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9년 11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6쪽 | 303g | 128*188*20mm |
ISBN13 | 9788932909844 |
ISBN10 | 8932909849 |
발행일 | 2009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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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6쪽 | 303g | 128*188*20mm |
ISBN13 | 9788932909844 |
ISBN10 | 8932909849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레마르크의 반전 의식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연보 |
“전쟁은 인류의 재앙이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긴다. 소수의 영광을 누리는 특권층을 제외하면 전쟁은 그저 공포와 재앙을 낳을 뿐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한 희생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 되는 것이니까. 국민들과 군인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전쟁을 통해 이재민이 발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이 피해들을 누가 보상해 줄까? 지금은 세계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들이 힘들 합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선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에 전쟁은 뗄수없는 관계일까?
20세기 초 사라예보 사건을 시작으로 범 슬라브민족주의와 범 게르만민족주의가 충돌하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실제 전쟁에 참여했던 레마르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반전 성향이 짙은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집필했다. 19세 소년병사의 눈으로 바라본 1차 세계대전이자 전쟁에 대한 참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낸다. 폭탄이 터져 사지가 잘려나가고, 참호에 몸을 숨기며 죽음의 공포 속에 울음을 터트리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전쟁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죽음의 전쟁을 경험한 레마르크는 19세의 소년병사 파울 보이머의 눈을 빌어 소설을 그려 나간다. 운 좋게 2인분의 식량을 지급받아 즐거워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병력의 충원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소년들을 지원받아 전선에 투입되는 프러시아의 암울한 시기를 중심으로 한다. 음식의 보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굶주림 속에서 전쟁에 임해야 했던 시기에 2인분의 식사배급은 말 그대로 땡잡은 격이었다. 150명의 병력이 투입되 절반이 살아 돌아온 암울한 현실이었지만, 병력 충원을 하기 위해 후방으로 나와 잠깐이나마 배부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상황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한창 꿈에 부풀어 자신의 미래를 그려야 할 나이, 파울 보이머는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며 동료들과 전쟁 후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꿈에 있어야 할 나이에 당장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루하루가 벅차다. 게다가 전쟁 동안 총 쏘고 수류탄 던진 것밖에 없으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전쟁은 우리 모두의 희망을 앗아가 버렸어.” –p75 그들은 불과 19살의 나이에 활동, 노력 및 진보라는 것으로부터 차단됐고,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오직 전쟁밖에 없었다.
병력이 충원되고 또다시 전방으로 투입된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 전진과 후퇴를 거듭했고, 그들은 살기 위해 맹수로 변해야 했다. 무력하게 단두대에 누워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파괴와 살인을 저질렀다. “우리들은 인간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우리 뒤에서 철모를 쓴 채 두 손을 들고 쫓아오는데 그 순간 우리에게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p95 서로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모두 잃어버리고,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린다. 속임수와 위험한 마술을 써서 달리고 또 달리며 그저 살인을 저지를 뿐이다. 전쟁은 우리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이성을 잃어버린 살인기계로 만들었다.
보이머는 휴가를 나간다. 몇 년동안 죽지 않고 살아남은데의 보상은 달콤한 휴가다. 부모님을 보고 울고 싶지 않지만 눈물이 흘러나온다. “고생이 많지?”라고 물어보는 어머님 앞에 “아뇨, 별로 고생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는 보이머. 하지만 속으론 어머니 품에 안겨 울고만 싶다. 전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부모님과 함께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차라리 휴가를 나오지 않았으면”이란 생각도 든다.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자신의 방에 앉아 과거를 회상한다. “다행히도 전쟁이 끝나고 내가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면 이 모든 것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여기에 앉아 내 방을 둘러 보며 기다리겠지” –p138 가지각색의 책들에게 솟아오르는 소망의 바람에 다시 한번 휩쓸려 보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하지만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전쟁 속에선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이다. 언제 또다시 내 책상앞에 앉아 볼 수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의 공포가 한층 심해진다. 이대로 달아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내 마음속에 다시 미래에 대한 조급함과 사색의 세계에 대한 활기찬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으면…” –p 138
휴가에서 복귀하고 또다시 전방으로 향하는 보이머,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에서 하나둘 전우들을 잃어간다. 내 친구들이 죽어간다. 전쟁을 시작한 높으신분들도 전쟁터에 나와 싸워야 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원망스럽고 죽음의 공포가 두렵다.
