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9월 22일 |
---|---|
쪽수, 무게, 크기 | 516쪽 | 670g | 140*210*35mm |
ISBN13 | 9788954648325 |
ISBN10 | 8954648320 |
발행일 | 2017년 0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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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16쪽 | 670g | 140*210*35mm |
ISBN13 | 9788954648325 |
ISBN10 | 8954648320 |
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 『오만과 편견』의 매력과 19세기 영국 여성의 결혼에 대해 제인 오스틴 연보 |
너무나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제인오스틴의 장편소설을 읽게 되었다. 처음 접한것은 영화이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기에 책으로도 구매를 했다. 부자집 아들과 평범한 서민여성의 사랑 이야기로 명작의 반열에 올랐는데 지금에서는 뻔하고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이지만 그당시에는 이런 내용의 소설이 없었기에 이 작품을 따라한 많은 아류작이 나왔는데 그때문에 이 소설이 막장드라마의 원조격이라고 볼수도 있다. 당연히 재미는 있다. 추천한다.
“글세 미혼이라지 뭐예요, 여보! 아무렴요! 재산 많은 총각이요. 연수입이 사오천은 족히 된대요. 우리 딸애들에게 얼마나 잘된 일인지!”
“뭐가 잘된 일이지? 그게 우리 애들과 무슨 상관이 있소?” p.10
2021년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대화에 순간 이 책의 출판년도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1813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니 그간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셈인데, 그 시간이 무색하게도 베넷 부인의 기대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물론 이후에는 그녀의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에 시대적 상황이 더해져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함께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말이다)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캐서린, 리디아, 다섯 딸을 둔 베넷 부인의 인생목표는 말 그대로 딸들을 좋은 혼처(물론 그녀의 기준으로)에 시집보내는 일이었다.
그녀의 평생소원은 오로지 딸들을 결혼시키는 일이었고, 평생의 위안은 남의 집을 방문하는 일과 새로운 소식이었다. p.13
문득 <작은 아씨들>의 마치 부인이 떠올랐다. 그녀 역시 매그, 조, 베스, 에밀리 네 자매를 두고 있지만 결혼 이전에 딸들이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서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게 조언해주는 모습이 베넷 부인과는 천지차이다. 물론 그 둘 사이에는 약 50년이라는 시간(<작은 아씨들>은 1868년에 출판되었다)과 영국과 미국이라는 공간적인 차이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빙리 씨는 매우 젊고, 대단히 미남이며, 사근사근하기 이를 데 없고, 금상첨화로 다음번 무도회에 일행을 많이 이끌고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p.17
그의 친구 다아시 씨는 멋지고 훤칠한 체구에 잘생긴 용모와 고상한 매너로 무도회장 안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 잡았다..(중략)..남자들은 그가 멋쟁이라고 공언했고 여자들도 빙리 씨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고 수군거렸다. p.18
어쨋거나 젊고 미남에 게다가 돈까지 많은 이 두 남자가 베넷 부인의 타겟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베넷 부인의 열망은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아무리 200년 전 이야기라 하더라도 설마 이렇게까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엄마의 바람이 곧 현실로 나타났다. 딸이 출발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정말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동생들은 언니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엄마는 신난 모습이었다. 비는 저녁 내내 쉬지 않고 내렸다. 제인은 못 돌아올 게 분명했다. p.45
병세가 그다지 놀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이 놓이자 오히려 딸리 빨리 회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딸의 건강이 회복되면 네더필드를 떠나야 하니 말이다. 당연히 그녀는 집으로 데려가달라는 딸의 청을 듣지 않았다. p.58
다행인 것은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베넷 부인과는 달리 ‘무조건’ 결혼에 집착하지 않고 침착하고 현명하게 상황들에 대응한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기대한 대로 때로는 기대를 넘어서서 까칠하기까지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지만 제인 역시 깊은 이해와 고민으로 자신의 사랑을 키워간다.
빙리, 다아시 이외에 콜린스, 위컴까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네 명의 사위 후보가 베넷 부인의 앞에 차례로 등장하고, 그 와중에 제인, 엘리자베스 그리고 예상치 않았던 막내 리디아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위컴 씨는 체격이나 얼굴 표정, 분위기, 걸음걸이로 봤을 때 단연 최고였다. p.102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당시의 사회에서 당연시했던 결혼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엘리자베스에 주목하기도 하고, 반면에 결국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큰 틀만 알고 있었던 터라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에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제목처럼 다아시가 ‘오만’을 엘리자베스가 ‘편견’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몇몇 장면에서는 다소 비약이 심한 것 아닌가 싶은 대목도 눈에 띄었다.
