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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글그림 | 블랙피쉬 | 2023년 05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372건 | 판매지수 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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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10g | 148*210*20mm
ISBN13 9788968334320
ISBN10 896833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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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로 봄날의 아까시나무 향과 한여름의 매미가 사라지고 있다. 사라져가는 생명을 기억하기 위해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이 이들을 기록했다. 기후위기의 시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생명과 생명의 만남은 무해한 자연의 위로를 선사한다. - 안현재 자연과학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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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자주 다니는 길가 덤불로 오목눈이며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처럼 작은 새들이 자주 들락거리곤 했다. 어느 겨울날 그 덤불을 우연히 들여다보다가 우거진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곳에서 밥그릇처럼 생긴 둥지 하나를 발견했다. 오가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새는 얼마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둥지를 엮고 새끼를 길러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마른 풀을 나무줄기에 단단히 엮어가며 야무지게 만든 솜씨가 놀라웠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갈수록 인류는 손의 쓰임새를 잃어가는데 새는 부리 하나로 그토록 멋진 둥지를 만드는 걸 보면 우월의 잣대는 기준에 따라 유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류는 솜씨 좋은 건축가_ 개개비」중에서

전깃줄은 경관을 해친다. 그뿐만 아니라 흑두루미나 독수리처럼 큰 새들은 전깃줄에 걸려 날개를 다치기도 한다. 생존에 필수인 날개를 다친 새는 결국 도태되니 새들에게 전깃줄은 위협일 수밖에 없다. 새들을 위해 이런 전깃줄을 없앤 첫 지역이 순천시다. 2009년 4월 순천시는 순천만 주변 농경지에 있는 전봇대를 뽑아버리고 그 들판에 흑두루미 모양으로 벼를 심어 경관 농업을 시작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한데 전봇대를 뽑자고 하니 농민들이 순순히 동의했을 리 없다. 한국전력조차 전봇대 철거를 거부하자 순천시와 순천만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설득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전봇대가 사라진 59헥타르에 이르는 들판은 철새 보호구역이 되었다. 그곳에서는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지어 수확한 벼를 흑두루미 먹이로 공급한다. 흑두루미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어떤 새든 와서 쉴 수 있도록 무논 습지를 확보해서 새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순천 시민들은 새들이 겨우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불빛 차단 울타리와 차량 차단막을 설치하여 잠자리며 먹이터를 마련해주었다.
---「새들을 위해 전깃줄을 없앤 도시, 순천_ 흑두루미」중에서

밟혀서 완전히 짓이겨지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질경이는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다. 꽃자루에 작은 흰 꽃이 피고 검은 씨앗이 맺히는데 바닥에 엎드려도 루페 없인 구분이 어렵다. 이 씨앗에는 젤리 같은 물질이 있어 물에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접착력이 생긴다. 이런 씨앗의 특성 덕에 질경이는 길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신발 바닥, 마차 바퀴 그리고 21세기에는 자동차 타이어에 묻어 먼 곳까지 이동하며 영역을 넓혀나간다. 질경이 생김새 하나하나에 자손을 퍼뜨리려는 진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걸 알고 나니 질경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풀이란 생각이 든다.
---「밟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숙명을 안은 풀_ 질경이」중에서

다람쥐나 어치 같은 동물들은 도토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모아서 자기가 기억할 수 있는 장소에 숨겨놓는다. 겨우내 꺼내 먹을 식량을 저장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건데, 도토리를 가져가 땅에 숨기는 동물들의 이런 행동은 참나무 입장에서도 좋다. 나무 아래로 떨어진 도토리가 설령 싹을 틔운다고 해도 큰 나무 아래서 다른 나무가 제대로 자라긴 쉽지 않으니 가능하면 멀리 떨어지는 게 자손을 퍼뜨리기에도 유리하다. (중략)

숨겨놓은 도토리를 동물이 다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니 잊히는 바람에 용케 살아남은 도토리는 적당한 깊이에 묻혀 있다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올리며 큰 참나무가 된다. 그리고 어치와 다람쥐는 도토리를 잘 묻어준 수고의 대가를 가을에 도토리로 되돌려받는다.
---「참나무 숲은 누가 만드나?_ 다람쥐」중에서

가을은 서서 보면 코스모스, 구절초로 들판이 아름다운 계절이고 자세를 낮추고 보면 그 틈바구니에서 앙증맞은 풀꽃들이 진 자리에 다양한 모양의 씨앗을 만나기 좋은 때다. 풀꽃들 가운데 예쁜 꽃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이라는 생뚱맞은 이름을 가진 풀이 있다. 이질풀은 이질을 치료하는 지사제로 한방에서 쓰이는 풀이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예쁜 이름보다는 실용적인 정보가 더 중요했을 법하다. 여름내 분홍 꽃을 피우던 자리가 가을이면 씨앗을 품고 있는 꼬투리로 근사하게 변한다. 씨앗이 여물면서 꼬투리가 터지면 안에 있던 씨앗이 튕겨 나간다. 씨앗이 완전히 튕겨 나가지 않고 아직 꼬투리에 붙어 있는 모습이 내 눈에는 화려한 샹들리에 같다. 풀숲에 샹들리에가 군데군데 놓여 있는 듯 어여쁘다. 여문 꼬투리가 벌어지는 힘에 씨앗이 멀리 튕겨 나가는 것도 식물이 자손을 퍼뜨리는 전략이다. (중략)

우리는 주로 꽃의 화려함에만 관심을 갖곤 하는데 꽃이 진 자리를 살펴봐도 볼 게 풍성하다. 여름 내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데다 아름다운 꽃까지 선사해주는 등나무는 콩과 식물로 가을이면 콩깍지를 닮은 꼬투리가 주렁주렁 열린다. 여문 꼬투리가 비틀리면서 벌어지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식물이 스스로 씨앗을 멀리 퍼트리고자 하는 노력이 가상하게 느껴진다. 단풍나무나 소나무는 씨앗에 날개를 붙여서 바람에 실어 보내고 도꼬마리나 엉겅퀴는 동물의 몸에 무임승차해서 씨앗을 멀리 퍼트리기도 한다.
---「널리 퍼트리고 꽃피우기 위한 씨앗의 전략_ 이질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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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려내는 것은 손의 일이지만, 실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최원형의 《사계절 기억책》은 뭇 생명체와의 연대하는 마음을 질료 삼아 글과 그림으로 그려낸 책이다. 생명 있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마침내 모든 것이 제대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드러낸다. 환경 팔아 장사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이 책은 기후위기에 대한 ‘염려만’ 풍성한 책들과 다르다. 저자는 다정하고도 진정성 있는 시선으로 이웃한 생명에 귀 기울인다. 기후위기, 멸종위기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김기정 (뉴스펭귄 대표 )
최원형 작가는 우리에게 지구를 위한 투사가 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도시와 일상의 삶에서 예민하게 느끼고 공감하면, 결국 타자와 맺는 관계망의 세계가 넓고 깊어져 자연에 자연스레 안길 거라고 말한다. 책을 읽은 뒤 나는 시금치를 먹으면서 이주노동자에 미안해했고, 꽃 먹는 직박구리를 찾느라 아파트 단지를 헤맸다. 다른 존재에 친절히 대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도시 생활자의 수상록이다.
- 남종영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 환경 논픽션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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