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 『오만과 편견』의 매력과 19세기 영국 여성의 결혼에 대해 제인 오스틴 연보 |
저제인 오스틴
관심작가 알림신청Jane Au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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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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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라면 마땅히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그런 남자가 이웃에 처음 등장하게 되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도, 인근 가족들의 마음속에 이 진리가 워낙 굳게 자리잡고 있어 그는 그들 딸들 중 누군가가 으레 취할 재산으로 여겨진다. --- p.9 종종 오만이 허영심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은 아주 달라. 허영심 없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평가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심은 타인이 우리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바와 더 관련이 있거든. --- p.31 결혼의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린 일이거든. 상대방의 성격을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결혼 전부터 꼭 닮아 있었다고 해서 그게 두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거든. --- p.34 겸손한 척하는 것보다 더 기만적인 태도도 없습니다. 겸손이란 종종 그저 의견이 없다는 소리죠. 때로는 간접적인 자기 자랑에 불과하고요. --- p.67 결혼은,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집안이 가난한 젊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영예로운 앞날의 대비책이었다. 행복을 보장해줄지는 알 수 없어도 궁핍에 대한 가장 만족스러운 예방책임은 틀림없었다. --- p.162 그애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기엔 아직 어리니까요. 잘생긴 청년도 먹고 살려면 매력 없는 남자 못지않게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굴욕적인 진리를 아직 못 받아들이는 것이겠죠. --- p.199 돈이 목적인 결혼과 분별 있는 결혼의 차이가 뭘까요? 어디까지가 신중함이고, 어디서부터 탐욕일까요? --- p.202 내 잘못은 사랑이 아닌 허영심이었어! 처음부터 한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고 들뜨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고 화가 나서, 두 사람이 관련된 일에서 편견과 무지에 빠져 이성을 몰아내다니. 정녕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거야. --- p.268 |
이백 년이 넘도록 유효한
제인 오스틴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제인주의자들’ ‘오스틴 컬트’ ‘오스틴 현상’이라는 용어를 낳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망라하는 현대적 차용의 단골 작가이자 수많은 북클럽을 양산한 대중적 오마주의 중심에 서 있는 제인 오스틴은 1775년 영국의 가난한 시골 목사의 일곱째 자녀로 태어났다. 독서가 권장되고 가족 극단을 만들어 아마추어 연극을 공연하는 등 문화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며 열두 살 때부터 습작을 시작했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부모나 형제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결혼을 해야만 했던 시대에 두 차례 결혼 직전까지 갔으나 모두 무산되고, 오빠들과 남동생의 보조를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가로서 자립을 시도했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여러 곳으로 거처를 옮겨다니며 불안정한 생활을 하다 1817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오스틴의 작품에서는 남녀 관계와 결혼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고, 『오만과 편견』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을 포함해 18, 19세기 여성이 처한 당대의 현실과 연결지어볼 수 있다. 『오만과 편견』은 일 년 남짓한 시간적 배경하에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비롯한 여러 쌍의 남녀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딸 다섯을 둔 베넷 부인이 부자 청년 빙리가 이웃에 이사 왔다고 호들갑을 떨며 그를 사윗감으로 탐을 내는 것이 이 작품의 첫 장면이다. 단순하게는 베넷 부인이 푼수끼가 많은 것으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아들이 없어 그리 많지 않은 재산조차 베넷 씨가 죽은 뒤에는 먼 친척 콜린스에게 넘겨야 하는 처지라 경제적으로 안정된 남자를 찾아 딸들을 결혼시키는 일은 그녀에게 매우 절박한 문제였다. 베넷가의 다섯 딸 중 빙리의 짝이 되는 이는 맏딸 제인이다. 둘째 엘리자베스는 결혼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 해도 배우자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없는 결혼은 할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킨 끝에 사랑도 얻고 부(富)도 얻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막내 리디아는 외모만 훤칠한 남자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고,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은 생계를 위해 경제력만을 보고 결혼한다. 특히 샬럿의 경우는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결혼은,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집안이 가난한 젊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영예로운 앞날의 대비책이었다. 행복을 보장해줄지는 알 수 없어도 궁핍에 대한 가장 만족스러운 예방책임은 틀림없었다”고 작품 속에도 드러나 있듯이, 나이도 많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는 그녀가 부모형제에게 의존하는 삶을 피하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선택은 교구 목사로 수입이 안정적인 콜린스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애정에 기초하지 않는 결혼을 한 그녀를 비난하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을 납득하게 된다. 