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4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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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97g | 153*224*30mm |
ISBN13 | 9788937833663 |
ISBN10 | 8937833662 |
발행일 | 2012년 04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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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97g | 153*224*30mm |
ISBN13 | 9788937833663 |
ISBN10 | 8937833662 |
서론 시장과 도덕 시장지상주의 시대 거래 만능 시대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1. 새치기 우선 탑승권 렉서스 차로 대리 줄서기 사업 진료 예약권 암거래 전담 의사제도 새치기의 시장논리 시장 대 줄서기 시장과 부패 암표 거래는 무엇이 잘못일까? 줄서기의 도덕 2.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삶에 접근하는 경제학적 방법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금 건강 유지를 위한 뇌물 왜곡된 인센티브 벌금 대 요금 검은코뿔소 사냥권 구매 바다코끼리 사냥권리 인센티브와 도덕적 혼란 3.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대리 사과 서비스와 결혼식 축사 판매 선물 교환에 반하는 경제적 논리 선물의 현금화?돈으로 구입한 명예 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반박 비시장 규범 밀어내기 핵 폐기장 기부의 날, 그리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 상품화 효과 혈액 판매 시장에 대한 신념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사랑의 경제화 4. 삶과 죽음의 시장 청소부 보험 생명을 담보한 도박, 말기환금 데스풀 도덕적 측면에서 본 생명보험의 간략한 역사 테러리즘 선물시장 타인의 생명 사망 채권 5. 명명권 사인의 거래 경기 이름 스카이박스 머니볼 광고의 자리 상업주의의 문제는 무엇일까? 시정 마케팅 스카이박스화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제로 천칭 저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TV속 어느 법원 앞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을 스치듯 보았거나 학창시절 교과서나 역사책 속의 이미지로 보았을 법한 이 저울은 원래는 교환이나 매매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두 물건간 무게를 재는 도구였지만 근대 혁명기간을 지나오며 평등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람들에게 좀 더 각인된 듯 하다. 그렇지만 천칭 저울의 양팔에 올려 진 물건은 수평하기만 하면 같은 값어치라는 사실을 다른 어떤 저울보다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럼 "돈으로 사면 안되는 것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혼자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살 수 없는 것들이란 그 자체로서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뜻일 것이다. 돈으로 사면 안된다는 꾸중은 그래도 내가 기필코 사고 말겠다면 살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욕망을 은연 중 부추길 수 있으니 말이다.
시장이라는 천징 저울의 한쪽 팔에 금 한돈을 올렸을 때 그 반대쪽 팔에 올릴 수 없는 후보 목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공공성, 윤리, 도덕, 헌신, 의식, 교육, 생명, 진정성, 선의, 자연 및 그 구성원 등이 그것이라 말한다. 얼핏 당연히 비교대상이 안될 것 같은 이 가치들은 미국내에서 신자유주의가 등장 이후부터 그 신자유주의의 반성 및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지금까지 시장에 의해 때로는 조금씩, 때로는 극적으로 많은 부분이 잠식되어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의 생활은 어떠한가. 한해 전 쯤인가 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담배를 끊고 일정량의 몸무게를 줄이고 상위 외국어 등급 취득을 성공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얼른 신청을 했다. 참 좋은 회사지, 직원들의 건강과 외국어 실력 향상을 독려하기 위해 성공할 경우 금전적 보상을 준다고 하니 말이다. 캠페인 기간이 이미 끝난 지금 나는 아직 담배를 피우며 몸무게는 그대로이고(그렇다고 난 비만상태는 아니다!) 얻은 것이라면 어학에서 비록 목표등급은 아니지만 인사기록 카드에 뭔가 새로 찍히기는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학은 캠페인 기간이 아니라 중국 출장기간에 취득한 것이니 실제로 인센티브가 나를 변화시킨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꾸준한 학습은 내 인생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나의 열정으로 내가 이끌어 가야 할 것들이지 외부의 당근 또는 채찍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나를 변화시키고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냉큼 인센티브의 보자기 속에 손을 집어넣어 버린다. 재화가 게으르고 나태한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과 환상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일상속을 그렇게 야금야금 파고 들어온 시장의 이념은 나이 드신 부모를 일정 수준의 돈을 드리면 어린 자식을 돌봐 줄 보모로 만들었고 자식을 이런 저런 사교육에 보내면서 언젠가는 투자한만큼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될 거라 믿는 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연말 고과의 끄트머리를 잡고 대롱대롱 거리는 사람은 조직의 구조를 약하게 만드는 레고블럭으로 여겨져 교체되거나 폐기되기 쉽상이며 남들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명품백을 자기는 생일에도 선물받지 못한다며 부인은 남편의 자격에 실격점을 준다. 이런 단면은 어느덧 당연한 듯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현실을 저자는 미국의 예를 들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저서에서 다양한 사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문제인식에 따른 판단과 실천의 영역은 독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저울의 반대편 팔에 은근 슬쩍 살 수 없는 가치를 올려 놓으려는 시장의 음흉한 의도를 파악할 비판적 시각을 키울 수 없을테니 말이다.
