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2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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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4쪽 | 70g | 109*155*15mm |
ISBN13 | 9781101911761 |
ISBN10 | 110191176X |
발행일 | 2015년 02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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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4쪽 | 70g | 109*155*15mm |
ISBN13 | 9781101911761 |
ISBN10 | 110191176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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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두 딸이 있다.
나는 두 딸에게 결혼을 권유할 생각이 없다. 나의 짧은 결혼생활을 뒤돌아보건데, 결혼이 그녀들에게 얼마나 차별적인 제도일런지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다른 조건들을 생각해보면 아주 훌륭한 편이다.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이고 훌륭한 내 남편도 아내라는 존재를 partnership 이 아니라 ownership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90년대 후반의 비교적 현대적인 교육 덕에 적어도 겉으로는 동등한 척, 존중하는 척 모양새는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가 설정한 경계 안에서 자유롭고 그가 생각한 상식 선에서 행동해야 착하고 좋은 아내라는 것을 말이다. 한번은 내가 보복운전을 당한 적이 있다. 보복운전을 한 사람은 남자였는데(아마 내가 남자였으면 안 따라왔을 것이다), 마침 차를 따로 가져가 앞에서 운전 중이던 남편이 세워서 그 남자에게 매우 위압적인 태도로 욕을 해대었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조금 울었는데, 남편은 나를 지켰다는 만족감에 입에 가득 웃음을 띄고 운전은 조심해야 하는거라며 나를 달래주었다. 남편은 그럴 때 본인의 가치와 힘을 확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울음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남편의 만족감을 위해서 더 울었다.
남편은 딱히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책임감이 강하고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전통적인 사고를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런 전통적인 사고가, 가부장적인 사고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몸소 경험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강한 사람일수록 차별적이고, 차이를 존중할 줄 모르고, 권위적이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차별, 억압, 폭력은 우리 사회에 디폴트값으로 저장되어 있다.
내 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여자라서 안되고 여자라서 재수없고 여자라서 답이 정해진 선택을 강요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남자라서 이래야 하고 남자라서 이러면 안되는, 충분한 생각과 근거가 없음에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누구든, 성별이 어떠하든, 온전한 자유의지를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책의 저자는 말한다. 보다 나은 세상, 차별이 아닌 차이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고자 한다.
그런데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이다.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면 남편을 비롯한 주변에서 무슨 욕을 들은것 마냥 기분나빠할테니까(저자도 그러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페미니스트라고 정의받는 순간, 아니라고 했다고) 나는 숨길 것이다. 나는 길게 살아남아서 나이 일흔에 페미니스트라고 외치고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딸들에게 partner가 될 배우자가 아니라면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칠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이번엔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를 주문했다.
내가 언제 페미니즘을 처음 들었나 생각해보면 이 책의 원형인 TED 강의였던 것 같다. 아 물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한 것이 그때라는 의미다. 영어로 쓰여있지만 글이 길지 않고 또, 어렵지 않은 단어와 문장으로 되어있어 쉽게 읽어볼 수 있는 원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가 페미니즘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한다면 난 우선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