다아시에 대한 관심과 관용과 인내는 위컴에서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와 어떠한 종류의 대화도 나누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120
“세상에! 그런 일은 최악의 불운일걸! 증오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을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다니 말도 안 돼! 그런 끔찍한 불행은 빌지 말아줘.” p.121
자, 인물 소개는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소설, 특히나 ‘사랑’의 작대기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결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어느 신사의 눈에 비친 그녀,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쳐야겠다. 베넷 부인의 간절한 열망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들의 마음은 서로를 향해 어떻게 움직일지 남은 이야기는 질문으로 남기면서 말이다.
그는 불현 듯 엘리자베스의 검은 두 눈에 어린 아름다운 눈빛으로 그 얼굴이 비범하리만치 영리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 깨달음에 이어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몇몇 깨달음이 뒤따랐다. 흠을 잡겠다는 눈길로 그녀의 용모에서 완벽한 균형과는 거리가 먼 여러 결점을 탐지해냈음에도, 그는 그녀가 밝고 명랑해 보인다는 점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매너가 상류사회와 거리가 멀다고 혼자서 아무리 주장해봐도, 그 안에 여유 넘치는 장난기가 섞여 있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p.35
『오만과 편견』을 책이 아니라 영화로 먼저 접하였고, 그 첫인상은 그저 시시콜콜한 여성 취향의 오락거리 로맨스 소설로밖에 보지 않았다. 딸만 다섯인 변변찮은 시골 소지주 집안의 세 딸이 각자 다른 성격의 상대에게 시집을 가는 과정을 그린 여성 취향의 소설이며 그중 가장 위의 수려한 용모의 얌전한 숙녀인 Jane은 일 년에 천 파운드를 버는 신흥 부자에게, 주인공인 둘째 딸 Elizabeth는 연봉 만 파운드의 부자에다가 대저택을 가진 신사에게, 16살의 철없는 막내딸 Lydia는 결혼 사기꾼 Wickham에게 시집을 가는, 그 얼개는 지극히 단순한 소설이다.
변변찮은 집안 처녀들의 결혼 이야기는 낭만적 마무리와 더불어 권선징악을 담은 교훈적 내용이기에 사실 등장인물의 파악이 끝나는 초반, 어느 정도의 결론이 충분히 추측되며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를 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끄는 분명한 매력이 이 소설에는 있다. 그 중심에는 저자의 인물에 대한 세밀한 감정묘사가 있고, 주인공 Elizabeth와 Darcy가 각자 가졌던 오만과 편견을 각성하고 버리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무엇보다 시대를 앞서가는, 당당하고 매력적인 Elizabeth가 이끌고 가는, 흥미로운 사건 전개 과정에 있다. 결론은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이 독자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두 주인공 간의 고조되는 갈등과 대립, 그리고 해소 과정의 표현이 대단히 흥미롭다.
Jane Austen의 인물과 사건의 묘사는 그녀 특유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등장인물 간의 서신을 통해 그 흥미를 더한다. 사실 서신만 모아 읽어 보아도 어느 정도의 소설 전개 과정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편지가 오고 간다. 긴 심리 묘사가 지겨워 보일 듯하지만, 정성 들인 표현은 사건 전개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 내며, 마치 섬세하면서도 매끈하게 다듬어진 수려한 대리석 조각을 손으로 직접 만져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서사가 느슨하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요즘 말로 Jane과 ‘썸’을 타던 Bingley와 그의 집안 전체가 갑작스럽게 런던으로 떠나버리고 쉽게 이어질 것만 같던 둘 사이의 혼사는 갑작스러운 낭떠러지를 맞이한다. 이어 Eliza와 Darcy의 로맨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아슬아슬한 상황을 이어나가다 난데없는 Darcy의 청혼이 이어진다. Lydia의 결혼 도피부터 갑작스럽게 절정에 도달하며 Jane-Bingley, Lizzy-Darcy의 결혼까지 절정의 정상에서 낭만적 마무리로 이어지는 서사 방식도 흥미진진하다. 빈틈없는 짜임새가 필요한 스릴러나 범죄 소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건의 배치가 적절한 비율과 간격을 두고 이어져 있다는 감탄을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느끼게 만든다.