"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도덕적·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맞서지 않고 뒷걸음질 친다고 해서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시장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하용하게 되는 셈이다. [...]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재화의 의미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본문 274~275P 중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한 우리들은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물건 뿐만이 아닌 '도덕'이라는 양심의 영역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덕'이라는 가치와 개념이 무감각 해져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도덕'이나 '정의' 가 아무 소용이 없음을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전 만해도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도덕성이 의심되는' 극심한 문제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한국 역시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시장경제에 깊숙히 물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15년간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여 완성한 역작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샌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반면,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시장경제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장사회를 원하는가?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로 시장지상주의 시대는 통렬한 최후를 맞았다. 샌델은 이에 대해 냉철하게 재고하고 도덕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시장에 대한 지나친 신념으로 인해 도덕적인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고 월가의 점령시위와 티 파티 운동과 같은 정치적 결과에도 시장의 역할에 대한 반응은 미미하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다루는 것은 수많은 경제적 사안들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과 같다. 돈과 시장이 개입함으로 해서 기존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에 대해 주목한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는 달리 돈을 지불함으로 새치기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사람들은 죄책감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가?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책 읽을 때마다 돈을 주는 행위는?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 것을 상쇄하도록 기업들에 탄소 상쇄 정책을 하는 것은 돈을 지불함으로서 기업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것일까?
여성의 생식능력은 시장 거래 대상일까?
최근 수십년 동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시장사회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기존과는 달리 비경제적 재화에 가격을 매기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도덕적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샌델이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논지는 시장논리가 '도덕논리'로 되어야 하며 경제학자들은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사고 판다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위기의식을 거론하는 이유는 샌델은 두가지로 정의하였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이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상품화로 인해 돈이 중요해지면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두번째 좋은 것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본래의 좋은 것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샌델의 저서 <정의의 한계> 에서 '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 을 전제로 한 정의를 지향하는데 , 시장경제체제 또한 옳음의 완성을 위해 좋음의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그 '좋음'의 관점들이 어떻게 변질되는 지를 주목하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그 변질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정의와 좋음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식은 정의 원칙의 도덕적 힘이 특정 공동체 혹은 전통에서 채택되거나 폭넓게 공유되는 가치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두 번째 방식은 정의 원칙의 정당화가 도덕적 가치 또는 활용된 목적의 본래적 좋음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이 원칙을 배제한 롤스의 자유론을 비판한 것이 <정의의 한계>의 논지였다. 이와 연계되어 읽게 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정의의 한계>처럼 학술적이거나, 어려운 철학용어는 없다. 오히려 칸트의 기본 테제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들로 인식되었다. 도덕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아주 좋은 화두를 던져 준 책이며, 돈보다도 '정의'와 '도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주는 책이다.
세상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 경계를 우리는 선(線)이라 부른다. 모든 가치가 전복되는 전쟁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선 때문이다. 우리가 선을 지키는 것 같지만 실은 선이 있기에 우리가 지켜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은 넘어서는 안되는 금단의 열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선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의 양심을 건드리지 않은 시장이라는 말과, 혹하게 만드는 돈이라는 보상을 가지고서 말이다. 이제 시장과 돈은 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우리의 영혼까지도 잠식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구하기 위해 마이클 샌델은 지금껏 애써왔다. 이 책은 이십여년간 그가 기울인 노력의 결정판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말한다. '도덕이 밥 먹여주느냐'고.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답변서이다. 또한 우리가 더이상 시장에 얽힌 윤리적 딜레마를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생각도 못하던 사이 시장은 이미 모든 것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버렸다. 돈이면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고판다는 논리는 단순한 경제활동 뿐 아니라 우리의 삶까지도 지배한다. 그러므로 이제 외면이나 회피는 답이 될 수 없다. 설사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더라도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며, 시장적 사고가 얼마만큼 우리를 휘어감고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돈의 지배를 심각하게 받고 있는데 실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중증환자가 되어있다. 그대 알고 있는가?
