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갈등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 게임이론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게임이론은 기본적으로 두 명 이상의 참가자 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어떤 행동의 결과가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의 행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분석한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살아간다면 상호작용이랄 게 없고, 당연히 갈등도 없다. 하지만 상사, 동료, 부하와 끊임없이 부대껴야 하는 직장에서라면 상대방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거기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직장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 게임이론적 사고방식과 해법이 유용한 이유이다. ---「들어가며」중에서
직장에서는 매일 상상할 수 있는 온갖 경우가 발생하고, 상상도 못 할 희한한 상황들이 느닷없이 추가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각자의 전략과 행동을 탄력적으로 수정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혼합 전략이다. 가위바위보 할 때처럼 확률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다. 혼합전략하에서는 싸움닭도 가끔씩 눈물을 보여야 하고, 집토끼도 때로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져 상대방의 방심과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 즉 나의 수(手)를 들키지 않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 여기에 혼합전략의 묘미가 있다.
---「1장 우리는 모두 게임을 한다」중에서
하나는 대하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직장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 거다. 세종대왕이 된 서운해 사장을 여러 내시와 무수리가 지극정성으로 보필한다는 내용이다(이런 건 무조건 1등이다). 다른 하나는 한때 유행했던 걸그룹(머리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다닌다더라)의 댄스를 연습해서 부서원 전원이 노래와 율동을 하는 거다. 노래가 쉽고 트로트 필도 팍팍 들어가기 때문에 사장과 임원들이 좋아할 거란다.
나원래 과장은 이미 결심이 섰다. 무조건 첫 번째 안을 밀어붙일 생각이다. 그런데 엄언아 대리를 비롯한 여직원들이 두 번째에 꽂혔다. 이참에 ‘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그러지 말아야 한다. 나 과장은 남직원들의 저질 체형을 이유로 들며 좋은 말로 설득을 했다. 하지만 요령부득. 자기들은 원래 대하드라마는 안 보는 세대고, 특히 [뿌리 깊은 나무]를 하면 여자들은 죄다 무수리 아니냐며 죽어도 싫단다. 각본을 바꿔 중전이나 공주를 시켜준다고 해도 스타일이 안 맞아 곤란하단다(뭔들 맞을까). 급기야 남자 따로, 여자 따로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막말도 나왔다. 아, 연습시간도 부족한데 이 일을 어쩐다? ---「2장 적인가 아군인가」중에서
게임이론에서 제안하는 주인-대리인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이 방법들은 실제 현실에서 작동 가능하고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
둘째 대리인의 행동이 주인의 이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끔 하는 유인계약(Incentive contract)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이 직원 급여를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누어서 주는데, 실적에 비례해서 주는 성과급이 바로 유인계약이다. 성과급 제도하에서 직원은 주인이 보든 말든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할 유인을 갖는다. 스톡옵션 제도도 마찬가지인데 경영진은 회사의 주가를 높여 주인을 기쁘게 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보유한 스톡옵션을 나중에 비싸게 팔기 위해서 회사 경영에 전력투구하게 된다. ---「3장 회사는 회사, 나는 나」중에서
직장도 그렇다. 사전에 상대방의 성향이나 입장을 헤아려서 제안 수위를 정하는 게 현명하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해서 내 제안을 거절해버리면 그다음에는 수습하기가 참 난감해진다. ‘아니,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보고’ 혹은 ‘지금 누굴 가지고 장난하나’라는 반응, 왠지 익숙하지 않은가. 따라서 직장 내 최후통첩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말론 브랜도의 대사처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되는 게 좋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은 상대방이 입이 찢어지게 좋아할 만큼 양보하면 된다. 단점은 내가 좀 억울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몇 배로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은 아무 잡음이 없다는 거다. 두 번째는 원칙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거다. 앞서 배수진 과장의 경우라면 처음에 계산했던 것처럼 참여 기간을 가지고 기여도를 산정해서 최후통첩을 해버리면 된다. 장점은 나름 합리적이고 산출 근거가 명확하다는 거다. 단점은? 별로 없다. 다만 며칠간 귀를 막고 다녀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4장 손 따로 발 따로」중에서
참다 참다 못한 나 과장은 엄 대리를 회의실로 조용히 불렀다. “이상하게 듣지는 말고…… 엄 대리가 온 후부터 자꾸 우리 마케팅본부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들리던데…… 혹시 짚이는 데 있어?” 그랬더니 왜 자기에게 그런 걸 묻느냐며, 공연히 생사람 잡지 말라며 펄쩍 뛴다. ‘어, 이것 봐라?’ 아무래도 증거를 들이미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아, 옆 부서 사람들이 엄 대리가 그런 얘기를 했다고 얘기해주더라고.” 증거? 그런 거 함부로 내밀면 안 되는 거였다. 엄언아는 처음에는 자기가 아 니라 옆 부서 누가 그런 얘기를 했다고 발뺌하더니, 급기야 이런 억울한 경우가 없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게 아닌가. 그냥 훌쩍이는 정도가 아니라 온 사무실이 떠나갈 정도로 울부짖었다. 이쯤 되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헷갈린다. 당황한 나 과장은 도리어 자기가 잘못 들은 것 같다고 변명을 해야 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공연히 죄 없는 사람을 오해해서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까지 했다. 아, 직장생활. 제기랄, 정말 힘들다.
---「5장 싸우면 전쟁터, 즐기면 놀이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