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5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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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2쪽 | 700g | 148*210*30mm |
ISBN13 | 9788937425363 |
ISBN10 | 893742536X |
발행일 | 2005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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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2쪽 | 700g | 148*210*30mm |
ISBN13 | 9788937425363 |
ISBN10 | 893742536X |
추천의 글 개정판 서문 1판 서문 1부 기술의 두 측면 1. 노동의 종말 2. 기술 확신 및 시장의 현실 3. 기술 천국의 이상 2부 제3차 산업혁명 4. 하이테크 미개척지로의 이전 5. 기술과 흑인의 경험 6. 자동화에 대한 대논쟁 7. 포스트포디즘 3부 전 세계 노동력의 감소 8. 더 이상 농부가 필요 없는 세상 9. 블루칼라의 종말 10. 최후의 서비스 노동자 4부 진보의 대가 11. 첨단 기술의 승자와 패자 12. 노동자 계급을 위한 진혼곡 13. 국가의 운명 14. 더욱더 위험한 세계 5부 후기 시장 시대의 여명 15. 노동 시간의 리엔지니어링 16. 새로운 사회계약 17. 제3부문의 강화 18. 사회적 경제의 세계화 |
어디에나 인용될 정도로 유명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분이지만 정작 완독한 사람은 별로 없는 책들이 있다. 아마 이 "노동의 종말"을 비롯한 제러미 리프킨 저작들 역시 세계 유수의 CEO 서가에 장식품처럼 꽂혀 있을 듯하다. 대학원 강의 시간에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강독하면서 노동, 작업, 행위에 관해 고찰하고 있다. 이 강의를 마무리할 때 '그러면 노동이 없어질 수도 있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노동이 없어질까, 혹은 없어지도록 두어도 되는가?'를 생각하기 위해 이 "노동의 종말"과 "노동의 종말에 반하여"를 읽고 함께 이야기하기로 했다.
미래를 예측한 책을 정작 그 미래가 도래했을 때 다시 읽으며 정말 그렇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기분이 묘했다. 어린 시절 SF 만화에서 보았던 물건들이 현대에 발명되고 있듯, 어쩌면 이런 류 책이 어떤 미래를 끌어올지 결정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대한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인지, 제러미 리프킨의 통찰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인지 실제로 우리 노동 조건 많은 부분을 잘 예측했다. 원인 분석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학자나 정부 기관이 그가 제시한 대안을 참고하여 그 다음을 세팅하고자 한 측면도 있을 듯하다. 아직 자본주의가 진리처럼 승승장구하던 그 옛날?에 제3부문이 가진 가능성을 통찰하고 대안으로 제시한 지점이 놀라웠다. 오래 전에 쓴 책이기 때문에 리프킨은 새로운 서문에서 그간 발생한 변화와 제3부문의 부상을 '거봐, 맞지?'라는 느낌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저자는 400쪽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 대부분을 실제 데이터와 사례를 나열하여 기계화+리엔지니어링이 시장과 노동 구조에 가져올 폐해를 설명(예측)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90년대에 예측한 시기가 도래했고 실제로 예측이 맞아 떨어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리프킨은 그래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좀 더 오래 승승장구하리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간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대표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몰고 온 경제 공황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그러한 흐름을 통해 세계에 저성장시대가 도래했으며 생활 방식 전반에 대해 재고하고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믿었던 합리적 개인, 경제적 인간은 없었다.
