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인 두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영국에 홀로 사는 중년의 일본 여인 에츠코는 일본인인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게이코의 자살로 상심에 빠져 있다.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니키가 에츠코를 위로하기 위해 집에 와 있는 동안, 에츠코는 오래전 일본에서 게이코를 임신했을 때 만났던 모녀 사치코와 마리코를 떠올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복구가 한창이던 일본 나가사키. 사치코라는 여인이 어린 딸 마리코와 함께 마을에 홀연히 흘러 들어온다. 모녀는 빈 오두막을 거처 삼아 지내며 주위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미국 군인과 만나고 있는 사치코는 곧 이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 미국에 가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고, 전쟁 때 아기를 살해하는 여자를 목격한 마리코는 그 여자가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망상에 쫓긴다. 차분하고 순종적인 에츠코에 반해 사치코는 거만하고 이기적이며 이런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성격이다. 에츠코는 사치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두 모녀와 미묘하게 관계를 이어 가고, 종종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