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03일 |
---|---|
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32g | 130*205*17mm |
ISBN13 | 9791191114157 |
ISBN10 | 1191114155 |
발행일 | 2021년 11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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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32g | 130*205*17mm |
ISBN13 | 9791191114157 |
ISBN10 | 1191114155 |
지은이의 말 … 011 프롤로그 … 013 감정 위장 … 018 떠돌이 개 … 032 달과 별 … 049 껍질조차 다 벗겨진 너와 나 … 073 걷는 법 배우기 … 100 서로의 버팀목 … 126 넓고 푸르른 초지 … 147 켄타우로스 … 162 아직 준비 안 됐다고 … 183 구불구불 휜 길 … 212 나를 내보내줘 … 237 월마트 … 247 수백 명 더 … 260 올리비아 … 265 숨겨진 언어 … 274 부서지며 길들어가는 우리 … 279 루트비어 … 296 나를 따라와 … 304 강으로 … 312 단 한 잔도 … 323 몇 차례의 파도 … 335 벨 … 347 온화한 존재들 … 356 감사의 말 … 363 옮긴이의 말 … 367 |
처음에 제목을 접하고 '하프 브로크'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찾아보니 여러가지 뜻 중에서 '훈련이 잘 되는 않는 말'이라는 뜻으로 쓰인 제목이었다.
레즈비언이면서 내향적인 즉, 비주류인 저자가 말조련일을 하면서 겪은 일을 책으로 펴냈다.
그냥 말조련이 아니라 범죄자들의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말목장에서의 말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었다. 버려진 사람들과 말의 이야기. 다들 이유가 있고 상처가 있다. 서로를 보듬어가고 치유하는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라 설득력이 있고 감동도 있으나 감정을 너무 절제했다. 울컥하다가 말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
읽어봄직하다.
김영하의 북클럽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작가님의 추천책은 꼭 사보게 된다.
말이야기라니 조금은 쌩뚱 맞았지만 '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라는 부제를 통해서 그렇게 말의 생태학적인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하프 브로크'라는 말이 생소했는데 반만 길들여진 말을 뜻하는 승마용어라고 한다.
"있잖아요. 진저, 저는 하프 브로크예요. 저한텐 이 벽들이 필요해요. 이 울타리요"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고 따뜻한 배려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 물론 우린 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다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심각하게 소외당하고 날 때 부터의 환경으로 인해서 인생의 한 부분이 심하게 망가져 버려서 회복이 불분명 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말들도 마찬가지였다.
심하게 학대당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폭력에 노출된 말들은 사람을 꺼리고 훈련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서로 교류하면서 변화된다.
변화의 정도가 아닌 살아난다.
자세가 달라지고 말투가 달라지고 삶이 변화를 겪는다.
말은 말이 아닌 그 사람의 행동거지 , 마음의 자세를 그대로 느끼기 때문이라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말을 통해 치유되고 힐링 되서 좋으면서도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망가진 부분을 사람이 아닌 말이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긴 했다.
"어떻게 걷느냐, 어떤 자세로 서 있느냐를 보고 말들은 여러분을 짓밟을지 순순히 따를지 결정할 거예요. 그뿐 아니라 여러분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가짜배기인지도 판단할 거예요. 내 말을 믿으세요."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로 제소자들을 모아둔 목장에서 말을 돌보면서 변화되는 이야인데 감동적이다. 따뜻함이 느껴지고 어쩔 수 없는 부분에 함께 아쉬워지는 공감가는 이야기들이다.
"매일같이 하는 포옹은 나 여기 있어요. 당신도 여기 계속 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다. "
"언어는 빼앗길 수 있다. 소실될 수도 있다. 도둑질당할 수도 있따. 단절되기도 한다. 언어는 생득권이 아니다. 모두가 자기 말을 남에게 들려줄 기회를 갖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소리를 낼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
책을 읽기 전 표지의 말(馬) 그림을 보며 어릴 적 읽었던 <블랙 뷰티>를 떠올렸다. 아직 영어를 모르던 아이에게는 뜻 모를 제목이었지만, 이내 까만색 예쁜 말을 만나 울고 웃으며 읽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책에도 ‘진저’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사람이 아닌 ‘말’이다).
