, 그 열매가 인간의 삶에 건네준 지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 p.63 팬지의 꽃봉오리는 잎겨드랑이에서 나올 때 옆을 향해 나오는데 마치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나온듯 보여 사람이 사색에 잠긴 모습과 비슷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들 한다. 이것이 팬지의 꽃말 중 하나가 ‘사색’인 이유이기도 하다. 팬지의 또 다른 꽃말인 ‘나를 생각해 주세요’ 덕분에 유럽에서는 밸런타인데이 Saint Valentine Day에 팬지를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 p.73 성경에 등장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수 중 하나인 무화과나무는 이미 4000년 전 이집트에서 심었다고 한다. 16세기 독일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rer의 〈아담과 이브 Adam and Eve〉라는 판화 작품을 보면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먹고 난 후 부끄러움을 느껴 무화과나무 잎사귀로 몸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적인 무화과나무 잎사귀의 정교한 형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p.118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리콜라이 극락조화의 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극락조화의 꽃보다 2배 이상 크다. 길이 45cm, 높이 18cm에 이르며 파푸아 뉴기니의 국조인 극락조 birds of paradise를 닮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로 알려진 극락조는 수컷의 길고 정교한 장식깃이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구애할 때 힘껏 펼쳐진 극락조 깃털의 형태와 색감이 극락조화의 꽃과 매우 흡사하므로 극락조화는 극락조의 영명을 그대로 쓰고 리콜라이 극락조화 특유의 색감과 크기를 빗대어 giant white bird of paradise flower라고 불린다. --- p.164 |
다채롭고 경이로운 식물이라는 놀라운 세계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사연들 식물계의 미니멀리스트 틸란드시아, 생존을 위해 히치하이커를 자처하는 큰도꼬마리와 도깨비바늘, 습지나 연못에서 쉬이 볼 수 있는 팔방미인 연꽃, 의좋은 형제처럼 함께 빛을 골고루 받으며 자라는 칠레소나무, 악취를 생존 전략으로 사용하는 스타펠리아 지간테아부터 타이탄 아룸까지. 이 책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부터 낯설고 특이한 식물들의 숨겨진 생활사까지 폭넓은 식물의 세계를 담았다. 오랜 시간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식물들의 생존 전략은 약 138억이라는 우주의 나이에 비해 100년도 채 안 되는 생활사를 지닌 인간의 삶에 지혜를 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식물세밀화가인 송은영 작가는 씨앗에서 새순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모습을 시간을 갖고 지켜보고, 때로는 직접 키우며 식물의 사계절을 확인한다. 식물의 생애 자체에 관심을 갖고 살아온 지 십여 년,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식물이라는 세계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내 그림의 테마는 늘 생애生涯다. 식물의 생애를 관찰하다 보면 미리 인간의 생애를 겪는 듯하다. 태동을 느끼며 신기했던 뱃속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기고, 걷고, 뛰다가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머리칼은 잿빛으로 변하고 걸음이 느려지다 지팡이에 의존해 겨우겨우 한 발을 내딛는 말년이 온다. 그 후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은 그림 속 독일붓꽃과 매우 닮아 있다.”_본문 중에서 식물의 학명과 영명, 꽃말에 담긴 사연을 들여다보는 재미 식물세밀화가가 43가지 식물에게 배운 놀라운 삶의 지혜 “복수초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제일 먼저 무슨 원한이 그리 많길래 원수를 갚는다는 복수(復讐)라는 뜻을 지녔나 싶다. 하지만 복수초의 복수는 다름 아닌 복(福)과 장수(長壽)를 축원한다는 뜻의 복수초(福壽草)다. 부유와 행복, 건강을 비는 좋은 의미를 지닌 이름을 가져서 일본에서는 새해에 선물하는 꽃이라고 한다.”_본문 중에서 “독일붓꽃의 영명은 German Iris다. Iris는 그리스어로 무지개를 의미하며 그리스 신화 속 무지개 여신의 이름 Iris에서 유래되었다. 저먼 아이리스는 색상이 다양하고 수많은 품종이 존재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감을 자랑한다고 하여 유럽과 아메리카 등지에서는 무지개꽃이라고도 불린다.”_본문 중에서 이 책에 담긴 식물들의 학명과 영명, 꽃말에는 제각기 특별한 서사가 담겨 있다. 복과 장수를 축원한다는 뜻의 복수초, 그리스 신화 속 무지개 여인의 이름인 아이리스에서 유래된 저먼 아이리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주목 등···. 43가지 식물세밀화와 함께 그들의 사연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조용한 생명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