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3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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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59쪽 | 708g | 132*255*35mm |
ISBN13 | 9788937460883 |
ISBN10 | 8937460882 |
발행일 | 2003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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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59쪽 | 708g | 132*255*35mm |
ISBN13 | 9788937460883 |
ISBN10 | 8937460882 |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사람이 사람을 처음 만나 알아가는 과정. 생각보다 우린 굉장히 단순한 방법으로 가능하면 빠른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의 몇 가지 말투, 특징적인 행동 등등...
그리고는 주변사람들의 평가에 자신의 평가를 맞추어보며,
자신의 판단이 어느 정도 비슷한지를 살펴본다.
일상적으로 나 자신도 이러한 짓거리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얼마전 있었던 친구와의 만남을 돌이켜보자.
'너 남자친구 어떤 사람이야?'라고 하면, 주로.. 이름, 나이, 사는 곳, 학력, 직업 이러한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을 늘어놓게 된다. 그 사람의 매력이나 단점,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현재의 고민, 같이 나누었던 순간들... 물론 이런 모든 '그'를 타인이게 설명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또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지나치게 빠른 시간 안에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해보려는 것에 집중하여, 간단한 프로필을 알려주거나, 알기만 하면 된다는 심보다.
때로 이러한 짓거리는 자신을 타인에게 설명할때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자기 소개 좀 할까요?'라고 하면, 이름, 나이, 학교, 현재 직업... 그래, 이름은 그렇다고 치자. 정작 자신은 자신의 직업이나 학교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가? '저요? 제 이름은 OO이구요, 나이는 OO, OO에 다니고 있습니다.' OO안에 어떠한 것을 집어넣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위의 세가지 OO정도를 채워넣은 소개를 받고 나면, '예~'라며 더 묻지도 않는다.
사실... [오만과 편견]은 사실, 사랑이야기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다아시에 대해 첫인상과 몇 몇 행동, 말투 등으로 그가 오만하다고 '오만'하게 평가를 내려버린 사람들... 자신에게 쏟아지는 폭력적인 평가를 알면서도, 애써 자신을 '내보이지' 않은 다아시...
이 소설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려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다아시의 인생과 경험 등을 알아가고, 어느 것이 그의 본 모습이었는가를 깨닫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 그 과정을 매개하는 인물로서 엘리자베스가 존재한다.
이시기 영국의 여성, 가난한 귀족, 결혼제도... 이런 상황들과 맞물려, 제인 오스틴은 낯선 사람을 만나가는 사람들의 과정을 그려낸다. 비록 지금의 여성, 재산, 결혼 등과 당시 영국과는 많은 차이를 그려내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는 과정'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당시의 신랑감으로 고려해 볼 수 있었던 통속적인 '교양을 가진 신사'의 기준. 그러한 신사는 먼저 파티가 있으면, 처음보는 사람에게 언제든지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네야 하고, 처음보는 여인들에게 언제든지 먼저 춤을 권해야 하고, 피곤해하거나, 중간에 나가거나, 무표정하거나, 혼자있으면 안된다. 엘리자베스의 주변을 서성거리던, 콜린스나 위컴처럼 말이다. 오히려 그 '고마움'의 표현이 격감되어 버리게 할 정도의 과장된 인사치례들... 혹은 타인의 이목받기를 즐기기기 위해 하는 대화나 춤을 권하는 것들... 이러한 부류의 통상적인 '교양'을 갖춘 사람들에 비해 다아시는 그저 솔직한 것뿐이었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우리가 가진 '확고하다'라고 믿고 있는 몇몇 가치나 기준들이 한순간에 뿌리부터 흔들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 확실할 것 같던 미래.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 그러한 기준과 가치들은 몇 번씩 흔들리면서, 다시 설정되고 해체되기를 반복한다. 이상형, 진로나 직업, 꿈... 그러나 신기하게도 어떠한 종류의 사건이나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수정되기를 반복하는 이러한 불확실한 기준을 즉각적으로 '맹신'한 채 또다시 속단하고 편견을 낳아버린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 생각이 맞을꺼야...'라고... 그리곤 재빠르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자신의 편으로 만드려 한다든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과 그렇치 않은 사람들의 편을 나눈다. 이 쯤 되면, 무언이 그 사건이나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인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굳히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나에게 이미 알고 있는 나의 이러한 행태를 다시금 상기시키게 한다. 하지만, 소용없다. 고작 28년 동안 쌓아온 나의 이러한 불완전한 습성은 내일 아침 눈을 뜨면서 동시에 또 나를 지배할 것이고, 나는 또 다시 다가올 시행착오를 예견하면서도 계속해서 고집부리고 편견들을 키울 것 같다.
다만 그러한 시행착오가 또 나의 '확실성'에 대한 믿음을 뒤흔들어 놓을 때,
'많이 고통스러워하지 말자!'고 되뇌이는 노력만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