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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 미소가 좋아서

당신의 그 미소가 좋아서

: 304일간 29개국을 방랑한 청년 식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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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68g | 140*200*20mm
ISBN13 9791158770761
ISBN10 115877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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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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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21_ 내가 요리를 시작한 이유가 윤택한 삶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시선이 나도 그렇게 돼야만 하게 만들었다. 정해진 코스대로 하지 않으면 주변에서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으니까. 인정을 받으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했다.
학교 성적, 자격증, 대회 나도 어느샌가 허울 가득한 스펙 쌓기에 목매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잘 만나서 단 시간에 나를 뛰어 넘는 금수저들, 싹싹한 성격으로 선배와 선생님을 사로잡아 내게 틈도 내어주지 않는 재빠른 친구들 그리고 점점 본질을 잃어가는 나에 대한 회의감까지 현실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요리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극심한 우울함 속에 현실을 부정하며 과거를 돌아보던 중 어린 시절 무심코 뱉었던 한마디가 떠올랐다.
“엄마, 나는 어른이 되면 세계를 여행하며 요리할 거야. 그리고 만난 친구들에게 내 요리로 행복한 미소를 선물할 거야.”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리를 시작한 이유,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해보는 거야! 어린 시절 꿈꿔왔던 20대의 모습이 지금의 내가 아니기에, 상상은 상상일 뿐 행동하지 않으면 시간은 절대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가슴이 뛰는 지금, 지금 해보자!”

p. 92~93_ 그렇게 고안해낸 메뉴는 바로 ‘칼국수’였다. 맛도 맛이지만 함께 체험하며 만들기에 최적의 메뉴였다. 우리는 반죽을 치대고 숙성하고 밀고 자르고 육수를 끓이기까지 약 세 시간 동안 요리했다. 그렇다. 핸드릭이 욕한 이유는 약 20인분의 칼국수 반죽을 하느라 진이 빠질 대로 빠졌었기 때문이었다.
“한식은 기다림의 맛이야. 재료를 숙성하고 육수를 내며 진한 맛이 우러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핸드릭에게 한식의 미학을 설명했다. 당시에는 크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입맛에 맞았는지 아니면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인지 만족해하며 칼국수를 먹었다. 그 후로 핸드릭은 나의 순례길 수셰프가 됐고 나는 그와 걸음을 맞췄다. 그리고 그에게 네 가지 정도의 요리를 더 전수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
여행하며 요리하는 내게도 나름의 ‘철학’이 있다. ‘틱’ 하고 내놓는 자동판매기 같은 요리가 아니라 과정을 함께하는 요리를 고수했다.
큰 도시만 가면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유럽인지라 맛 이상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알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짓궂지만 요리할 때 친구들을 최대한 부려먹었다.
여행이 끝난 후 핸드릭에게 연락이 왔다.
“그때는 몰랐는데 너와 칼국수 만들던 그 기억, 그리고 한국을 잊을 수 없다.”

p. 247~248_ 손님맞이로 코스 요리를 준비하던 도중 타는 냄새가 났다. 수프를 제때 저어주지 않아 바닥에 눌어붙은 것이다. 수프 전체에 탄 향이 배긴 했지만 강하지 않았고 얼핏 느끼면 일부러 스모키한 향을 첨가한 거 같았다. 먹을 만했다. 주방장님한테 혼나는 건 고사하고 20인분이 넘는 양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건 다시 만들
시간이 없었다.
“그래, 손님들도 일부러 그런지 알 거야! 이게 탄 맛인지 모를 거야.”
주방장님은 수프가 나가기 전 탄 것을 눈치챘고 수프를 통째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부었다.
‘아니, 당장 나가야 되는데… 먹을 만한데… 큰 신경 안 쓸 텐데!’
주방장님은 갑자기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로 갔고 손님들에게 수프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사건이 한참 지난 뒤 주방장님이 나를 불러 말했다.
“믿음아, 내가 그때 너를 왜 그렇게 모질게 혼낸 줄 알아? 네가 만족할 수 없는 요리를 남이 만족하기 바란다는 건 욕심이자 위험한 행동이야! 네가 만족해도 고객이 좋아할 확률이 얼마나 낮은데! 고객의 입맛이 너보다 위에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마!”
주방장님의 진심 어린 말은 그때의 나를 부끄럽게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말을 내 요리의 신념으로 삼았다.
우선 내가 만족하는 요리를 할 것. 그리고 더 나은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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