마이클 샌델은 오늘날 모든 것을 사고 파는 사회를 향해 나가는 것이 왜 우려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리되면 불평등과 부패가 생기는데 불평등은 사회 구조를 바꾸고, 부패는 좋은 것을 돈으로 매김으로인해 우리 삶을 오염되게 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도덕의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재화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했을 때 결국 우리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이는 머지않은 시기에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은 다섯 장으로 나눠 구체적인 예를 들며 설명한다. 첫번째 장은 '새치기'에 대한 고찰이다. 예전엔 줄서기가 평등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돈으로 새치기 권리를 사는 행위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샌델은 이를 공정함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거스리는 행위라 지적한다. 또한 진료권의 예약과 전담 의사제도, 암표 거래등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을 극명히 보여준다 말한다.
두번째 장은 '인센티브'에 대한 사례를 다룬다.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 보상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상금을 주는 것, 또 아프리카나 북극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검은코뿔소와 바다코끼리의 사냥 구매권을 사는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전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행위들이다. 이런 인센티브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잘못된 가치를 부여하거나 도덕이나 사회 규범의 왜곡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윤리나 공동체의 희생정신을 발전시키지도 못하며 자제의 습관을 계발하기 힘들게 하는 암초가 되는 것이다.
세번째 장은 '시장이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샌델은 이 장에서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사서는 안되는 대상을 질문하는 것으로 주제를 다룬다. 사람의 장기나 우정, 아이 거래등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 논란 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선물 대신 상품권이나 현금을 주는 요즘의 세태는 전통적인 선물이 주는 사려깊음과 관심을 담지 못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선물의 해체를 말한다 설명한다. 나 또한 선물보다 현금을 더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를 전하는 샌델에게 자조섞인 웃음을 짓고 있다. 이 장에서는 특히 도덕적, 시민적 규범을 금전적행위로 대체했을 때 역효과가 나는 경우를 설명하는데 아직도 시장논리를 이기는 미덕이 있음을 보게 돼 반갑고 고마웠다.
네번째 장은 가장 비열한 사례들로 가득찬 '삶과 죽음의 시장'이란 장이었다. 직원들 몰래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고용주가 직원이 사망했을 때 돈을 수령하는 사례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고용주가 직원의 죽음을 애타게 기다리는 자리까지 가게한다. 또한 유명인의 죽음을 놓고 도박을 벌이는 행위들은 시장의 영역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게한다. 사람의 죽음을 통해 재정적 이익을 얻거나 죽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행위는 윤리적 민감성이 무뎌지게 할 뿐 아니라 불건전하고 경박한 문화까지 조장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거래대상으로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오락으로까지 만드는 세상이 나는 좀 끔찍했다.
다섯번째 장은 '명명권'을 다룬다. 운동선수의 사인과 물건을 사고파는 재화로 여기면서부터, 돈이 스포츠계의 공동체 의식까지 밀어내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고 있다. 상업주의가 어디까지 우리의 삶을 물들였는지 샌델은 자신의 신체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세태까지 언급한다. 또한 학교에 들어온 상업화를 예로 들며, 시장은 결국 흔적을 남기며 좋은 목적을 훼손하거나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샌델은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라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과연 존재하느냐는 물음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시장적 사고로 치환했을 때 가치는 손상돼 버린다. 이는 규범과 도덕마저도 뒷걸음치게 하는 맘모니즘의 현현이 된다. 그런 점에서 돈으로 사도 될 것과 사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마이클 샌델의 생각은 내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시장 논리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이 때에 마이클 샌덜의 책은, 백면서생의 탁상지론이 아니라 맘모니즘의 전횡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 인간의 영혼마저 돈으로 휘저으려는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하는 예언자의 외침이기도 하다. 그 소리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지 우리를 바꾸는 확성기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