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100퍼센트 완벽한 것보다는 조금 부족하고 서툰 것들에서 여행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길을 잘못 알려줘서 헤매기도 하고, 짧은 길 대신 먼 길을 돌아가는 수고를 겪을 때도 있었다. 지도만 보고 버스에서 내렸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알려준 것과는 달리 버스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서 모르는 동네에 내린 적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여행이 좋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동감 넘치는 그런 여행 말이다. 편하고 쉬운 여행은 왠지 나만의 여행 같지가 않다. 고생하고 힘들더라도 하나하나 내 발로 직접 가보고 내 눈으로 따라가는 여행이 좋다. 여행은 시간기록을 측정하는 시합이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필요도 없고, 어떤 목적지에 가기 위해 최단루트를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왠지 불편한 여행이 더 좋다」중에서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가 않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내가 없는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 시간과 공간들은 소중하고 특별해서 나는 ‘아지트’라는 이름을 붙여 의도적으로 곳곳에 나만의 비밀공간을 만들어놓았다. ---「여기도 내 즐겨찾기 목록에 저장!」중에서
퇴사를 하고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온 이유를 이곳, 와카치나에서 처음 찾은 것 같다. 그것은 반드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랐던 것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어두컴컴하고 쓸쓸한 사막을 무모한 용기 하나로 걸어 올라온 것처럼 말이다. 시작은 무모해도 결국 사막의 모래에게 내 몸을 온전히 내주었듯이 계획 없이 시작된 이번 여행도 나를 온전히 세상으로 내던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걷고 싶은 삶도 정해진 안정된 길이 아닌 조금 불안하더라도 가슴 뛰는 새로움을 만날 수 있는 길인 것이었다. ---「우리의 밤은 사막의 낮보다 더 뜨겁다」중에서
여행에는 계속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시간들이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만큼 재미있지 않은 평범한 하루들이 여행의 대부분을 채운다. 하지만 이런 무수한 보통의 시간들이 있기에 그 사이의 특별한 시간들이 더 소중해지기도 한다. 마치 수많은 세잎클로버들 사이에서 발견된 네잎클로버처럼. ---「만남과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중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행 자체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행은 여행이고 나는 나, 변함없이 그대로의 나였다. 경험이 많아지고 지혜가 쌓이면 뭐든 쉬워질 것 같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예전보다 세월은 더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인데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점점 부족한 것만 같다.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것투성이고. ---「볼리비아?칠레」중에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스스로 고생길에 들어서고 있을 것이다. 여행의 매일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사건사고로 고생하는 나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선택한 고행길 위에 선 여행자들에게 그 시간들은 분명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도전을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그들처럼 나도 남미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순례길을 걷는 중이다. 정해진 코스는 없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고생길이 나에게는 순례자의 길처럼 느껴진다. 꼭 스페인을 가야만 ‘순례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면, 그곳은 어디라도 ‘순례자의 길’이 될 수 있다. ---「남미에서 걷는 나만의 순례길」중에서
이제는 스스로 앞가림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른이 되면 지혜도 많아지고 경험도 늘어나서 모든 일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예전보다 세월은 더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인데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점점 부족한 것만 같다.
우유니의 꿈은 현실이 되었고,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 것 같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대로 똑같았다. ---「우유니에서 20년 전의 꼬맹이를 만나다」중에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돈은 내게 그렇게 중요한 가치는 아니었다. 나에게 물질적인 것들이 더 소중했다면, 아마 이렇게 남미로 떠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돈보다 꿈이 중요했다. 그리고 어떤 타이틀보다도 나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평소보다 월급이 두세 배나 많았던 인도에서 뛰쳐나왔고, 평생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공기업도 때려쳤다. 남들은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사표를 쓴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나에게 있어서 엄청난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다. 세상 그 누구도 더 좋은 것을 포기하는 미련한 사람은 없는 것처럼 나도 내 기준에서 옳은 선택을 했을 뿐이다. 결국 지금 내가 겪어가는 선택의 결과가 나에겐 더 소중한 것들이었다. ---「하룻밤에 천만 원을 버는 방법」중에서
남미여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이번 여행에서 아무것도 정하지 않기로 했었다.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하고, 보아야 하고, 먹어야 한다는 약속 같은 건 정하지 않았다. 내 여행에서 ‘반드시’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것은 내가 경험을 하고 나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줄 때 필요한 것이지, 내가 앞으로 맞이할 여행에서는 ‘반드시’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의 목적지도, 귀국일도 정하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 마음 내키는 대로 부유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여행에서의 긴장감을 놓아버리자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에 내성이 생길 때, 그것은 여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였다. 마치 시들시들해진 오래된 연인처럼 이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멈추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행복은 바람처럼 자연스럽게」중에서
나는 안 좋은 일은 빨리 잊는다. 그것이 여행으로 얻게 된 교훈 같은 것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닌 만큼 나에겐 언제나 사건사고가 뒤따랐고, 그 뒤처리를 하고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었다. 결국 피해자는 나일 뿐이고 모든 손해도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안 좋은 마음을 가질수록 손해는 커져만 갔다. 이미 벌어진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억울한데,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걱정하면서 앞으로
의 시간들까지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오늘도 여행에선 겨우 하루일 뿐이야」중에서
하지만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것이 어울리지 않는 생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삶은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행복해야만 하는 삶이었다. 행복이라는 마음의 공간을 결코 물질로만 채울 수는 없다는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그래서 정말 나를 위해서 퇴사를 했다. 더 좋고 편한 삶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조금 힘들고 불안정하더라도 그 가운데도 나에게 어울리는 삶을 찾기 위해서였다.
---「퇴사를 했던 용기로 남미도 떠나기로 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