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3년 09월 0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01쪽 | 295g | 128*188*30mm |
ISBN13 | 9788972976196 |
ISBN10 | 897297515X |
발행일 | 2003년 09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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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1쪽 | 295g | 128*188*30mm |
ISBN13 | 9788972976196 |
ISBN10 | 897297515X |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1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
16,020원 (10%)
1. 때로는 크리스마스에도 악마 같은 아이가 태어난다 철드는 아이 어떤 라임오렌지나무 가난에 찌든 손가락 작은 새, 학교 그리고 꽃 네가 감옥에서 죽는 것을 보겠어 2. 아기 예수는 슬픔 속에서 태어났다 박쥐 정복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잊을 수 없는 두 차례의 매 엉뚱하고도 기분 좋은 부탁 (...) 옮기고 나서 |
학창시절 읽어보았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야기. 그 당시 읽었을 때는 '왜 이렇게 어른들이 잔인할까", '제제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정도의 느낌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엄마로서 30대 나이가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물이 자꾸 나서 멈췄다 다시 읽고, 또 읽다가 잠시 멈추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제제의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말과 행동을 볼 때마다 비슷한 또래인 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런 작디작은 어린아이가 냉혹한 현실세계를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혼란과 상실감을 겪는 모습에 너무 안쓰러워 제제를 꼭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또한 호기심 넘치고,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제제를 이해 못하고 그저 문제아로 바라보고, 억압하려는 어른들. 10대 때 읽으면서는 그런 어른들의 행동에 화가 났었던 것 같은데,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자식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케어해 줄 몸과 마음의 여력이 얼마나 없었으면 저랬을까~' 지금 다시 읽어보니 조금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폭력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제제는 소중한 것들과의 이별을 통해 현실을 자각했고, 자신 안의 '파랑새' 와 친구였던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 를 보내주며 한층 성장하게 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이며, 이렇게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성장한 것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나이가 들어가도 내 안의 파랑새를 꼭 간직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제처럼 세상을 호기심 넘치게 바라보고, 순수함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예민, 조숙, 상상력이 풍부했던 제제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주었던 책 속의 에드문두 아저씨, 마누엘 발라다리스(뽀르뚜가) 아저씨, 쎄실리아 선생님과 같이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P161 "달려라, 달려! 평원이 물소와 들소로 가득 차 있다. 이봐 총을 쏘라구.."
바람, 말, 질주, 구름 먼지, 그 속에서 루이스가 거의 악을 쓰고 있었다.
"제제 형! 제제 형! "
나는 천천히 말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며 뛰어내렸다.
"무슨 일이야? 어떤 물소가 네 쪽으로 왔어?"
"아니 다른 거 하고 놀자. 인디언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
: 놀라운 상상의 나래. 이 시기만이 가능한 상상력으로 성장하는 시기.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싶었습니다. 온갖 상상을 하며 잔뜩 설레하던 그 어린 시절.
아파트 풀숲가지 안이 나의 비밀기지라며 혼자 안에 들어가서 바깥의 동태를 살피던 일, 나뭇가지를 던지며 가지 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무작정 따라가며 모험을 떠나던 일, 친구와 인형으로 상황극을 하며 신나게 놀던 날 등등.
'제제가 밍기뉴 라는 친구가 있었다면 나는 어딜 가든 함께하던 친구 곰돌이가 있었지~' 나의 어린시절을 한창 떠올리게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P267 이제 이 세상에서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젠 다시는 나의 또르뚜가를 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더 이상. 그는 가 버린 것이다.