등장인물 간의 대립 구조도 시선을 끈다. Mr. Bennet은 냉소적이며 아내의 현실적인 처세가 못마땅하고 무지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또한 가족 내에서 그리 실속 있는 인물은 아니다. 장자상속 중심 구조에서 발생한 한사상속(entail) 제도로 인해 자신이 사망할 시, 다섯 딸에게는 자신의 유산을 남겨줄 수도 없지만, 소설 내에서 그리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는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은 하지만, 당시로서는 ‘결혼’ 외에는 특별한 생계유지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딸들의 결혼에 적극적이기는커녕 무관심한 냉랭함을 보일 뿐이다. 아내의 어쩌면 생활력 있고 현실적인 대처방안에 대해서도 품격 없고 모양새 떨어지는 모습이라 여기는 듯한 행동만을 일삼는다. 막내 Lydia와 Wickham의 도피행각에도 런던으로 딸을 찾아 나서기는 하지만 그가 하는 역할은 그저 구체적인 행동보다 여관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가끔 편지에 적어 한시가 급한 가족에게 보내는 일이었으며, 오히려 그의 처남 Gardiner의 적극적 대처와 비교하면 소극적이다 못해 그저 한숨만 내쉬게 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의 등장 장면은 고고하게도 거의 그의 서재이며 Darcy와 Bingley의 두 딸에 대한 청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며, 그저 즐거운 당혹감을 표할 뿐이다. 아내 Mrs. Bennet의 감성적이고 공감 가득한 성격과는 아주 대조되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며, 고고해 보이고 싶지만, 사실은 실속이 없는 무능한 아버지라는 인상을 버리기 힘들다. 마치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귀족처럼 서재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항시 유지하면서도 딸 아이의 교육에는 관심도 없으며, Jane, Elizabeth를 제외한 나머지 Mary, Kitty, Lydia 3명에게는 버릇없고 철없음에 혀를 내두르지만, 그것이 자신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자각하지는 못한다. 사실 Jane에게는 장녀이기에 갖는 관심일 뿐 차녀 Elizabeth만을 편애하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아버지로서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기가 힘든 인물이다.
Mrs. Bennet은 무지하지만, 현실적인 인물이다. “Miss Lizzy if you take it into your head to go on refusing every offer of marriage in this way, you will never get a husband at all and I am sure I do not know who is to maintain you when your father is dead(이런 식으로 들어오는 청혼을 모두 거절해버리면 평생 남편 구경도 못 할 거다. 분명히 말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누가 널 먹여 살리겠니.)”는 그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사이다. 처음에는 경솔하고 딸을 시집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지체가 높은 인물에게는 굽신대고 딸들에게는 야박하기만 한, 품격 없는 ‘아줌마’ 같지만, 당시 여성에게 유독 냉혹하였던 상황을 고려할 때, 그리고 도도함만이 유일한 미덕이라 여기는 남편을 생각해볼 때, 어쩌면 현실에 가장 냉정하게 진화한, 짠한 감상을 일으키는 공감형 인물이다. 한사상속의 주인공인 Mr. Collins가 Bennet 집안의 딸들에게 관심이 있음을 눈치채고 극진한 대접과 환대를 지속하는 모습이나, 그의 청혼을 단칼에 거절한 둘째 딸이 미워 며칠간 대화도 끊는 모습에서, 또 그렇게나 미워했던 Darcy가 Elizabeth에게 청혼을 하여 곧 사위가 된다는 사실에 그간의 감정을 단숨에 눈 녹듯 녹이는 모습에 경박스러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가족이 전부인 그녀의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왠지 그녀가 친숙하게 다가옴을 후반으로 갈수록 느끼게 만든다.
첫째 딸인 Jane은 아마도 그 시대의 대표적인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보인다. 저자와 이름이 같음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사실 저자의 성격과도 다소 닮은 면이 있다. 미모가 뛰어나고 자신의 감정을 쉬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남을 헐뜯을 생각마저 하지 않는, 누구나 탐을 내고도 남을 신붓감으로 묘사된다. 자신이 사랑하던 Mr. Bingley가 갑작스럽게 런던으로 향하며 소식조차 전하지 않아도 그저 안타까워할 뿐 특별한 내색을 동생 Elizabeth를 제외하곤 표현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금기가 많던 시절에 그 규칙을 어기기보다 참고 수긍하는 소극적 인물이다. 소설 마지막에 자기 집을 방문한 Bingley에게도 자신의 기쁜 감정을 절대로 내색하지 않으며 절제하려 들기에 사랑스럽기보다는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인물이다. 사실 자신의 결혼까지 포함해 Darcy의 Elizabeth에 대한 청혼까지, 그녀가 기여한 측면을 발견하기는 힘들 정도로 적극적 삶의 대처 방식이 부족한 여성이다.
