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여, 임신한 아내에게 족발 요리를 해주자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족발을 스태미나 요리 가운데 으뜸으로 친 듯하다. 임산부에게 족발을 먹이라고 권하는데, 젖이 잘 나오기 때문이란다. 게으름뱅이 남편에게는 조금 무리일 수 있겠지만, 아내가 아이를 스무 명, 서른 명씩 낳지는 않을 터. 평생에 세 번이나 네 번쯤, 사랑하는 아내가 병원에서 아기를 안고 돌아온 뒤 첫 번째 일요일 정도는 분발해 족발을 두 개 정도 사 오면 어떨지. 털을 깎은 족발이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설령 털이 그대로 붙은 족발이라도 놀라지 마시라. 면도칼이 있으면 면도칼로, 아니, 안전면도기든 전기면도기든 잘 활용해 깎아내면 된다. 그래도 털이 남아 있으면 정성껏 태워 없애면 그만이다. --- p.29
술꾼들이여 기뻐하라, 값싸고 맛난 안주가 널려 있다
닭 날개를 위스키 안주로 만드는 방법 또한 아주 쉽다. 우선 닭 날개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하고 냄비에 넣는다. 마늘을 한두 쪽 다져 넣고 파나 당근 꼬리도 넣는다. 이제 포도주를 조금, 버터를 조금, 물을 닭 날개의 반 정도 붓는다. 만일 있으면 향료로 월계수 잎 한 장, 파슬리 줄기 두세 개, 정향 하나, 타라곤 잎을 조금 곁들인 다음 뚜껑을 잘 덮고 물이 없어지기 직전까지 졸이면 완성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 술안주가 되리라고 보장한다. --- p.39
미안하다, 그래도 이렇게 기분 좋은 설사와 구토는 없었다
“우리 집에서 난 자리공이야. 먹어보렴.”
아이들에게 한바탕 자랑을 하면서 먼저 내가 한입 깨물었다.
“맛있다! 먹어들 봐.”
아이들도 끌려들어서 다로, 고야타, 후미, 사토, 다들 단무지처럼 오득오득 베어 물었다. “냄새 좋다”며 다로까지 입에 발린 말을 했다. 얼추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온 가족이 일제히 토하기 시작했다. 구토가 하도 맹렬해 나는 내장을 전부 다 토하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했을 정도다. 간신히 구토가 끝나나 했더니, 이번에는 전원이 설사다. 이야, 설사가 어찌나 대단한지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안된 사람은 가정부다. 된장 절임을 자를 때 딱 한 조각 남은 꽁다리를 먹었을 뿐이건만, 똑같이 구토와 설사를 되풀이했다. --- p.109
도마와 식칼은 나의 여행필수품
여행지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 일은 무척 즐겁다. ‘먹고 마시고 만드는’ 이 진정한 즐거움을 모르면 여행은 생각 외로 따분한 법이다. 곧잘 해외에서 “역시 마누라가 끓이는 된장국이 최고야”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은 순전히 교제를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나는 어디에 가든 작은 등산용 도마와 식칼, 휘발유 풍로만은 잊지 않는다. 이 고장 저 고장의 음식은 현지에서 하는 방식에 따라 먹어야 제맛이지만, 고급 요릿집 밥만 먹다가는 금방 파산한다. 그래서 나는 열흘에 한 번만 고급 요릿집에서 주뼛주뼛 비싼 요리를 시식하고, 열흘에 네댓 번만 되도록 변두리에 있는 되도록 사람이 붐비는 대중식당이나 선술집에 들어가서 되도록 주위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음료를 주문한다. 나머지 날은 방으로 슬쩍 들어와 밖에서 사 먹은 갖가지 요리를 복원하거나 그 고장에서 나는 재료로 내 나름의 요리를 시도하거나 토속주를 서로 비교하며 마신다. --- p.130
나의 아버지, 단 가즈오
아버지가 늘 하던 말 가운데 ‘세상을 두루 돌아다닌 요리인’이라는 게 있다. 아버지는 한곳에 안주할 땅을 찾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설인 『불난 집 사람火宅の人』에 “언제나 내게 점점 거세게 불어오는 타고난 여정에만은 충실하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여행의 고독 속에 스스로를 내던지고는 질타하고 격려했으리라. 그래서 아버지는 전쟁 전이나 전쟁 후나 한결같이 중국, 만주, 러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저마다의 토지에 동화하듯 그 토지의 기후와 풍토가 낳은 음식을 아무런 주저 없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면 여행지에서 알게 된 요리를 자기식으로 음미해서 재현했다. 이것이 세계를 두루 돌아다닌 ‘단檀식’ 요리다.
--- p.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