그 기억 탓인지, <하프 브로크>를 읽기 전에는 사람과 말의 교감을 그린 소설이 아닐까 다소 빗나간 상상을 했더랬다. 다 읽고 나니 어찌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상상이었는데, 소설이 아닌 에세이 라는 점에서는 틀렸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 말과 사람, 말과 말, 그렇게 닿아있는 존재들간의 교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반은 맞았다 여겨진다.
저자 진저 개프니는 말 조련사로, 이 책에는 그녀가 대안 교도소의 재소자들을 만난 이후 말을 매개로 그들과 교감하고 한발, 한발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대안 교도소라는 낯선 상황과 누구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만큼 쏟아져 나오는 사람과 말의 이름들(호크, 루나, 에스트렐라, 윌리, 무, 루트비어, 플로르, 새라, 토니, 랜디, 일라이자, 폴, 렉스, 오마, 마커스...)에 처음에는 다소 더디게 시작된 책 읽기 였지만 이내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내 안에 가득한, 나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편견과 오만함을 마주하며 놀라기도 했고, 변할 듯 변하지 않는 인물들에 입맛이 씁쓸해지기도 또 변하지 않을 듯 변해버린 모습에 울컥해지기도 했다.
“이 목장은 우리의 가족이고 우리 집이에요.” 플로르가 불쑥 거든다. “우리는 같이 노력하고, 힘들어하면 서로 잡아줘요. 대부분은 새사람이 되게 도와줄 가족도 없어요. 우리가 밀쳐냈거나 아니면 가족도 다 중독자거든요.” p.42
서로에 대한 염려와 다짐을 보여줬던 플로르, 새라와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하게 된 순간, 그녀들의 반짝이던 다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나 역시 마음이 아팠고,
“이게 다예요? 남은 사람이 이게 다예요?” 내가 따져묻는다.
(중략)
일라이자가 여자 숙소 건물 귀퉁이를 돌아 모습을 드러낸다. 플로르는 없다. 새라도 없다. 다 가버렸다. 폴도, 렉스도, 오마도. p.236
아마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새라에 얽힌 기억들을 어디다 보관해야 할지 모르겠다. p.251
말을 무서워하지만, 라이딩을 하겠다고 고집하던 랜디가 그저 막무가내 고집만이 아닌 마음과 행동(그는 라이딩을 위해 체중조절까지 감행한다)으로 말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감탄과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말이 죽도록 무서운 사람이 곧 죽어도 말을 타겠다고 우기는 이 현상에 나는 줄곧 흥미를 느껴왔다. 두려움과 깊은 열망, 그러니까 짐승의 파워에 대한 공포와 그것에 가까이 있고 싶어하는 심오한 욕구가 결합된 결과다. 이 조합은 사람을 망칠 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들도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망에 시달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p.172
이렇게 나를 씁쓸하게 하기도, 또 응원하게 만들기도 했던 등장인물 중 가장 나의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토니였다. 진저와 처음 만났을 때 삐딱한 비웃음과 조롱으로 일관하던 토니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변해가는 모습은 낯선 타인의 변화를 넘어서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말에 대해 한 수 가르쳐주시게?” 그가 묻는다. 꽉 다문 입술이 능글맞은 비웃음으로 일그러지고, 머리가 자동차 백미러에 달린 플라스틱 인형처럼 흔들거린다.
(중략)
“이름은 토니고, 약쟁이요. 차마 들려주지 못할 등신 짓거리를 많이 저질렀지. 그건 됐고, 내가 궁금한 건 댁이 말에 대해서 뭘 가르치려는 거냐 이겁니다. 호스 위스퍼러인가 뭔가라도 돼요?” p.43
그가 진저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는 장면은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이 있는지 곱씹어 보게 했는데, 사과를 하면서도 내 체면을 차리고 어쩔 수 없었다며 합리화 하기에 급급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는 윌리에게서 눈을 떼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진짜 재수 없게 굴었죠. 언젠가 저를 용서해주시면 좋겠네요.”