P270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그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장면입니다. 제제의 슬픔을 걷어주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었던 뽀르두가.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상관없이 깊은 우정을 나누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의지를 많이 했던 뽀르두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제제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픔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아픔을 묘사한 부분이 저에게도 너무 와닿아 저절로 눈물이 났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상실감을 느끼고, 사랑하는 것과 이별하는 순간이 있었을테니깐요. 그런데 어린 꼬마가 그런 아픔을 느끼다니, 너무 빨리 성숙해져버린 제제를 생각하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미안하단 말과 함께 안방으로 사라졌다
오늘 밤도 아빠는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취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실업자가 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고 있다. 합판으로 지은 시골집 안은 한여름의 눅눅함이 가득했다. 습기는 가족의 무거운 침묵을 전부 머금었는지 참기 힘든 꿉꿉함을 더하고 있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것, 집이 가난해졌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날 밤에도 역시 나와 동생은 숨죽인 채 소주 한 병을 비운 아빠가 잠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방으로 아빠가 들어왔다. 이내 아빠의 술버릇인 집안 내력 외우기가 시작됐다. 안동권씨 복야공파 35대손, 시조 태사공, 할아버지 이름…. 끝날 줄 모르고 반복되던 내력 외우기는 “이제 정말 짜증나요. 그냥 주무시고 제발 일 좀 하세요.”라는 동생의 잔인한 한 마디에 끝날 수 있었다. 아빠의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안방으로 사라졌다. 그대로 동생의 뺨에 주먹을 내리 꽂았다. 아빠의 힘없는 어깨, 동생의 짜증 섞인 목소리, 집안을 맴도는 깊은 슬픔과 무거운 침묵, 가난한 집에 대한 원망과 자기혐오를 주먹에 담아 동생을 패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얼마 뒤, 우연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를 만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불 속에 숨어 오열했다. 베갯잇을 거세게 물고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과 신음소리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감춰야만 했다.
책이 가진 위로의 힘을 처음으로 느낀 책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깊은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특별히 그 친구가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나에게 제제가 그랬다. 아빠가 뒤에 서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른 체 “아빠가 가난뱅이라서 진짜 싫어.”라는 말을 내뱉은 제제는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에도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아빠를 위해 구두닦이 통을 들고 거리를 헤맸다.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헌 장난감이라도 선물하려 먼 길을 걸었다. 그런 다섯 살 제제의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내게 주었다.
벌써 일주일 전에 내 라임오렌지 나무를 잘라 갔어요.
가난만큼 어린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것도 없다. 온통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투성이인 꿈 많은 나이에 가질 수 없고, 할 수 없다 막아서는 잔인한 세상의 벽에 좌절케 한다.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화제에 오르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가난은 어린 코끼리 발의 족쇄처럼 제 인생의 한계를 스스로 긋게 만든다. 가난한 현실을 알아가고 거친 세상에 일찍 철이 들수록 삶은 점점 더 삭막해져만 간다. 감수성 가득한 다섯 살의 제제 역시 바싹 메말라버렸다. 제 나이를 잃은 제제의 조숙함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상처받은 제제에게 흥미진진했던 동물원 구경도, 평원을 질주하는 카우보이와 사냥 놀이도 이제는 좁은 닭장과 작은 나뭇가지로 보일 뿐이다. 가난은 멋진 라임 오렌지나무 밍기뉴와 따뜻한 친구 뽀르뚜가를 제제에게 선물해 줬지만 또 너무나 일찍 세상의 슬픔에 눈 뜨게 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초등학교 무상급식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가난함임에도 그 가난을 스스로 고백해야만 공짜로 급식을 준단다. 모두가 꿈을 먹고 자라나야 할 어린아이들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잔인해도 가난 때문에 아이들이 차별받고 좌절과 슬픔에 빠지게 하진 말아야 할 텐데, 왜 자신들 멋대로 만든 세상의 책임을 이 한없이 여리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걸까. 왜 조금이라도 가난한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아파트 평수로 계급을 매기는 부모들의 못된 버릇이 이제는 아이들의 친구들마저 빼앗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일찍 철듦을 강요하고 세상의 슬픔에 눈 뜨게 만들려는 어른들에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천사 같은 아이, 제제의 이야기를 꼭 한번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