보이머가 참호속에서 불의에 적군을 죽이고 몇시간을 시체와 함께하며 절규하는 부분이 가슴에 남는다. “이봐, 전우 나는 자네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 자네가 이곳에 또다시 뛰어든다 하더라도 자네가 얌전히만 있으면 자네를 죽이지 않을 거야. 내가 찔러 죽인 것은 적이라는 연상이야. 지금에야 자네도 나와 같은 인간임을 알게 되었어. 난 자네의 수류탄을, 자네의 총검을, 자네의 무기를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나는 자네의 얼굴을 보고 자네의 아내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있어. 전우여. 부디 나를 용서해다오! 우리는 이러한 점을 늘 너무 늦게야 깨닫곤 하지. 자네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쌍한 개란 사실을, 자네들 어머니들도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근심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죽음과 고통을 똑같이 두려워하며 똑같이 죽어 간다는 사실을 말이야. 부디 용서해다오, 전우여. 어째서 자네가 나의 적이 되었던가. 우리가 이런 무기와 군복을 벗어 던지면 카친스키나 알베르트처럼 자네도 나의 벗이 될 수 있을 텐데, 전우여. 나의 목숨에서 20년을 떼어가서 일어나다오. 아니 더 많은 횃수라도 가져가다오.” – p177
온 전선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날 파울 보이머는 전사하고 만다. 하지만 사령부 보고서에는 이날 <서부전선 이상없음>이라고만 적여 있을 따름이었고 아무도 그들의 죽음은 기억하지 않았다.
한낱 일등병의 시선으로 그린 소설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전쟁이 가져다 주는 폐혜를 잘 그려냈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비오듯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그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영웅이 되라'는 거짓과 위선으로 그들을 사지로 내몰은 윗대가리들은 대체 어떤 판결을 받아야 할까. 전쟁으로 잃어버린 희망과 미래, 죽어가는 동료들.. 헤어지고 싶지 않은 부모님과 친구들.. 전쟁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간다. 우리가 승리한들 무엇하고 패배한들 무엇 할까. 그 무엇도 우리 가슴에 남긴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는데 말이다. 일개 전쟁소설로 인식하고 읽은 소설이 가슴에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될수도 있었는데..란 글이 내 마음을 적신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전쟁으로 파괴된 세대의 보고서
만약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면 어떻게 만들까? 우선 불사신 같은 전쟁 영웅이 등장할 것이다. 그는 적들의 빗발치는 총탄과 포화속으로 뛰어들면서 고지를 점령하며 훈장을 받는다. 간혹 어깨에 총상을 조금 입겠지만 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참혹한 전투 속에서 경험하는 따뜻한 전우애도 느낄 것이고, 고향에 두고 온 애인과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도 퍽 재밌을거다. 결국은 소중한 동료를 몇몇 잃지만 전쟁에 승리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의 이야기로 해피엔딩을 하게 될거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영화나 책속에서 보여지는 전쟁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논픽션 리얼 스토리를 한 번 만나보자. 그것은 바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이다.
레마르크는 분명 일차세계대전을 테마로 소설을 썼지만, 그 누구도 이게 소설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참혹한 전쟁의 비정함을 처절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마르크는 가톨릭계 사범 대학을 다니다가 열여덟에 징집되어 서부전선에 배치되었다. 비록 그는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고 훈장을 받고 제대하였지만 전쟁에서 경험한 비인간적이고 참혹한 경험들은 결코 잊을수가 없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고등학생뻘 되는 학생들이 국가를 위해 참전하라는 권유를 받고 다분히 의협심에 전장으로 가서 겪는 일화를 담았다. 주인공 파울 보이머는 친구들과 함께 조국을 지키겠다는 들뜬 마음으로 참전하지만 막상 도착한 전투 현장은 극한의 공포와 참혹한 광경뿐이었다. 함께 참전한 친구들과 생사의 갈림길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모르는 나날을 보낸다. 에피소드들의 연속이라 이야기 전개나 속도감이 다소 떨어질수는 있다. 하지만 레마르크가 이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국가란 무엇이며, 권력자들의 이권다툼으로 인해 벌어진 전쟁이 가져오는 개인의 비극을 절실히보여준다.
