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2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139쪽 | 220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729 |
ISBN10 | 8937461722 |
발행일 | 2008년 02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139쪽 | 220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729 |
ISBN10 | 8937461722 |
많이 접해서 이미 읽었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다. 어쩌면 정말 읽었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경험과 기억을 가져갔는지도. 한여름밤에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한여름밤의 꿈』이다. 1막 1장, 테세우스(아테네의 공작), 히폴리타(테세우스와 약혼한 아마존의 여왕), 필로스트레이트(테세우스의 연예부장)가 그 밖의 사람들과 함께 등장한다.
테세우스 자, 아름다운 히폴리타, 이제 우리 혼인날이 빨리 다가오는구려. 행복한 나흘 뒤면 새 달이 뜬다오. 근데 저 낡은 달은 얼마나 느리게 기우는지! 계모나 과부가 젊은이의 재산을 오랫동안 축내듯이 내 욕망을 질질 끌어 풀 죽게 만든다오.
히폴리타 나흘 낮은 재빠르게 밤 속으로 젖어 들고 나흘 밤은 재빠르게 꿈결처럼 지나가요. 그러면 새 달은 하늘에서 새롭게 당겨진 은빛 나는 활처럼 우리의 혼례식을 내려다볼 거예요. (p. 11~ 12)
낮은 재빠르게 밤 속으로 젖어 들고 밤은 재빠르게 꿈결처럼 지나간다는 히폴리타의 대사는 복선으로 보인다. 관객들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꿈결처럼 지나간단 말인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곧 이지우스와 그의 딸 허미아, 라이샌더, 드미트리우스를 등장시킨다. 그들의 대사를 통해 갈등의 원인이 드러난다.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서로’ 사랑하는데, 허미아의 아버지 이지우스는 사위로 드미트리우스를 원한다. 드미트리우스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드미트리우스는 착한 처녀 헬레나를 혹하게 만든 적이 있다. 허미아의 친구이기도 한 그녀는 지금도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한다.
헬레나 누구는 누구보다 얼마나 더 행복할까! 아테네를 통틀어 나도 쟤만큼이나 예쁘다지. 그럼 뭐 해? 드미트리우스의 생각은 다른데. 자기 빼고 다 아는 걸 그는 알지 않으려 해 그리고 허미아의 눈에 혹해 그가 빗나가듯이 나도 그의 자질에 감탄하고 있잖아. 사랑은 저급하고 천하며 볼품없는 것들을 가치 있는 형체로 바꿔 놓을 수 있어.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래서 날개 달린 큐핏을 장님으로 그려 놨지. 게다가 사랑 신의 마음은 판단력도 전혀 없어, 날개 있고 눈 없으니 무턱대고 서두르지. 그러니까 사랑을 어린애라 하잖아. 선택할 때 그 애는 너무 자주 속으니까. 짓궂은 소년들이 재미로 거짓 맹세 하듯이 어린 꼬마 사랑 신은 도처에서 위증해. 드미트리우스가 허미아의 두 눈을 보기 전엔 자긴 오직 내 거라고 우박 맹세 퍼붓다가 그 우박이 허미아의 열기를 느꼈을 때 그는 녹고 무더기 맹세도 녹아 버렸으니까. 어여쁜 허미아의 도망을 그에게 일러야지, 그럼 그는 내일 밤 숲 속으로 그녀를 뒤쫓아 가겠지. 정보를 준 대가로 감사라도 받는다면 그건 아주 비쌀 거야. 하지만 이건 그를 거기와 여기에서 보면서 내 고통을 더욱더 키우겠다는 뜻이야. (p. 21~ 22)
헬레나의 이 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요정의 왕 오베론도 헬레나에게 기운다. 처음부터 제대로 도와주었으면 ‘한여름밤의 꿈’도 존재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퍽(또는 로빈 굿펠로)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퍽 저희 그림자들이 언짢으셨다면 이러한 영상들이 보였을 때 잠들어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만 고치시면 다 괜찮죠. 그리고 가볍고 시시하며 꿈처럼 헛것 같은 이 주제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여러분. 용서해 주시면 잘해 보겠습니다. 또한 제가 정직한 퍽인 만큼 노력 없이 얻게 된 행운은 야유를 피하기 위하여 머지않아 보상하겠습니다. 안 그러면 거짓된 퍽이지요.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친구라면 박수 좀 쳐 주세요, 그러면 로빈이 보답하겠습니다. (퇴장) (p. 110)
로빈의 보답은 셰익스피어의 후속작 아닐까. 친구로 박수를 보내야겠다. 이제는 여자가 뒤쫓아도 되지만, 어느 누구라도 상처 입히면서 칼로 구애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지만, 로빈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용서해 주면 잘해 본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하지만 궁금하다. 잠들어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만 고치면 정녕 다 괜찮을까.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청량하고 열정적인 여름밤이 떠오르고, 환상적인 꿈이 떠오르고.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극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학창시절에 셰익스피어의 3대 비극이 뭐고, 4대 희극이 뭐고 하는 암기와 시험과정에서
정떨어져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시작하자마자 운문형식에 당황했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당황했다.
