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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 12
1.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시작이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다) / 17 2.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충격 (청소기, 전자레인지……) / 47 3. 겨울의 맛 (그리고 여름의 맛) / 73 4. 냉장고의 크기 ≠ 나의 크기 (인생을 명랑하게 헤쳐 나갈 결정적 힌트) / 103 생활의 달인 1 무한한 ‘건조’의 세계 생활의 달인 2 냉장고 없는 식사 5. 소유 말고 공유 (세상이 달라 보인다) / 163 6.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생각) / 207 |
Emiko Inagaki,いながき えみこ,稻垣 えみ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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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도 된다
도서2팀 박은영(pey1835@yes24.com)
하루의 끝,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 스멀스멀 불안이 몰려온다. 자신과의 섀도우 복싱이 시작된다. 불안의 근원은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한다.
1. 굶어 죽으면 어떡하지? 2. 타인이 날 나쁘게 보면 어떡하지?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그 해독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는 『퇴사하겠습니다』로 퇴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절약하는 삶을 선택한다. 퇴사를 했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절약할 수 있는 건가 싶지만,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없애는 건 약과다. 그는 절약을 위해 청소기도 없애고 결국에는 냉장고도 없애버리는, 그야말로 흔히 생활 필수품이라 생각할만한 모든 것들을 없애버린다. 냉장고 없음. 저장 불가능. 오늘 먹을 양식만 구입해서 쓱싹 요리해서 먹는다. 낭비 없는 삶이 시작된다. 사지 않으니 돈이 절약된다. 생활에 필요한 돈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1. 굶어 죽으면 어떡하지!'는 해결. 내가 선택한 삶이므로 '2. 타인이 날 나쁘게 보면 어떡하지?'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만 같지만. 불안이 그리 만만한 상대였다면 인류는 아직도 불안과 싸우고 있진 않을 것이다. 다만 사지 않는 삶을 통해 내 안의 욕망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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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평가할까, 그런 것에만 신경 쓰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p.9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쓸쓸함은 사라지지 않겠지. 그런데, 작고 쓸쓸한 생활, 어쩌면 이게 가장 나다운 삶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p.11 “있으면 편리한 것들이 어느새 꼭 있어야 하는 것들로 변한 게 아닐까.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없어지는 게 두려운 것은 아닐까. 불안한 게 아닐까.”--- p.68 “인간 고뇌의 대부분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거니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p.127 “내가 과거에 아무리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모욕과 배신과 불합리한 대우 속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썼더라도, 나의 미래가 아무리 어둡고 험난할 것이라는 예감에 휩싸여도, ‘지금 이 순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한 순간, 한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p.127 “나는 지금, 미래(앞으로 쓰게 될 식재료)도 과거(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도 없는 날을 살고 있다. 사실 따분하기는 하다. 두근거리는 꿈이 없기 때문이다. 당근과 튀긴 두부밖에 살 수 없는 밋밋하고 ‘소소한 지금’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소한 지금이 뭐가 어때서!--- p.129 “지금까지 냉장고 깊숙이 가득 채워넣으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상하게 만들었나! 어쩌면 내 인생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런 꿈 저런 꿈을 그러모아 한자리에 방치한 다음, 조금씩 상하게 만들어온 건 아닐까?--- p.131 “뭔가를 손에 넣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있다. 겨우 손에 넣은 만족은, 곧바로 불만과 비참의 원천이 된다.” --- p.194 “그래서 우리는 풍요로워졌는가? 다들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왜일까?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사야 한다. 그것도 끊임없이 사야 한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해야 하니까. 끝없는 경쟁이 이어진다. 돈은 없어지고, 집은 좁아지고, 월세는 늘어간다. 어디가 끝인지 아무도 모른다.”--- p.195 “아무도 ‘필요하다’고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점점 필요한 것이 되어갔다.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세상에 넘쳐났고, ‘왠지 필요한 것 같은’ 생각에 사람들은 사도 사도 멈출 줄을 몰랐다. 