최근에 맞은 경제 공황 원인을 분석하면서 학자들은 커져 가는 빈부격차가 중요한 원인인 동시에 향후 갈등 요소 중 하나가 되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 기술 발전과 리엔지니어링(고용 유연화, 대량 해고)을 통해 적은 인건비를 들이고도 높은 생산성 향상을 달성해왔지만, 생산성 향상에 대한 파이를 노동자와 나누지 않았다. 노동자와 CEO 간 임금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근거 자료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문제는 이렇게 노동자가 소비 능력을 상실해가면 기업이 아무리 물건을 많이 만들어도 구입할 사람이 없어 다같이 망하는 길로 가게 된다. 저성장을 불러오는 순환 속에서 노동자에게 물가 변동에 따른 임금 인상, 좀 더 급진적으로는 기업 세금 감면 폐지나 부자에 대한 증세와 동시에 공유재에 대한 배당 개념 기본소득 지급(리프킨은 복지나 세금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그냥 주는 방식' 말고 제3부문을 이용해 임금 형식으로 분배를 평등하게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과 같은 방식으로 빈부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마케팅이 주입한 욕구에 따라 필요 없는 물건까지 생산과 소비하는 우리 삶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테다. 물건과 화폐를 매개하지 않고도 노동과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구조를 구축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 http://blog.yes24.com/document/10559697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http://blog.yes24.com/document/10432719
"사무인간의 모험 ": http://blog.yes24.com/document/10670017
아래 부분을 읽으며 '피로사회' 담론이나 푸코의 신자유주의적 세밀한 통치에 대한 비판이 떠올랐다. 또한 휴직 기간에 퇴사나 노동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최근 읽은 위와 같은 노동 관련 서적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중간 관리직이 급감하는 맥락이 있었을 듯하다. 감시와 통제, 관리하는 관료주의 위계질서 시스템의 폐해는 분명하나, 요즘 도입하고 있는 소규모 공동체 팀 내 합의 체제+ 필요할 때 프로젝트로 이루어지는 업무 방식 역시 우려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견 그런 끈끈함은 화기애애하고 아름다울 듯하지만, 개인주의자들에게 특히 폭력적으로 강요되는 지점 또한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시민단체에서 일할 간사를 구하는 공고에서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잘해야한다는 문구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 전반이 세밀한 부분까지 피로하게 서로 눈치 보는 구조와 문화를 공유하게 된 이유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그런 요구를 공적으로 명시하는 일은 좋게 말하면 뽑을 간사에 대한 사회성과 인성에 대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그 조직에서 갈등 원인을 공론화하거나 고통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압박이기도 하다. 이런 비교적 동양적인 공동체 문화 지향을 보며, 서로 좀 더 '소쿨'할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리프킨이 보기에 일본에서 종신 고용+가족 같은 회사 문화+기술 발전을 통한 세밀한 통제가 흥미로우면서도 우려스럽게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 듯하다.
"하이테크 스트레스
... 지난 50년 동안 수집된 많은 통계 자료는 전 세계의 공장과 사무실에 도입되고 있는 많은 <신>경영 기법의 장점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미국보다 연간 200~500시간을 더 일하는 일본의 공장에서는 어셈블리 라인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속도가 빠르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으로 대부분의 노동자가 대단한 피로를 느낀다...
1950년대 중반 일본 기업들은 일본의 여건과 생산 목표에 아주 적합한 테일러리즘의 혼합 형태를 만들어 냈다. 7장에서 언급했듯이 포스트 포디스트 생산에서 작업팀은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하여 계획 결정에 참여하는 스탭과 라인 종업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면 실행 계획은 자동적으로 생산 공정으로 들어가고 라인의 모든 사람들이 쉴새 없이 일을 한다. 노동자들도 생산 라인을 멈추도록 장려되고 다시 생산의 속도와 예측성을 높이기 위하여 현장에서 품질 관리 결정을 하게 된다.
작업이 어떻게 실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노동자의 발언권이 없었던 미국의 전통적인 과학적 관리법과는 달리, 일본의 경영자들은 동기 부여 기법과 구식의 강압 방법을 결합하여 정신적 육체적인 노력을 보다 완전히 착취할 목적으로 노동자의 참여를 일찌감치 결정하였다. 한편, 노동자들이 회사를 자신의 가정이나 안식처로 생각하고 회사와 일체감을 갖도록 하였다... 일본 기업들은 종교 집단 또는 군대와 같은 또 다른 형태들의 종합적인 제도와 흡사하다. 한편 노동자들의 충성에 대한 보상으로 노동자들은 평생 고용을 보장받았다. 일본의 노동자들은 종종 평생 동안 같은 회사에 다닌다." 278-279쪽.