나에게 이렇게까지 숨김없고 솔직하게 사과한 사람은 여태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자신이 저지른 못된 짓에 전적으로 책임을 시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내 기억엔 내가 그런 적도 없다. pp.157-158
그가 말과 교감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살피게 되는 모습은 한 편의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기에 플로르와 새라를 떠나보내고 낙심한 진저의 어깨를 감싸며 다독이는 그의 모습은 이 겨울 그 어느 이야기보다 따뜻하게 다가왔다.
“있잖아요, 진저,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마흔다섯 살인데 이제야 나 말고 다른 일에 마음 쓰는 법을 배우네요. 남을 보살피는 법 말이에요. 윌리 덕분에 배우는 셈이죠. 나를 믿어줬거든요. 있죠, 이 녀석이 나를 믿어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무도 나를 안 믿어주는데.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럴 자격을 얻지 못했으니까 그랬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p.160
“갑시다.” 토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가서 저 녀석들 장안합시다. 라이딩해야죠.” 236
책의 제목 ‘하프 브로크’는 ‘반만 길들여진 말’을 뜻하는 승마용어라고 한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는 무언가 부서져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했는데 곱씹어 생각할수록 참 묘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지니고 있던 그 어떤 것이 부서지고 무뎌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할테니, 어쩌면 우리는 계속해서 부딪혀가며 무언가를 잃고 또 그만큼의 무언가를 얻는 것일 것이다. 비록 그 시간이 아픔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에워싼 담을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할테지만 말이다.
“고마워요, 진저. 그냥 다 고마워요.” 깊은 생각에 빠진, 진지한 표정이다.
“있잖아요, 진저, 저는 하프 브로크예요. 저한텐 이 벽돌이 필요해요. 이 울타리요.” 새라의 팔이 목장 부지 전체를 가리키며 크게 원을 그린다. p.211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목장의 규칙을 계속해서 되뇌이게 되는 것은 단지 2021년이 이십일도 채 남지 않은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시간을 계속해서 걸어가는 한 잊지말아야 할 다짐이기도 하니 말이다.
지난날의 나를 붙들고 있지 말 것. 앞으로 달라질 나처럼 행동할 것. p.179
*기억에 남는 문장
“자기가 위인지 아래인지 모르겠다면 아래인 거야.” 스승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던 게 생각난다. p.29
“저 말들이 여러분을 존중하길 바란다면, 먼저 여러분이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해요.” p.104
“나도 가끔은 너무 힘들고 엉망진창인 날이 있거든요, 새라. 어떤 땐 도움이 필요하고요. 우리 모두 그렇죠.” p.206
“우리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진저. 알고 있죠?” 재닛은 이렇게 말하며 전에 얘기해준 가혹한 진실을 재확인시켰다.
당연히 안다. 회복으로 가는 길이 온통 구불구불 휘어 있다는 것을. 넘어지는 법과 다시 일어서는 법은 이 목장이 모든 재소자에게 단단히 각인시키고자 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내가 저지른 실수, 나의 궁극의 헛디딤은 내가 가축전담반과 함께 쌓아올린 것이 영구적일 거라 믿은 일이었다. p.234
이제는 내 역할이 그들을 구원하는 게 아님을 안다. 그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매일같이 하는 포옹은 나 여기 있어요. 당신도 여기 계속 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다. p.268
내가 하는 말, 내가 말하는 방식이 누군가의 삶에 ? 크든 작든 ?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p.276
이 목장에서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가 있다. 모든 숨돌림, 모든 침묵, 모든 미묘한 억양, 이런 것들이 결과물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내 목소리, 내가 하는 말로 얼마든지 남의 삶을 구할 수 있음을 깨닫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pp.277-278
우리가 각자 자신을 보는 하나의 좁은 관점으로 다른 모든 것을 보는 게 참 신기하다. p.322
말을 타는 건 파도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파도는 우리를 감으면서 지나간다. 우리는 파도를 발로 차거나 때리지 않고, 파도를 컨트롤하는 건 꿈도 꾸지 않는다. 모든 파도는 특색이 있다..(중략)..일단 파도가 감아오기 시작해 우리를 덥석 물면, 그다음엔 마치 연인에게 하듯 그저 표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수밖에 없다. p.338
“열린 그릇이 되려고 해봐.” 스승 중 한 분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말들도 제 마음을 더 전하려고 할 거야.” p.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