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한 잔의 커피란 무엇인가요?”
-커피의 산지와 품종, 그리고 가공법
-맛과 향을 결정하는 성분과 배전 방식
-커피에 관한 여러 속설과 건강과의 상관관계
-좋은 커피를 만나는 나만의 비법은?
암세포 전문의이자 미생물학을 강의하는 탄베 유키히로 씨는 커피 좀 안다 하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난 ‘커피 오타쿠’이다. 그는 인터넷 여명기인 1996년에 ‘百?苑(백커원)’이라는 커피 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인기 있는 커피 사이트이다. 업계 종사자 및 애호가들은 커피에 관해 색다른 궁금증이 생길 때면 이 사이트에 들어가 자료를 구하고 온갖 질문을 해댄다. 그럴 때마다 탄베 박사는 자신이 직접 실험하고 공부한 커피 지식과 최신 해외 논문에 실린 내용을 업데이트하며 뭇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축적한 지식은 웬만한 백과사전을 훌쩍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탄베 박사의 커피 사랑은 지치지도 않는지, 몇 년 전부터는 커피 장인 타구치 마모루 선생이나 세계 각지 스페셜티 업계 사람들과 교유하면서 점점 더 깊은 커피의 세계로 심화되는 중이다.
미생물 의학자가 들려주는 커피의 황홀한 신세계
이 책 《커피 과학(원제: コ?ヒ?の科?)》은 바로 그 탄베 박사가 들려주는 매우 특별한 커피 이야기이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축적해온 커피 지식과 애정을 진하디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꽉꽉 눌러 이 책 한 권에 농축해 담았다. 독자들은 ‘맛’과 ‘향’이 탁월한 커피를 만날 때의 황홀한 기쁨과 지적(知的) 충만감을 바로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 덕에 ‘커피’라는 특정 음료를 소재로 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커피 과학》은 출간 이후 여러 달 동안 일본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독자들이 하나같이 손을 치켜세우는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시각이다. 소문난 과학자이자 의사인 저자는 커피에 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커피에 빠지게 된 자신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재밌는 커피 역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학교 1학년 생일날, ‘뭔가 한 가지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집 근처 마트에 가서 분쇄된 커피와 여과지를 샀던 일, 그날 이후 커피 관련 책을 구입해 ‘공부’를 시작하고 커피 그라인더를 들여놓고 수망배전에까지 손을 대게 된 과정, 이과 계통을 좋아하는 ‘이과형 인간’으로서 커피의 향미 원천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해외 학술논문에서 정보를 모았던 개인사를 흡사 일기장을 꺼내 보여주듯 맛깔나게 풀어낸다.
“이 한 잔의 커피, 도대체 넌 어디에서 왔니?”
도대체 커피가 무엇이기에 탄베 박사가 이 지경으로 빠져들었을까? 독자들이 이런 호기심을 가질 즈음, 지금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어디서 유래했으며 어떤 가공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들려주는 글들이 차분차분 이어진다. 커피콩의 식물학적 기원과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커피나무와 차나무가 생존 전략의 하나로 카페인을 함유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중세 아랍의 수피들이 일종의 환각제로서 커피를 음용하고 대중에 퍼뜨린 기록, 도둑질의 역사로 점철된 티피카의 전래과정, 커피꽃이 필 때의 커피농원 풍경, 커피가 대중화되기 이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서로 다르게 발전한 커피 음용법과 기구, 전쟁 중 궁여지책으로 나온 아메리칸 커피의 탄생 비화 등 재밌는 커피 역사를 곶감 엮듯 줄줄이 꿰어내는 것이다. 이런 단계를 거쳐 커피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이 절정으로 향할 무렵부터 본격적인 ‘커피의 과학’이 시작된다.
더 많이, 더 깊이 알수록 커피의 맛과 향은 진해진다
그렇다면 커피의 ‘맛있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당류의 단맛과 아미노산 및 단백질의 감칠맛을 ‘맛있는 맛’으로 인지한다. 자연계에서 단맛과 감칠맛이 진한 것을 먹으면 효과적으로 영양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커피 맛의 주역은 쓴맛과 신맛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맛있다고 느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저자는 동서양에서 사용하는 ‘맛의 언어’부터 커피 맛과 향을 결정하는 성분구조, 우리 미각구조의 생리학과 생화학, 구강 내 분자 역학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인문학을 종횡으로 누비며 커피 향미의 근원을 촘촘하게 추적해낸다.
성분과 향의 복잡다단한 메커니즘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공감각적 맛과 바디감, 커피 맛을 좌우하는 명품 조연들, ‘모카 향’의 수수께끼까지 알고 난 독자라면 누구나 직접 커피를 볶아 내려 마시고 싶어질 터. 다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으니 커피 맛과 향의 주성분은 커피를 볶는 과정 즉 배전 중에 새로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볶아낸 커피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맛과 향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저자가 무려 100쪽 넘는 분량을 할애해 배전 중 원두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 및 추출의 과학을 그래프와 그림까지 곁들여 들려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아가 저자는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커피와 건강’의 상관관계까지 총망라한다. 흔히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루는 내용인 ‘커피를 마시면 **병이 낫는다’ 류의 정보가 지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오류, 커피의 장기적 영향, 과음과 적정량의 경계선, 의학적 맥락에서 볼 때 커피와 정신질환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섭취에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커피 상식을 바로잡는 한편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나는 비법까지, 커피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전방위적으로 제공한다.
저자의 순수한 궁금증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정말로 과학적이고 분석적이며 명쾌하여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커피 정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아가 그가 존경하는 커피 스승의 경험을 토대로 과학의 잣대가 통하지 않는 감각의 세계까지 정확히 짚어준다. 커피인들이 과학을 알면 상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학만 가지고는 결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저자가 몸소 실험한 결과로 반증해내는 과정이 내게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윤선해, ‘번역을 마치고’ 중에서
독보적인 내용으로 무장한 커피 백과사전!
사람들은 흔히 과학에 만능의 권위를 부여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탄베 씨는 말한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만의 커피 세계를 완성해가는 커피 스승들을 만나 과학의 영역으로 접근할 수 없는 커피의 황홀경을 체험하는 순간이야말로 세상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그리고 바라건대, 자신의 책 《커피 과학》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왜?’라는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는 참고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