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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 양장 ]
리뷰 총점9.3 리뷰 82건 | 판매지수 24,606
베스트
인문/교양 74위 | 인문 top20 13주
정가
18,000
판매가
16,2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40g | 140*215*30mm
ISBN13 9788962621952
ISBN10 896262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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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차별 경험에 대한 ‘같은 응답, 다른 의미’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시카고 폭염으로 배우는 공동체가 재난불평등에 대처하는 법
낙태를 금지하면 벌어질 일들에 관하여
-루마니아 사례로 살펴본, 평등하지 않은 낙태금지법
성인이 되어도 몸에 남겨진 태아의 경험
-몸에 새겨진 사회환경, 절약형질 가설
가난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가난한 몸과 해부학의 역사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추적하는 사회역학의 역사
[지극히 개인적인,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지 요소]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해고노동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를 하며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과 IBM 직업병 소송, 연구자가 거대 기업에 맞선다는 의미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직업병 만드는 공장, 원진레이온과 제일화학은 어디로 갔나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고용불안과 ‘저성과자 해고’라는 함정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사들
-연구자가 되어 다시,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을 묻다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아프다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하며
[건강한 일터를 위한 올바른 숫자 읽기]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실태조사’를 하며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설명 없는 치료’의 딜레마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
-동성결혼 불인정과 성소수자 건강의 관계
동성애를 향한 비과학적 혐오에 반대하며
-동성애, 전환치료, 그리고 HIV/AIDS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수술대 앞에서 망설이는 트랜스젠더를 변호하며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현역 입영처분 소송
한국을 떠나면 당신도 소수자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 사회 인종차별
교도소 의사로 일한다는 것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며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연결될수록 오래 사는가
-사회적 관계망과 건강 연구의 역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안전해질까
-총기 규제, 공동체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위험사회에서 함께 생존하려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를 묻다
당신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로세토 마을에서만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구직 과정의 차별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 노동자와 학교 폭력에 대해 ‘아무 느낌 없다’라고 답한 남학생은 모두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거나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별을 겪고도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한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아팠습니다. 학교 폭력을 겪은 후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야기했던 다문화가정 남학생들 또한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말할 수 있었던 학생들을 포함해,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아팠습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중에서

그렇다면 누가 그 폭염에 취약할까요? (…)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납니다. 바로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숨졌던 것입니다. (…) 하지만 그 질문은 왜 누군가는 에어컨이 있는 시설로 갈 수 없었는지, 왜 누군가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합니다. 개인적 수준의 원인을 지적할 뿐, 그 원인 배후에 있는 사회적 환경은 조사하지 않거나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것은 어떠한 정치·경제적인 힘들이 특정 개인을 폭염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러한 사회구조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답입니다.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중에서

사체절도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에 만연하던 시기에, 부유한 사람은 죽음 이후에도 안전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훨씬 더 단단하고 열기 어려운 비싼 관을 구입했던 것이지요. (…) 그러나 해부용 시체가 가난한 사람들의 몸이었던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영국을 기준으로 당시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었던 시체의 99퍼센트 이상이 가난한 사람들을 수용하던 구빈원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요. (…)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살아 있을 때의 경제적 불평등이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 외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시체만 해부되고 기록되면서 해부학의 역사에는 여러 오점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가난은 인간의 몸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가난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중에서

동성 관계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한 지역의 경우, 1995년 설문에서 이성애자라고 응답했지만 2009년에는 스스로를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그러한 법이 없는 지역에 비해 30퍼센트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동성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변화와 함께, 과거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던 이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지요. 동성결혼 불인정과 같은 제도적인 차별이 한 개인의 삶과 자존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가난, 참사…
사회적 경험은 어떻게 피부 밑으로 스미는가
“말하지 못한 상처도 몸은 기억한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고,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린다.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을 한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나타나면, 최초 발병자는 어디에 있었는지, 병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낸다. 바이러스나 인체에 위험한 물질들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혐오 발언을 듣거나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거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이러한 경험도 우리가 병에 걸리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학자 중에서도 ‘사회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 몸에 스미고, 병이 되는지를 추적한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요,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건강상태가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응답자 중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 경우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경험, 혐오발언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우리가 아픈 진짜 이유
“사회와 단절된 병이란 없으며, 몸은 사회를 반영한다!”


