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2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188쪽 | 298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736 |
ISBN10 | 8937461730 |
발행일 | 2008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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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8쪽 | 298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736 |
ISBN10 | 8937461730 |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적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라도 그대는 그대이죠. 몬터규가 뭔데요? 손도 발도 아니고 팔이나 얼굴이나 사람 몸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니에요. 오. 다른 이름 가지세요! 이름이 별건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가 날 겁니다. 로미오도 마찬기지. 로미오라 안 불러도 호칭 없이 소유했던 그 귀중한 완벽성을 유지할 거예요.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
『로미오와 줄리엣』중에서
달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마세요
누구나 한번 쯤 사랑의 맹세를 해봤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이럴 때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상이 있다면 더 이상 그리움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고백하는 대상은 어딘가 모르게 열정을 품은 매혹적이면서도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달(月)에게 맹세하는 것은 어떨까요? 달 없는 밤은 생각만으로도 어둡습니다. 달이 없다고 한다면 사랑을 아무렇게나 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언젠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것을 믿는 만큼이나 우리는 신기하게도 더 많이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세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달에게 맹세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줄리엣에게 사랑은 언제나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결코 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한 달 내내 변하는 달은 지조가 없다는 것입니다. 로미오에게는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달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줄리엣은 사랑의 맹세를 하기에는 달의 모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염려했습니다. 그래서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겠다면,
품위 있는 자신에게 맹세해요.
라고 했습니다. 또한 너무너무 성급하거나 무모하거나 반대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번개 친다.”를 말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번개와 꼭 같다고 했습니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줄리엣은 사랑의 새싹은 여름의 숨결로 자라나 다음 만날 땐 예쁜 꽃이 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계(四季) 중에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계절을 고른다고 하면 여름의 숨결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5월이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5월에 슈만은 사랑하는 클라라를 위해 다음과 같은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5월, 꽃들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는 사랑이 싹튼다네. 아름다운 5월,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한다네.
슈만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게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예쁜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불행은 그들의 가문이 오래 묵은 앙숙이었는데 그들이 숙명적인 몸에서 연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첫 키스를 하였지만 서로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 후 그들의 사랑은 가혹했습니다. 과연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로미오는 줄리엣의창가 아래에서 그녀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줄리엣은 “로미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라고 안타깝게 말하면서 그의 이름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이름만이 그녀의 적일 뿐 이었습니다. 몬터규는 로미오의 손도 발도 아니고 얼굴이나 사람 몸 가운데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줄리엣은 로미오가 다른 이름을 가져 그 이름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 가지라고 했습니다. 장미가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가 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줄리엣의 비밀을 듣고 있던 로미오는 만약 그녀가 자신을 애인이라 불러 준다면 앞으로는 절대로 로미오라고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장식이 아니에요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 전에 그는 로잘린과 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눈가리개 하고 있는 사랑이라고 하면서 비탄에 빠졌습니다. 비록 그녀가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큐피드의 화살로는 로잘린의 과녁을 맞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한편 줄리엣는 귀족 청년 파리스 백작과 어쩔 수 없이 결혼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축제에서 로미오는 횃불보다 더 밝게 빛나는 줄리엣을 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줄리엣은 어떤가요? 결혼이라고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영예라고 여겼는데 원수 집안의 로미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
사랑을 마음이 아니라 눈(目)으로 하면서 미모, 가문 등을 따지는 것은 관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사랑을 입(口)으로 하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상 속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면 즉, 환상만 자극한다면 이런 사랑은 한숨만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줄리엣이 말한 대로 “말보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상상력은 장식이 아니라 본질을 뽐내는 법”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랑은 눈과 입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사랑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습니다. 사랑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형식적인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랑은 장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미오, 줄리엣이라는 이름을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는 것, 정말이지 사랑이란 이런 것인지 모릅니다.
