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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

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

: 부엌에서 마주한 사랑과 이별

리뷰 총점9.0 리뷰 7건 | 판매지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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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68g | 128*188*20mm
ISBN13 9788961963398
ISBN10 8961963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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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메고 홀로 모르는 집에 찾아간다. 현관에 들어서면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부엌으로 직행해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을 시작한다. 뻔뻔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부엌 취재가 어느새 140곳을 넘었다.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는 관계없다. 세련됐나, 깔끔한가, 낡은 것인가 새것인가도 묻지 않는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은 부엌.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크고 작은 이야기가 있다.
---「애달픈 비밀의 공간」중에서

죽기 전 1개월은 자택에서 보냈다. 병원보다 집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자기는 먹지 못해도 손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남편에게도 기쁨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든 요리는 무엇이었나요. 그렇게 묻자 그때까지 유쾌하게 인터뷰에 술술 대답하던 그녀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질냄비로 지은 굴밥이요. 그 사람이 무척 좋아했죠.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하지만 위루술을 해서 삼키지를 못하니까 맛만 보고 휴지에 뱉어내면서…….”
---「인기 푸드 블로거의 사랑」중에서

나는 그 바지런한 모습에서 긍지와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세 자녀를 길러내고, 다섯 식구를 부엌에서 보살펴온 어머니만이 갖는 자신감. 자녀들은 저마다 독립하고, 다시 둘이 된 부부가 함께 느끼는 평화로운 성취감. 그렇게 말하면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 하며 웃을 게 뻔하다. 하지만 이 다이닝 키친에는 내가 알고 싶은 인생의 힌트가 잔뜩 숨어 있다. 본인들이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대개 행복이라는 것은 그 한복판에서는 실감하기 어렵고,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깨닫는 법이니까.
---「결혼생활 54년, 주택단지에서 생활하는 부부의 기준」중에서

요리란 무엇일까. 그녀는 그것을 ‘입지 확인’이라는 간결한 말로 표현했다.
“다시 한번 혼자만의 생활로 돌아와 땅에 발을 붙이고 현실을 살아가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생활에서 최저한의 부분은 지키고 싶어요. 힘차게 살고 있는지 아닌지. 요리는 제게 그 입지를 확인하는 일이에요.”
생활의 뿌리를 떠받치는 요리는 자기가 자기답게 건강히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혼, 미각을 잃은 뒤에……」중에서

아무리 삐걱거려도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생각했다. 식탁은 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교환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좋아하는 요리 따위 내어주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시어머니를 흉내 내어 남편이 좋아하는 일식 반찬을 만드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남편은 여기로 돌아왔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억지일까.
---「40대, 가정의 위기 끝에 발견한 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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