200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성인 기대수명은 52.3세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성인 기대수명은 61.4세로, 9년이나 차이가 났다. 당시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인구 중 29퍼센트는 HIV 감염인이었고, 빈곤한 그 지역주민들은 비싼 치료약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기대수명이 49세로까지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국은 공공 의료보험으로 HIV 치료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가 생겨난다. 7년 만에 평균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한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이 연구를 소개하며,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개개인이 감염되었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치료약을 제공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인 것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개인의 건강에 공동체의 책임을 질문한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두 번째 사례를 볼 수 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던 동유럽의 국가들은 IMF를 통해 구제 금융을 받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핵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에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한 국가들은 결핵 사망률이 상승 곡선을 탔다. 한편,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에서만 결핵 사망률이 감소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양한 그래프와 표로 정리해 수록했다. 기존 문헌에 있는 자료들의 경우 재가공해 실었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현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함께 생존하고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말하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1.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직장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50.5퍼센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걸프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22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김승섭 교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해고노동자들의 건강 연구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주목하면서, 실업이 왜 죽음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해고 이후 적금이나 보험 등 사적 안전망마저 붕괴되면서,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사회에서, 고용불안이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2. 세월호 생존 학생 건강 연구부터 성소수자 건강 연구까지

책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안 소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했던 고민들은 이후에 인권위원회의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 인턴/레지던트의 수면 부족, 병원 내 폭력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연구자가 된 이후,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로 이어졌다. ‘건강하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환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의료과실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가족들의 건강 연구를 하면서 안산에 상주했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 동성애자 군인이 [군형법] 제92조의 6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던 날에는 집회 현장에 서기도 했다. 글로 정리된 집회 발언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성애자 건강 연구와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동성결혼 법제화가 동성애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에서 말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에서 쉽사리 성별 전환 수술을 할 수 없는 맥락을 짚기도 한다. 그 밖에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이나 동성애자, AIDS 환자에 대한 혐오의 정도를 OECD 국가 간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Roseto)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함께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치열한 고민과 사유가 잘 묻어난 몇몇 문장들은 의미 있는 보도사진이나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회원리뷰 (82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사람이 먼저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오*아 | 2017.10.10 | 추천23 | 댓글0 리뷰제목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하면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까닭은 영화「변호인」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려「변호인」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묵직;
리뷰제목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하면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까닭은 영화「변호인」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려「변호인」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묵직하고 호소력이 묻은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즉,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계란은 바위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다운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다운 삶.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사항’ 이니까요.

 

사회역학자 김승섭의『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회 곳곳의 부당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몰랐다고 변명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차별, 혐오, 질병, 가난, 재난, 성소수자라는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픔을 듣고 있으면 앞서 말한 누구에게나 해당사항이었던 사람다운 삶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계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해당사항은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대답으로 되돌아올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은 병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데이터는 사회적 약자가 어렵지 않게 환자가 된다는 근거를 합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합니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적절한 휴식을 가져야 합니다. 몸이 계속해서 건강에 빨간불을 깜박이며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멈추지 않고 달기만 하면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 당장의 건강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가령,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몸이 아파도 일해야만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바커 가설(Baker's Hypothesis)’에 따르면, 비정규적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모순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보통 그 대답으로 적절한 치료를 많이 듣게 됩니다. 가령, 금연을 하면 폐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처방입니다. 물론 이런 처방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폐암의 원인을 오로지 담배에게만 책임을 따지면서 담뱃값을 올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담뱃값을 걱정하면서 금연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더 망가질 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탐구합니다. ‘역학(Epidemiology)'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하지만 폐암의 원인을 찾아보면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면, '원인 그물망'의 한가운데에 있는 '거미'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금연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흡연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금연제도보다 현실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어야 금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사회역학을 전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입니다. 또한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사회역학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살다보니 더 많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료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으로 사회적인 차별과 혐오를 치료할 수 없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사회적인 문제를 사회적 약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질병을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는 사회적으로 단절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라는『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어 나가면서 ‘정의로운 건강’을 생각했습니다. 정의로운 건강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으며 평등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건강은 정의로운 사회와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건강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지 사회적 약자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폭력 혹은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든지 죽거나 죽어도 슬퍼하지 않을 존재가 되어 버리는 현실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만약에 아픔이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았다면 공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궂은비를 맞았습니다. 비록 아픔을 멈출 수 없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아픔이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변호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픔이 길이 될 때 정의로운 건강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한발자국 다가가며 공감하는 저자를 보면서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변호인’이 우리 눈앞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픔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정의로운 건강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함께 하는 세상은 이런저런 제도에서 벗어나 ‘사람이 먼저다’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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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아버지의 기일 즈음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꼼* | 2022.09.24 | 추천11 | 댓글3 리뷰제목
며칠 전에 아버지의 기일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밉고 싫었던 사람인데 당신의 모든 것을 간병인에게 맡긴 채 하물며 눈을 뜨는 것조차 힘에 겨워 내내 숨을 몰아 쉬던 나의 아버지. 삶은 그렇게 쉽게 허물어지는 것임을 푸르렀던 당신의 청춘 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n;
리뷰제목