별로 좋아하는 않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듯한 길고 입에 붙지 않는 이름들이 엄청 보였다.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연인관계이고,
"허미아"집안에서는 "드미트리우스"와 결혼시키려 하고,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를 짝사랑하고,
아주 얽히고설킨 관계만 보면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이 꼬이고 꼬인 관계속에서 "퍽"의 실수로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를 바라보게 되는 더 꼬인 상황이 발생한다.
역시 사랑은 1:1 쌍방의 편안한 관계를 용납하지 않는가보다.
그래서 더 어렵고 안타깝고, 영원한 숙제인 것 같은 사랑.
요정의 왕 "오베론"의 심술로 운명의 사랑이 큰일날뻔 했지만 다행히 제자리를 찾았다.
"희극"이라는 것을 알게모르게 염두해두고 있었는지 읽는내내 심각하기보다는 유쾌했다.
요정의 장난처럼 그렇게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한 순간에 뒤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고,
어쩌면 운명의 상대는 정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한여름밤의 꿈"처럼 환상적이지만 또 한편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사랑을 찾는 연인들의 모습을 요정이 개입하여 꼬인 관계속에서 유쾌하게 그려낸 희극.
제목, 요정이라는 판타지 소재, 해피엔딩등으로 인해
한바탕 꿈을 꾸고 일어나서 자세한 기억은 못하지만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녀가 떠오른다.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
사랑의 열병에 시달렸던 적이 있는가?
당신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온종일 그대를 향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내겐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여름이 있었다.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도서부원이기도 하고,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그 친구를 좋아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유쾌한 일이다.
지금 그 친구는 어느덧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뤘지만ㅋ
하지만, 당시에 그녀(그)의 마음을 얻지 못하던 우리는 마치 열병을 앓는 것과 같다.
공부도 일도 최우선이 될 수 없고, 단지 감정의 폭풍 속에 내 몸을 내맡긴 채,
무언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기적은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기적을 바라는 데서 오는 좌절감과 상실감은 찌는 듯한 더위와 더불어 한 사람을 끝없이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이 문제에 대한 특효약을 제시한다.
바로 퍽이 가지고 다니는 '사랑의 묘약' 말이다.
눈에 바르기만 하면, 눈을 뜨는 순간 처음 보는 상대방에게 사랑에 빠지게 하는 신통방통한 묘약이다.
(이 약이 내게 있다면, 쉬는 시간 잠시 눈을 붙이던 그녀(그)의 눈가에 이 약을 바르고 그 친구가 깰 때까지 앞에서 지켜보고 있을텐데...^^;;)
허락받지 못한 사랑에 빠져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는 라이샌더와 허미어, 드미트리우스와 그를 사랑하는 헬레나. 이 두 쌍의 남녀를 중심으로 한 왁자지껄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소동에 관한 이야기다.
퍽의 '사랑의 묘약'이 소동을 일으키는 발단이자 마무리시키는 해결책이 되기도 하니 일종의 판타지에 다름없는 셈이다.ㅋ
대학 1학년 때 원어연극에 테세우스 역으로 출연했었고(내가 좋아했던 친구는 허미어여서 라이샌더를 하고 싶었으나ㅠㅠ-이 친구도 작년에 결혼ㅋ), 수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았던 이 책..
읽을 때는 그냥 재미있다라고 여겼는데, 시간이 갈 수록 삶 속에 체화되어 나(인간)의 삶과 너무나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셰익스피어는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너무나 인간을 잘 알고, 인간 본성의 심연을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시로 다룬 그를 알아갈수록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