무서운 아름다움
스무 자루 칼보다도 더 큰 위험이 줄리엣의 눈에 있다고 했던 로미오는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사랑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줄리엣은 어떤가요? 사랑은 내게 힘을, 힘은 도움을 줄 거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불행을 이겨내려고 했으나 끝내 그러지 못했습니다. 순수한 사랑은 죽음을 삼키고 말았습니다. 최종철은『로미오와 줄리엣』,「작품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렇다면 줄리엣의 자결이 보여 주는 이 슬픔 속의 기쁨, 예이츠의 표현을 빌리면 이 ‘무서운 아름다움’(terrible beauty)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비극의 주제일 뿐만 아니라 주된 구성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 사랑의 모순어법에서 나온다. 서로 미워하는 두 원 수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서로를 사랑하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운명에 한편으로는 대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결국에는 살아 있는 죽음을 통하여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을 이룬다.
사랑하는 사람은 짓궂은 여름 바람 맞으며 한가로이 나부끼는 거미줄에 올라타도 안 떨어진다고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불행한 운명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미움을 넘어 유일한 사랑을 낳을 정도로 순수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죽은 꽃을 피웠습니다. 만약에 사랑이 물음표이거나 느낌표라고 한다면 사랑은 예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랑은 죽음표일 수 있습니다. 사랑이 죽음표라고 해서 죽음으로 소진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오히려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을 통해 영원히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갈망, 이렇게 사랑은 무서운 아름다움인지 모릅니다. 무서운 아름다움은 사랑의 죽음표라는 그림자를 치료하는 것이어야지 독(毒)이 되어서는 정말로 무서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동생이 아주 슬픈 연애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추천 좀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연애소설을 즐겨 읽지 않아 추천해주기가 애매했다. 처음엔 '1Q84'를 추천했는데 두께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다 책장 구석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했다. 사실 아직 나도 읽지 않은 책이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읽기시작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추천해줬다. 동생은 너무 뻔하다고 하지만.. 영화와 그맛이 다르니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생각해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따라갈 슬픈 연애소설이 있을까싶다. 물론 문체가 우리에게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너무 유명한 내용이어서,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있어서.. 대부분 읽지 않고 지나가지만, 이제까지 읽었던 어떤 사랑이야기보다도 슬프고 가슴이 뛴다.
p51
줄리엣 위쪽 창문에 등장
잠깐만, 저기 저 창문에서 웬 빛이 새 나오지?
저곳은 동쪽이고 줄리엣은 해님이다.
고운 해님 솟아올라 시기하는 저 달은
무찔러 버려요. 자신의 시녀인 그대가
훨씬 더 곱다고 벌써부터 슬퍼서 창백해요.
그녀는 시기하니 하녀되진 말아요.
…… (중략)
저것 봐. 손으로 자기 뺨을 받쳤어!
오, 내가 저 손에 낀 장갑 되어 그녀 뺨을
만져나 보았으면!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 바로 줄리엣이 창밖에 서서 혼잣말을 하고 이를 지켜보던 로미오가 그녀에게 나타나 사랑을 속삭이며 키스하던 바로 그 대목이다. 영화에서는 화면에 집중하느라 말들을 다 새기지 못했는데, 이렇게 글로 읽어보니 새롭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부분 밤에 만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을 염두해두고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그들의 만남이나 주인공들이 해를 싫어하고 밤 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비극적인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끝내버리지… 왜 사람들은 아직도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서점에 갔다가 여고생들이 아주 슬픈 사랑 얘기를 읽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뿌리깊게 박혀 못잊고 그리워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불륜과 복수가 난무하는 드라마만 봐 오다가 오랜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니 아무리 결과가 뻔하다 하더라도.. 재밌었다. 아니.. 가슴뛰었다.
사람들이 4대 비극에 들어간다고 착각을 많이 하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제로는 희극이 아니었을까 싶다.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같이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 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스스로 끊었다는 게 참으로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라면 절대 안 했을 선택이지만 이들은 했으니까 이들 나름의 행복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로 번역된 문체에서는 도저히 셰익스피어의 위트감이나 천재성을 읽을 수가 없고 다만 따분함 느낌이 지배적이다. 4대 비극은 어려워서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한여름 밤의 꿈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정말 영어공부를 절실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 이 책 역시 좋았다
살아가면서 평생 느낄 수 없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이 순수한 사랑. 그 사랑에 대한 두 사람의 고귀한 열정이 읽으면서 감동을 주었다. 이 식상 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시대가 변해도 계속 사랑 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 역시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지금 이 책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사랑을 라고 싶다는 동화 속 이야기 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