기술 발전과 리엔지니어링(지금은 실체는 불분명하나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까지 도래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한 실업자 증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임금은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나눠가져야 한다는 상식적인 주장을 이미 오래 전에 리프킨이 이 책에서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주당 근무 시간 20시간대까지 이야기하는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45시간으로 줄이는데도 진통을 겪었던 상황이 떠올라 씁쓸하다. 일하는 사람은 분주하고 피로해서 고통스럽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고용 형태인 비정규직으로서 고통스럽다. 지난 여름 맑시즘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오가는 자리가 있었는데, 노동자가 연대해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개선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 공감했다.
"문제는 일 자체에 대한 바로 그 개념이다. 모든 공식적인 일들이 인간에서 기계로 넘겨져 있는 곳에서 어떻게 인간이 미래를 준비하는가? 우리의 정치 제도, 사회적 계약 및 경제적 관계는 열려진 시장에서 그들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파는 인간에 기초한다. 그러한 노동의 상품적 가치가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분배에 있어 더욱 더 중요하게 되지 못함에 따라, 수입과 구매력을 제공할 새로운 접근방법이 실행될 필요가 있다. 공식적인 노동의 대안들은 미래 세대의 정력과 재능을 결합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시대에 있어, 세계 경제의 리엔지니어링에 의해 영향을 받는 수 억의 노동자들은 자문을 받고 보살펴져야 한다. 우리가 전 세계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움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산업화된 국가들이 21세기의 후기 시장 시대로 성공적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두 가지의 구체적인 행동 경로가 활발히 모색될 필요가 있다.
첫째, 새로운 노동 및 시간 절약 기술의 도입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을 수백만의 노동자와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기술 진보의 과실을 공정히 나누어 먹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극적인 향상이 근로 시간의 감소와 급료 및 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 공식 시장 경제에서의 고용 감소와 공공 부문에서의 정부 지출의 감소는 보다 많은 관심을 제3부문인 비시장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시장 또는 입법안으로는 더 이상 다루어질 수 없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욕구의 해결을 위해서 다가오는 세기에 사람들이 찾을 곳은 사회 경제인 제3부문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탐색하고 그들의 시간의 상품 가치가 사라지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장이다." 318-319쪽.
도덕 수업 시간에 중학생에게 진로 교육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차피 저성장시대이니 지금 안정적이고 처우가 좋아보이는 일(자체가 사라지고 있음)로 몰리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고 비교적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편(좋은 싫든 여가 시간이 늘어남)이 나을 수도 있다는 제안도 함께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이 생겨날지 알기 어려운 시점이므로, 현 시점에서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예측, 예를 들어 기계가 대신하기 아직은 어려운, 손가락이나 신체의 정교한 움직임과 감정 소통이 중요한 요양 등의 돌봄 노동을 든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제3부문'에 주목하면서 '자발적 봉사', '사회적 경제'와 같은 대안들을 나열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대한 사례에 따르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민 단체 연대 등 유사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문제는 그러한 좋은 활동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개인적으로 이 지점 굉장히 미국인 다운 생각이라고 봄). 노동 구조 재편 시대에 제3부분을 경제 범주로 끌어들이기를 바라는 듯해보였다. 그러나 '화폐'를 매개로 금전적 보상으로 환원하는 방식에는 강약점이 있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보상을 해서라도 제3부문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리프킨도 책에서 모색해보고 있듯 '(대가를 바라지 않고) 증여하는 기쁨'처럼 돈이 아닌 방식으로 생각지 못한 (내적) 보상을 하는 등 참신하고 다양한 다른 대안들을 투입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원래 가치와 동기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센델의 주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보았다. 어쨌든 리프킨의 예언이 지금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공유 경제와 같은 방식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을 떠올리니 놀라웠다.
