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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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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n Abb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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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날 모르는 편이 나았을걸.”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주인공 데번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체조 선수다. 코치는 올림픽 대표라는 꿈으로 데번을 이끌었고 가족은 물론 체육관까지 데번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흐트러질 법도 하건만 데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의연함을 유지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체육관의 일원인 라이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고, 라이언의 여자친구였던 헤일리가 데번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데번은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작가 메건 애벗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데번의 어머니 케이티의 입장에서 전달한다. 케이티는 제삼자이기도 하지만 데번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게다가 딸에 대한 의심이 깊어질수록 케이티는 죄책감을 느끼며 무너져간다. 믿을 수 없는 화자는 애벗의 트레이드마크로, 독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여 수수께끼를 심화시키고 사건을 극적을 이끌어간다.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서스펜스는 사건 전개보다는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학부모들끼리 주고받는 은밀한 견제나, 딸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 앞에서 평정을 가장하는 순간, 부모의 의중을 알아채고도 모르는 척 입을 다무는 아이들 등, 메건 애벗이 포착한 복잡한 인간관계는 현실의 그것을 절묘하게 반영하여 독서에 한층 재미를 더한다. 냉혹한 소녀들의 세계, 틴에이지 걸 누아르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는 하드보일드 누아르 연구자인 메건 애벗의 손끝에서 ‘틴에이지 걸 누아르’라는 옷을 입고 태어났다. 일찍이 『거리는 나의 것The Street Was Mine』(2002)이라는 논픽션에서 하드보일드 를 연구한 애벗은 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에 소녀를 대입하여 전복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작품 속 소녀들은 과거 미스터리 소설에서 여성-소녀들이 사랑으로 상대를 전부 포용하는 안식처, 남성을 타락시키는 팜파탈-님펫, 범죄의 잔인함을 전시하기 위한 피해자로 이용되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이상으로, 미스터리와 욕망의 주체로서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이다. 소녀들은 자기 의지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한다. 스스로 움직여 플롯을 비틀고 독자를 함정에 빠뜨리고 승리한다. 이 작품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틴에이지 걸 누아르’가 소녀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녀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의 궁극적인 미스터리는 데번을 포함한 소녀들이 만든다. 단순히 주인공 데번 한 사람을 위해 구성된 세계였다면 틴에이지 걸 누아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소녀들의 세계’라는 미스터리는 이전에도 종종 다뤄졌지만 대개는 설명 불가능한 비이성적인 세계로 대상화되었다. 메건 애벗은 ‘소녀’라는 단어에 씌워진 판타지와 대상화를 걷어냈다. 각자의 비밀과 욕망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배반하고 때로는 협조하는 소녀들은 각자가 고유하고 비범하다.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제목은 데번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닌 셈이다. 여성 중심 서사의 중요성이 나날이 확대되는 요즘, 메건 애벗의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