이 소설은 Elizabeth로 시작해서 Lizzy, Eliza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애칭을 달고 있는, 그것도 두 개나 가진 인물도 그녀뿐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총애만 듬뿍 받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모든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지만 Lizzy의 감정은 저자의 묘사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대화체적 독백으로 대부분 표현된다. 실로 Elizabeth라는 인물은 영국 문학사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임과 동시에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이 작품의 정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미인은 아니지만, 재치와 유머, 당당함을 겸비한 시대를 초월한 존재이다. 중반까지 Darcy를 오만한 인물로 경계하고, 언니의 사랑을 방해한 그를 혐오하지만, 곧 그에 대해 자신의 편견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지체 높은 Lady Catherine de Bourgh와 맞서 당당히 자기주장을 펼친다. 아픈 언니를 보러 마차도 없이 젖은 들판을 혼자서, 속치마까지 젖는 고초를 감수하고서라도 감행하는 행동은 Bingley 집안의 여자들에게는 품격 없는 행위라 비판받지만, 오히려 독자에게 그녀의 열정과 적극적 삶의 자세를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그녀는 엄중한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성차별적인 분위기에 맞서 싸우는 당찬 여전사이자 자신의 사랑을 당당히 쟁취하는 강렬한 로맨티스트이다. 이야기 전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Mr. Darcy는 이런 그녀의 당당함과 열정을 든든히 받쳐 주는 물질적 능력을 갖춘 존재로 등장한다. Jane의 소극적 태도를 오해한 자신의 잘못을 Bingley와의 혼인으로 해결하고, 철없는 Lydia의 행동에 Wickham에 대한 자신의 경고가 부족하였음에 기인한 것이라 여긴 후, 직접 Bennet 가문의 위기를 해결해 준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인정한다면 사실 그의 오만한 행동과 언행은 그의 신분과 물질적 자산에서 충분히 이해될 만도 하다. 그는 성직 임명권까지 가진 가문에서 모든 자산을 상속받은 독자로서 한동안 살아왔으며 유일한 혈육은 여동생 하나뿐이다. 하지만 부족함이 없이 성장했던 그는 자신의 오만을 Elizabeth를 통해 인지하고 성장한다. 구조를 보자면 두 인물의 영적 성장 과정이 후반부 전개 과정의 대부분을 이룬다 할 수 있다. 그 둘은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고 결혼으로 화해의 정점을 찍는다. 후반부, Darcy가 Elizabeth를 향해 건네는 “I thought only of you(당신만을 생각했어요).”는 독자들에게 소설의 극적 마침표를 찍어주는 효과를 만들기에 충분한 대사이다.
사실, 이 소설을 단순한 여성용 로맨스 소설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작가 Jane Austen의 생애이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를 살아간 그녀는 6남 2녀의 일곱째로 태어나 평생을 미혼으로 살다 40대에 병사한다. 그녀의 소설 창작은 사실 여성으로서 당당한 경제 주체로 서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한다. 영국인들이 그토록 애독하는 『오만과 편견』은 그녀의 사후에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다. 당시의 미혼 여성은 자립 수단이 거의 없었고 사실상 결혼이 유일한 생계유지의 수단이었다. 여성이 교육받거나 직장을 가지는 것도 불가능했고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가정 교사에 불과하였으며 그것마저도 제한적인데다가 수요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Jane Austen은 성직자, 대지주의 양자,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해군 제독이었던 오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빠듯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뿐이었고, 역시 미혼이었던 언니와 영국 남부지방 곳곳으로 거처를 옮겨가며 살아야 했다. 그녀는 첫사랑에 빠지지만 둘 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반대한 오빠들의 설득으로 결혼에 실패한다. 이후 두 번째로 만난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파혼한다. 이는 “사랑 없는 결혼은 지옥”이라 여기는 Elizabeth의 결혼관으로 반영된다. 그런 엄혹한 현실에서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Elizabeth는 여성에게 부당하였던 당시의 시대상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Jane Austen 자신의 자아이자 그 시대의 초자아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녀의 로맨스적 집착과 Elizabeth라는 독립적이면서도, 당당한 여주인공의 등장은 일면 역설적 타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Jane 자기 삶은 리얼리즘이었고 그녀를 버티게 해 준 것은 바로 Elizabeth라는 낭만적 존재와 또 다른 물적 욕망의 자아 Darcy였다. 『오만과 편견』은 40대의 나이에 쓸쓸히 그녀가 꿈꾸던, 백일몽과도 같은 가장 이상적인 조건의 결혼 이야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