"공동체 서비스는 전통적 형태의 노동에 대한 혁명적인 대안이다. 노예, 농노, 임금 노동자와 달리 강제성도 없고 금전적인 관계로 환원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도움 행위이자 타인에게 베푸는 행위로서 스스로 원해서 하는 행위이며 금전적인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고대 경제에서의 선물 주기와 유사하다. 공동체 서비스는 세상 만사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나오며 개인의 부채 의식에 의해서 동기화된다. 이것이 종종 수혜자와 후원자 간 경제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교환이다. 이 점이 공동체 서비스와 물질적 내지 금전적 교환이자 경제적 손익이 사회적 결과보다 우선시되는 시장 행위와의 차이이다." 345쪽.
어쨌든 현실적 필요 때문에라도 제3부문을 옹호하며 정부와 기업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리프킨의 취지에 공감했다. 시장 경제에서 비교적 '독립'하려는 영역들이 가질 수 있는 강점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 필요한 시대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성장 시대에 대한 민감한 촉을 발휘하여 가장 돈이 되기 어려울 듯한 분야를 선택해 실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독립 서점(작은 책방), 독립 출판 업계를 눈여겨보며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있다. 그들의 고민과 대안 마련 과정을 들여다보면 경험적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독서를 통해 가까운 미래를 살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살자고 제안해야 좋을지 공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존하는 각 분야에서 어떻게 (시장이나 화폐로부터) '독립'적인 영역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의외로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체적 고통에 관해서는(정신적 고통은 더 심해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나) 노동이 비교적 쉬워진 시대, 이제는 인간 스스로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은 신체나 노동력 자체보다도 '시간'이 되었다는 리프킨의 통찰이 인상 깊었다. 많아졌고 앞으로 더 늘어날 (여가) 시간을 의미와 보람 있는 노동과 작업과 행위로 스스로 나름 잘 채워가며 자기 삶을 기획할 줄 아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 듯하다.
"제3부문은 좌절하고 있는 수많은 실업 대중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참가 정신의 점화 및 공동체 의식의 재건 노력은 탈시장 시대에 있어서 독립 부문이 변혁의 주체로서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를 상당 정도 결정할 것이다. 제3부문이 증대하는 실업 대중의 욕구를 담보하기에 충분한 속도로 성장하고 다양화될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일상사에 있어서 공식 시장과 중앙 정보의 역할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는 전환기에 있어서 문명화의 제도적 틀을 재확립하기 위한 최후의 최선의 희망으로 되고 있다." 392쪽.
책의 핵심 주제는 간단하고 명확하며 공감할 만하다. 그런데 비슷한 주장을 구구절절 반복하거나 방대한 정보를 나열하고 있어서 책 분량이 많아진 듯하다. 오타도 많은 편이다. 숫자를 외우려고 읽지 않았으므로 약간 정신을 내려놓고 읽었다. 읽어야할 책이라 의지를 내어 붙들고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지금 읽어도 유의미한 내용이 많은 흥미로운 책이므로 핵심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컴팩트하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듯 아쉽기도 했다.
심각한 실업사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조금은 섬뜩한 문구이다. 사회노동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리프킨의 저서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을 손에 들었다. 두터운 책이 더 뿌듯하게 느껴진다.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책 내용의 98%이상이 ‘왜 노동이 종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인지, 산업별로 기계가 어떻게 노동을 대체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물론 미국 뿐 아니라 아주 거시적 안목으로 전 세계적으로 구체적 정황을 아주 소상히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지루하다.
리프킨의 제1대안. 제3부문의 보상과 일자리 창출???
