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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작가의 말: 여름의 안부 일러두기 |
金錦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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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갈 곳이 저기하면 여기 있어도 돼.”
뒷산에서 아주 축축하고 짙은 나무 향을 품은 바람이 불어왔다. 담장의 노란 산수유꽃을 흔들고 신문지 사이로 파고들어 종이 끝을 들썩였다. “내가 내줄 수 있는 게 지금은 수미 방밖에 없네.” 그렇게 수미 엄마가 말할 때 손열매는 아주 익숙한 얼굴, 고수미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순하게 처진 눈과 상대를 부드럽게 응시하는 눈동자가 둘은 꼭 닮아 있었다. --- p.51 “나는 왜 이렇게 쓰잘데기없이 젊은강 모르겄어.” 처음 할아버지는 아예 열매 말을 이해 못 하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펄쩍 ─ 앉아서 ─ 뛰었다. “젊은 게 을매나 좋은 건데 그러냐. 길가의 나뭇잎도 새로 난 잎사구가 최고 이쁜 잎사구고 시멘트 공구리도 갓 양생한 시멘트가 가장 단단허고 잘난 시멘튼 겨. 근데 우째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열매 니는 할애비가 니 이름을 왜 열매로 지은지 정녕 모르는 겨? 나무가 내놓은 가장 예쁘고 잘난 거라 그렇게 한 겨.” --- p.89 “방금 뭐예요? 정전기 같은 건가?” “굳이 설명한다면 친교적 조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 p.181 “열매야, 두 정거장 가문 이제 집이니께 슬슬 인나서 힘차게 가라 응?” 하지만 손열매는 눈을 감은 채 창가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뭔가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마음을 차게 쓸고 갔다. 뭔가 다른 것, 완평을 찾아간 그 봄처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 완주 나무도 없고 숲의 친교도 느껴지지 않는 이 도시에도 가끔은 그런 기적이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 --- pp.235-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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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쓰는 내내 나 또한 세계와 연결된 커다란 구덩이 ─ 열매와 어저귀가 안겨 있던 ─ 속에 있었다고만 적어 둔다. 이 책을 독자들 손에 내보내며 다시금 더 커다란, 더 섬세한, 더 긴밀하게 얽혀 지름을 넓혀 가는 친교적 공간을 상상해 본다고. 그렇게 해서 당신도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에 한 번쯤 골똘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첫 여름, 완주 읽는 소설 「작가의 말: 여름의 안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