이렇듯 『오만과 편견』에 드러난 여러 유형의 결혼과 그 결혼을 둘러싼 인물들의 대응 방식을 통해 당대의 결혼 세태가 어땠는지, 여성들에게 결혼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였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의 인간 성격과 심리에 대한 다채로운 탐구 『오만과 편견』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공감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또다른 이유는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는 가지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냉소적이고 별난 구석이 많은 베넷 씨, 경망스러운 베넷 부인, 너그럽고 착한 맏딸 제인, 당찬 성격의 둘째 엘리자베스, 교양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셋째 메리, 철없는 넷째 캐서린과 막내 리디아를 비롯해 주관이 뚜렷하고 쉽게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 다아시, 사람 좋지만 우유부단한 빙리와 허영 심한 빙리 자매, 거만한 귀족 부인 캐서린 드 버그, 젠체하며 권위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콜린스, 현명하고 현실적인 샬럿 등 수많은 인물들이 복잡한 관계망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반응한다. 밀고 당기듯 이어지는 팽팽한 갈등 관계, 인물들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보편적인 심리를 짚어내는 재치 있는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우리 자신보다 더 우리를 잘 아는” 제인 오스틴의 예리한 시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엘리자베스의 당찬 성격이다. 사회적 지위도 낮고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종속되어 수동적이고 순종적이어야만 했던 그 시대 여성들과는 달리, 엘리자베스는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펴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만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콜린스의 반복되는 청혼 앞에서 “저를 콜린스 씨를 애태우기로 작정한 우아한 숙녀로 생각하지 마시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말하는 이성적인 존재로 생각해주세요”라며 호소력 있게 대응하는 모습,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을 반대하며 거친 말을 쏟아내는 캐서린 귀부인에게 논리적으로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통쾌하게 당대 여성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는 그녀의 모습은 독립된 판단력과 자아를 지닌 현대적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추천사 제인 오스틴이 쓴 너무도 훌륭한 소설 『오만과 편견』을 적어도 세 번은 읽은 것 같다. 여러 관계와 감정, 일상의 인물을 그토록 예리하게 묘사해내는 오스틴의 재능은 내가 여태껏 접해본 적 없는 최고의 경이다. _월터 스콧 제인 오스틴은 정말로 위대한 작가 중 하나다. 오스틴은 그 자체로 다른 위대한 작가들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존재다. _F. R. 리비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는 이유는 그가 우리 자신보다 더 우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오스틴은 우리가 독자를 넘어서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려고 우리를 그토록 잘 아는 것 같다. _해럴드 블룸 제인 오스틴은 그가 살던 시대만큼이나 현재 우리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_가디언 여성적 냉소주의의 위대한 혈맥. _마거릿 올리펀트(소설가) BBC 조사 ‘지난 천 년간 최고의 작가 10’ 2위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세계문학’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50선’ 본문에서 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라면 마땅히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그런 남자가 이웃에 처음 등장하게 되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도, 인근 가족들의 마음속에 이 진리가 워낙 굳게 자리잡고 있어 그는 그들 딸들 중 누군가가 으레 취할 재산으로 여겨진다. _9쪽 종종 오만이 허영심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은 아주 달라. 허영심 없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평가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심은 타인이 우리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바와 더 관련이 있거든. _31쪽 결혼의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린 일이거든. 상대방의 성격을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결혼 전부터 꼭 닮아 있었다고 해서 그게 두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거든. _34쪽 겸손한 척하는 것보다 더 기만적인 태도도 없습니다. 겸손이란 종종 그저 의견이 없다는 소리죠. 때로는 간접적인 자기 자랑에 불과하고요. _67쪽 결혼은,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집안이 가난한 젊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영예로운 앞날의 대비책이었다. 행복을 보장해줄지는 알 수 없어도 궁핍에 대한 가장 만족스러운 예방책임은 틀림없었다. _162쪽 그애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기엔 아직 어리니까요. 잘생긴 청년도 먹고 살려면 매력 없는 남자 못지않게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굴욕적인 진리를 아직 못 받아들이는 것이겠죠. _199쪽 돈이 목적인 결혼과 분별 있는 결혼의 차이가 뭘까요? 어디까지가 신중함이고, 어디서부터 탐욕일까요? _202쪽 내 잘못은 사랑이 아닌 허영심이었어! 처음부터 한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고 들뜨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고 화가 나서, 두 사람이 관련된 일에서 편견과 무지에 빠져 이성을 몰아내다니. 정녕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거야. _26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