정작 자동화와 산업화, 기계화를 통해 사라지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제3부문(the Third Sector)의 일자리 창출과 보상이 대안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니까 무상으로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사회봉사자 등의 활동에도 임금을 제공하여 일자리로 만들자는 것이다.
리프킨의 제2대안. 노동시간의 단축?
리프킨은 두 번째로 ‘노동 시간의 단축’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국가적으로 주당 35시간의 노동을 시행하며 모범을 보이고 있는 프랑스를 성공적인 예로 들고 있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어느 정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프킨의 제3대안. 군사비의 감축
또 다른 대안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낭비되고 있는 군사비를 감축하자는 것이다.
리프킨의 주장은 인류 모두가 희망하는 중요한 대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가 너무도 이상적이라는 것에 있다. 말하자면 실현되기 어려운 꿈과 같이 들린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리프킨은 노동자들의 임금격차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빈부격차가 결국 우리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분배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프킨의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임금격차, 빈부격차, 일자리 문제를 해소시켜보자.
한국문제 제1안.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먼저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임금을 받고 있는 대기업, 금융권 등의 근로자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20~30%의 임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비축한 자금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문제 제2안. 저임금의 하급 일자리라도 창출한다???
그렇게 새롭게 생성된 일자리가 비록 저임금이더라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자리여서 어느 정도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계약직이나 파견직 등의 비정규직이 되겠다. 리프킨은 추가로 발생하는 잉여 일자리에 대한 자격 언급이 없어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설령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이미 상당액의 연봉이 삭감되어 채용된 인재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대기업 뿐 아니라 작은 중소기업까지 모두 적용된다. 강제로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그에 따라 임금이 축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남아도는 시간에 돈 없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더 이상 노동이 없는 유토피아의 시대가 되어가지만 사람들의 고통의 소리가 더 늘어나는 것은 왜 일까? 여유가 있어도 돈이 없다면 그것도 고통이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한국문제 제3안. 가진 자의 재산을 강제로 환수해 고루 분배한다???
일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일제시대 후손들의 자산을 압류한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에서 부를 축적한 인물들의 재산을 환수한다.
과연 누가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박봉의 일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가. 물론 경력초기에는 그런 일이라도 수락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지속적으로 그런 일을 수행해나갈 것인가.
그러나 리프킨의 주장처럼 세계 노동 시장의 문제는 보기보다 아주 심각하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일자리 창출이 앞으로도 더욱 어려워지고 복지환경도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최근 미국으로 시작된 금융권 위기가 전 세계적 금융재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재난 뒤에는 소위 잘나간다는 상위 프로페셔널리스트들로부터 원인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엘리트들의 책임론이다. 그러나 과연 소위 소수의 엘리트라는 그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까.
우리 모두 다 같이 경제적 이득과 사회적 복지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리프킨의 이상적 조치가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이상적 대안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리프킨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직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대학을 졸업해도 곧 백수, 백조로서의 암울한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힘들게 취업한 30대도 길거리로 내몰린다. 4,50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연봉을 삭감하고라도 일을 하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길바닥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정이다.
잘못하면 <노동의 종말>이 <사회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말 이대로는 힘들다. 너무 힘들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지도자들은 도대체 어떠한 대안을 내세우며 살아가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자면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하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는 현정권의 발상은 어떨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제처럼 어느 것이 맞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말하기도 참 무섭다.
하지만 이대로 중산층 이하의 저소득층을 계속해서 내버려둔다면 정말 큰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보다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인상 깊은 문구:
전 세계 노동력의 죽음은 돈에 눈먼 고용주와 무관심한 정부의 손에 의해 매일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는 수백만의 노동자에 의해 내부화되고 있다. 그들은 해고 통지서를 기다리거나 깎인 보수에 시간제로 일해야 하며 복지수당을 받아야 하게끔 밀려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새로운 국제적 상업 및 무역 세계에서 소모품화되고 관련이 없어지고 마침내 사라져 버릴 것이다...
- <노동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