며칠 전에 아버지의 기일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밉고 싫었던 사람인데 당신의 모든 것을 간병인에게 맡긴 채 하물며 눈을 뜨는 것조차 힘에 겨워 내내 숨을 몰아 쉬던 나의 아버지. 삶은 그렇게 쉽게 허물어지는 것임을 푸르렀던 당신의 청춘 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자면 이랬다. 물려받은 땅과 재산을 이래저래 모두 탕진한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강원도 산골짜기의 탄광지대로 이사를 했고, 그때부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형들과 누나들은 직장과 학업을 핑계로 도시로 나가 살았고, 할머니는 지인의 농사를 도우며 1년의 반 이상을 떨어져 살았으며, 집에는 나와 어린 여동생 그리고 엄마와 아버지만 남았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엄마와는 달리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언제나 술에 취해 있었고, 그때마다 몇 명 남지도 않은 가족들에 대한 폭력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아버지를 피해 달아났던 나와 여동생은 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마을 아곳저곳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생활에 신물이 났던 나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결국 나는 중2 겨울 방학과 함께 형과 누나들이 있는 도시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증오했던 내가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노력했던 계기는 아버지가 6.25 참전 용사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였을 때였다. 부자간의 대화라고는 딱히 없이 살았던 까닭에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전혀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낙동강 전투에 참전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전쟁터에서 아버지가 겪었을 충격과 공포가 아버지를 결국 알코올 중독에 이르게 했고, 술을 통해서도 지울 수 없었던 그날의 기억으로 인해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했던 것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국가유공자라는 허울뿐인 명예가 우리 가족의 비극을 얼마나 보상할 수 있을까.

 

나는 김승섭 교수의 저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는 내내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었다. 2017년 5월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은 사적 공간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합의된 상대와 맺은 A대위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고, 이를 규탄하는 긴급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한 자신의 연설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p.219)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아버지는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의 참혹했던 기억은 알코올 중독으로, 그리고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지면서 당신을 괴롭혔을 테고, 벗어날 수 없는 불안과 공포는 가족에 대한 가혹한 폭력으로 변질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를 책임져야 할 국가는 참으로 멀기만 했고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아버지의 화와 분노는 오롯이 내 가족들에게 지워진 천형처럼 여겨졌었다.

 

"한국사회에는 그동안 여러 참사가 있었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요. 저는 세월호 생존 학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여러 참사들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만큼 기록이라 할 만한 게 없었어요. 간혹 발견되는 신문기사 말고는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에 대해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픔이 기록되지 않았으니 대책이 있을 리도 없었겠지요."  (p.166)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6.25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당신의 아버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것도 아무런 죄가 없는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질병을 노출시켰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나로서도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전체가 아버지를 증오했으며, 돌아가신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가족들의 증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애써 애증의 그림자로 조금씩 변모하고 있음에 안도하고 있다고.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p.7 '들어가며' 중에서)

 

추분도 지난 계절은 이제 제법 가을빛을 띠고 있다. 아버지의 기일 즈음에 읽었던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어쩌면 그 책으로 인해 나는 우리 가족이 떠안아야만 했던 비극의 실체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까이 있어야 할 국가는 너무나 멀리 있었고, 개인의 비극은 개인에게서 그치지 않고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무심한 상처와 그늘을 남기고 말았다. 아픔은 여전히 길이 되지 못한 채 갈팡질팡 혼돈의 세계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기록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픔은 그 아픔이 누군가에게 전가되고 확대될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가을에 책을 통하여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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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산*람 | 2018.08.09 | 추천11 | 댓글6 리뷰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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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이 단체로 폐렴에 걸렸을 때도 역학조사를 한다. 이 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어가는 말에서 이야기 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살아간다.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는다. 이런 문제들을 네 개의 주제로 묶어서 설명한다.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등이 그것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대답이지만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그 말이 사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너무 괴로웠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p.20)”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도 이렇게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만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Me Too 운동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40여 년 전 레이온과 석면을 생산하는 일이 노동자들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잘 알면서도, 일본은 한국에 동양레이온의 기계를 넘기고 합작회사인 제일화학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 한국 노동자들이 겪을 이황화탄소 중독과 악성 중피종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누군가에게 1964년의 동양레이온이나 1971년의 일본석면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p.119)” 그러나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암으로 죽어갈 때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오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도 중국, 인도네시 등 20여 곳에 생산거점 공장을 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어 해결하고, 하청 기업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힘없는 근로자만 오롯이 그 피해를 떠안고 살아간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동남아 국가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그 위험을 지난날 일본이 우리에게 넘기듯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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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따뜻한 시선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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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 | 2019.12.17
구매 평점5점
글이 너무 깔끔합니다. 새로 배우고 성찰하게 됩니다. 강력추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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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f*********e | 2022.08.08
구매 평점5점
이북으로 읽다 좋아서 종이책으로도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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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H***M |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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