"잘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일이지. 우린 우리 조국을 지키겠다고 여기에 왔어. 그런데 프랑스인들도 자기 조국을 지키겠다고 여기에 온 거 있지. 그럼 대체 어느 쪽의 생각이 옳은거야?"
"양쪽 다 옳다고 할 수 있지." 나는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실은 자신이 없다.
"그래, 그럼 말이야." 알베르트는 이렇게 말하고 공박하려는 듯 나를 쳐다본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교수들이며 목사들이며 신문들은 우리만 옳다고 말하잖아. 그건 뭐 그렇다고 해두자. 그런데 프랑스의 교수들이나 목사들이나 신문들도 자기들만이 옳다고 주장하겠지.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중략)
그러면서 그는 전쟁이란 대체 왜 일어나느냐고 묻는다.
"대체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심하게 모욕할 때 일어나지." 알베르트는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하지만 차덴은 무신경한 태도를 보인다. "한 나라가? 그게 무슨 말이지. 독일의 산이 르랑스의 산을 어떻게 모욕할 수 있단 말이야. 혹은 강이나 숲이나 밀밭이 말이야."
"넌 정말 그렇게 멍청한 거니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거니?" 크로프가 투덜거린다. "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모욕한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난 여기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네." 차덴이 대꾸한다. "난 모욕받은 느낌이 들지 않거든."
(중략)
"아, 이봐, 그건 전체로서의 민족이니까 국가를 말하는 거야." 뮐러가 소리친다.
"국가라, 국가라." 차덴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능청스럽게 말한다.
"헌병이니 경찰이니 세금, 이런 게 너희들이 말하는 국가지. 국가가 그런 거라면 난 사양하겠어."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어리다면 무척 어린 나이다. 그들은 전쟁이 목적도 이유도 모른채 조국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참전했지만 결국 그들이 겨누는 총은 또 다른 나라의 선량한 얼굴을 가진 농부, 인쇄공, 구두 수선공들이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친구로 만났을수도 있었을텐데 그들은 서로 이유없이 죽여야 하는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길어지는 전쟁탓에 민간인들의 생계는 무너져가고 군인들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파울 보이머의 어머니는 암을 얻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함께 참전한 친구들은 이제 거의 다 죽고 없다. 참전 이후부터 계속 함께 지내며 전우애를 다지고 마음으로 의지하던 카친스키도 결국 죽고 혼자 남은 파울 보이머. 결국 마지막 장에서 그 또한 죽었음을 시점 전환으로 알 수 있었다. 파울 보이머가 전사한 그 날 올라온 보고서에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는 짧막한 문장만이 있을 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차 세계대전,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젊은이들은 숭고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다. 그들은 10주간의 군사훈련을 받고 곧 최전방 서부전선으로 투입된다. 그러나 그들이 목격한 전쟁은 숭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탄이 비오듯 떨어지고 유탄에 전우들의 몸이 걸레짝처럼 찢어 발겨진다. 병사들의 공동묘지이자 참호인 전선에서는 수없이 떨어지는 포탄으로 묘지의 주인과 금방 죽은 병사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이미 묘지이므로 포탄이 멈추면 그냥 묻기만 하면 되었다. 병사들은 우연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오늘이 있고 없고는 순전히 우연 덕택이다. 다행히 오늘이 있는 병사들은 달콤한 휴식에 취한다. 먹고 싸고 흡연과 카드놀이,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행복이지만 그것만 있어도 그들은 행복했다. 살아있기에 행복한 것이다. 작가가 행복이라고 썼다해서 그것을 진정 행복이라고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다면 본헤드이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전쟁의 참상을 혹독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반전소설의 백미로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토록 고대하던 종전을 앞두고 주인공과 전우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서부전선 이상없다>라는 짤막한 보고서 한 장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