이게 바로 ‘경제 성장’의 실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졌을까. --- p.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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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나 자신의 욕망을 비우면서 완성하는 이나가키식 ‘생활 철학!’ 막강 내공 그녀의 이유 있는 심플 라이프! 이 책의 원제는 ‘쓸쓸한 생활’이다. 왠지 쓸쓸한 이유는 “있어야 할 게 없는 듯한” 기분 때문이다. 있어야 할 것 같은 회사도 없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냉장고도, 넓은 집도 없는 삶을 저자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이라곤 ‘소소한 나’뿐이다. 쓸쓸함은, 숨기려고 하는 순간 애잔함이 된다. 저자는 쓸쓸한 것을 숨기거나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랬더니 쓸쓸함은 ‘자유’와 ‘성취’의 감정을 안겨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아사히신문 기자 시절,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생활’을 시작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있었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지켜보면서, 전기를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전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것들은 정말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을까? 우리의 삶은 전기 제품의 사용으로 정말 풍요로워졌을까? 지금 우리가 불평하고 불만을 토로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편리해져야 하기 때문일까? 더 편리해지기 위해 더 많은 물건을 만들고 더 많이 소유해야 하는 것일까?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나아가, 이제껏 ‘필요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한 회사는 물론이고, 산더미 같은 옷과 신발, 이사 때가 되어야 빛을 보는 냉장고 속의 음식들, 꺼내 읽지 않는 무거운 책들과 먼지 쌓인 음반들. 몇 년 농성이라도 벌일 것처럼 ‘언젠가 쓸 것들’이 집 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퇴사를 하고, 그녀는 ‘회사’처럼, ‘없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물건들을 차례로 처분하고, 낡고 오래된 집으로 이사했다. 편리한 것들에 기대 묻어놓았던 자신의 잠재력을 ‘채굴하고’, 겨울의 맛과 여름의 맛을 마음껏 음미하며 자유롭게 충만하게 살아간다. 이 책에는, 어쩌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격렬했던 그 모든 ‘그만두기’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말한다. “정신없이 사 모았던 가전제품을 모두 처분한 내가 이렇게 편안해진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가전제품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가전제품과 함께 부풀려온 ‘욕망’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욕망이다. 폭주하는, 더 이상 스스로 제어할 수 없게 된 ‘막연한’ 욕망.” 냉장고에 가득 찬 ‘언젠가’의 꿈 냉장고 혼자 배부르고 행복하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대출을 갚기 위해 밤낮없이 일한다. 내 집은 하루 종일 비어 있다. 냉장고 혼자 남아 꿀꺽꿀꺽 전기를 먹는다.” 이 책은 단숨에 읽어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크게 뒤흔드는 책이다. “냉장고 안에는 사고 싶은 욕구와 먹고 싶은 욕구가 터질 듯이 가득 차 있다”는 저자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얼마든지’ 먹을거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머릿속으로 미래의 식탁을 상상하며 ‘언젠가’ 먹을 것들을 열심히 장바구니에 담는다. 오늘 다 먹지 않아도 되니까. 사람들은 이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사게 되었다. 언젠가 먹을 테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냉장고의 용량이 커져가는 모습은 사람들의 욕망이 확대되어가는 모습 그 자체이다. 제발 좀 큰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나에게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물건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분명 풍요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도 덩달아 커지고 복잡해졌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새 모두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방에 ‘당신에겐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넘쳐난다. ‘그것만 손에 넣으면 행복해진다’고 외쳐댄다. 우리는 지금 ‘만들어진 혼란’ 속에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는 단순히 미니멀리즘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다 버리고 숲속에 들어가 도를 닦으라고 말하는 책도 아니다. 다만 심플하게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 ‘능력’이고, 그런 능력이 있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우리의 욕망에 대한, 미세 먼지 가득한 우리의 ‘풍요로운’ 현주소에 대한 신랄한 반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신의 ‘생활’을 통해, 정체 모를 불안감을 없애고 살아갈 수 있는 슬기로운 힌트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