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와줄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아무 말이 없군요.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 p.11
“나도 당신 생각을 했어요. 그가 말했다. 어떻게? 아름다운 여자로. 속이 찬 사람으로. 개성 있는 인간으로. 무슨 이유로 그렇게 생각했죠? 당신이 사는 방식 때문이었죠. 칼이 죽은 뒤 살아온 모습 말이에요. 당신에게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내 말은 그런 뜻이에요. 내 처가 죽고 어땠는지 잘 아는 내 눈에는 당신이 나보다 잘해내고 있는 게 보였고, 그게 경탄스러웠어요.“ --- p.29
“통화도 한 번 안 했어요? 안 했어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군요. 아니에요. 그렇게 들리는 걸요. 잘 대해주지 못했어요. 그건 옳은 말이에요. 그게 후회가 돼요.“ --- p.51
“진보적이라든지 행실이 나쁜 아주머니로는 생각 안 했었는데. 행실이 나쁜 게 아니야. 무지한 소리다. 그럼 대체 뭔데요? 자유로워지겠다는 일종의 결단이지. 그건 우리 나이에도 가능한 일이란다. 십대 소년처럼 구시네요. 십대 시절에도 이러지 못했다. 그럴 엄두조차 못 냈지. 하라는 일만 하며 자랐으니까.“ --- p.62
“그래서 말인데, 이럼 어떨까요. 이왕 소문도 그런 판에 대낮에 버젓이 도심으로 나가 홀트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메인 스트리트를 활보하면서 여유롭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언제 그러고 싶은데요? 이번 토요일에요. 카페에 사람이 가장 많을 정오 무렵 어때요. 좋아요. 준비하고 기다릴게요. 먼저 전화할게요. 밝고 화사한 옷을 입을까 봐요. 바로 그거에요. 루이스가 말했다. 난 빨간 셔츠 입을까요?“ --- p.67~68
“당신 생각이 어떤지 알고 싶어요. 뭐에 대해서요? 여기 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게요. 견딜 만하게 됐어요. 이젠 정상으로 느껴져요. 정상, 그뿐이에요? 당신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는 줄 알아요. 진실을 말해 봐요. 진실은, 이게 좋다는 것. 아주 좋다는 것. 이게 사라진다면 아쉬울 거라는 것. 당신은 어떤데요? 아주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 쉬는 소리를 듣는 것.“ --- p.104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 어머, 당신도 행복할 자격 있어요. 그렇게 안 믿어요? 지난 두어 달, 그리된 것 같아요. 이유는 뭔지 몰라도요.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여전히 회의적인 거죠? 모든 것은 변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