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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편지

: 인생을 홀로 헤쳐 가야 할 이들에게 건네는 스무 가지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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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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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5.4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9만자, 약 1.3만 단어, A4 약 25쪽?
ISBN13 978896051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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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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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전미영
서울대 정치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언론사와 NGO에서 근무한 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 『희망의 배신』, 『오! 당신들의 나라』, 『신을 찾아서』를 비롯해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냉정한 이타주의자』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이다, 1월 15일 오늘 너는 겨우 네 살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너는 아버지에 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겠지.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네 오빠와 언니들 역시 저를 꾸짖거나 격려하는 키 큰 사람으로만, 잠결에 들은, 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로만 나를 기억하겠지. 근래 십 년 정도를 나는 너무 일에만 몰두했고,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너희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놓친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프다. 너희가 성장하면, 시간을 두고,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너희와 내가 서로를 알아 가기 바랐건만.
오늘 밤 나는 중요한 이야기와 사건, 그리고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들려주려 한다. 그 가르침이 너희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내 경험이 너희에게 거름이 될 수 있도록.
--- pp.15-16「1483년 콘월―사랑하는 내 아이들, 메리로즈, 레뮤얼, 스베닐드, 아이다메이에게」중에서

수련 첫해 가을에 나는 지독한 치통을 앓았다. 그 와중에 오후 내내 들판에서 땀을 흘리며 할아버지와 함께 말 울타리를 만들었다. 나는 이가 쿡쿡 쑤시는 걸 참으며 구덩이를 파기가 너무 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커다란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딱딱한 땅에 말뚝을 박을 때마다, 입이 터져 버릴 것처럼 아프다고 짜증을 냈다. “이가 이렇게 지끈거리지만 않는다면 모든 게 완벽할 텐데 말이에요. 즐겁게 일할 수도 있고요.”
몇 달이 지났다. 겨울에 할아버지와 나는 다시 목공 일을 했다. 뒤뜰 헛간에서 낡은 마구간을 손보았다. 나는 아침 내내 강추위를 저주하면서 손가락이 얼어 아예 느낌이 없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물었다. “이가 아픈 건 어떠냐?”
“이야 괜찮죠.”
할아버지가 씩 웃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분명 완벽한 날이 아니냐!”
--- pp.41-42, 3장「감사」중에서

잊지 마라, 친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려 할 필요는 없다. 친구는 네가 너 자신에게 충실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것이지, 자기에게 동의해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다. 과장된 몸짓을 삼가라. 우정의 정수는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벼려진다.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는 기사와 숙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믿을 만한 동행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달려가 그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친구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친구가 상처받거나 슬픔에 잠겼을 때 힘을 주는 건 오히려 쉬울 수 있다. 큰 행운이 네가 아니라 친구에게 갔을 때 진심으로 친구를 지지하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을 언젠가 너희도 알게 될 것이다.
워릭 백작이 패배하고 물러난 뒤에 나는 국왕 훈장을 받았다. 그때 가장 먼저 달려와 나를 번쩍 안아 올린 사람이 리처드 경이었다. 큰 소리로 웃는 그의 붉은 얼굴은 진정한 기쁨으로 빛났다.
--- pp.61-62, 6장「우정」중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노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활짝 핀 장미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두 번 다시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미 봉오리도, 가을의 짙은 장미 꽃잎도 역시 아름답다.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귀중한 것이다. 아름다움에만 집착하는 젊은이는 내면의 진지한 탐색을 추구하는 길에서 벗어나기 쉽다.
청춘의 피상적 아름다움을 내주고 더 중요한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삶은 영적 세계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얼굴의 주름은 허영심의 껍질에 간 금이다. 영혼의 비상을 위해 우리의 허영심은 가루가 되어야 한다.
--- pp.90~91, 10장「품위」중에서

리처드 경과 나는 기근이 든 스코틀랜드 북부에 파견된 적이 있었다. 가뭄, 전쟁, 질병으로 집을 잃은 난민 수백 명이 선교사들이 만든 캠프에 살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전에는 몰랐던 빈곤의 실체와 대면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불결하기 짝이 없었으며 죽음의 냄새가 진동했다. 진흙, 오물, 해충, 그리고 절망이 우물들과 마른 강바닥에 켜켜이 쌓인 듯했고, 가장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을 타고 지나치는데 굶주린 아이가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리처드 경은 알렉산드라가 만들어 준 달콤한 빵을 아이에게 건넸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아이는 허겁지겁 먹어 치우지 않았다. 빵을 조심스레 들고 두 동생에게 달려가 세 조각으로 나누었다. 그처럼 심오하고 단순한 넉넉함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 굶주린 어린 소년에게 나는 동정이 아니라 감동을 느꼈다. 내 인성이 그 소년처럼 시험대에 오른 적은 없었으나 혹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도 그처럼 고결하게 행동하기를 바랐다.
--- pp.108-109, 13장 「넉넉함」중에서

너의 검은 날카롭게 갈려 있고, 균형이 잡혀 있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야 한다. 너의 발은 안장의 등자에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가야 한다. 맨 먼저 도착하고 맨 마지막에 떠나라. 훈련, 체계, 명령 속에서 너는 오히려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자유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말에 안장을 얹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릴 것이다.
--- p.115, 14장 「수행」중에서

기사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자기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가짜 애정을 조심해라. 그런 것은 결코 필요하지 않다. 남들을 기쁘게 해 주려 하지 말고 진실함으로 최대의 존경을 표해라. ‘사랑’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행동이다.
사랑을 욕망이나 집착과 혼동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열정이 과도하면 의심해라. 지나친 열정은 사랑을 일종의 병으로 만든다. 와인도 과음하면 몸에 나쁘다. 사랑한다는 것은 애정을 기울이는 대상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 사랑은 책임감 있고 안전하다. 사랑 속에는 보살핌이 있다.
--- pp.155-156, 19장 「사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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