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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테러리스트

양들의 테러리스트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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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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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772쪽 | 934g | 140*205*40mm
ISBN13 9791189982027
ISBN10 11899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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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뒤쪽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 주변보다 머리 하나쯤 삐죽 튀어나온 전나무를 보고 그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우리 집 정원 전나무잖아? 연기가 나는 건 바로 우리 집이다!
--- p.22~23


어제저녁 무렵, 아키타 친가에서 도쿄 하숙집으로 전보가 배달되었다. ‘형이 죽었다 지급 면사무소로 연락 바람’이라는 내용이었다. 공중전화로 고향 구마자와 촌 면사무소에 연락했더니, 어머니가 나와서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가 “하쓰오가 도쿄에서 죽었단다”라고 별로 급박한 기색도 없이 말했다. (…) 사인은 심장마비, 건설 현장의 사고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도쿄에 사는 구니오가 그 뒷수습을 맡게 되었다.
--- p.66


작년 한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소카 지로라는 폭파범이 저지른 일련의 범행은 명백히 편집증적인 냄새를 풍겼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유치한 자기현시욕과 지배욕의 소유자라는 소리가 많았다. (…) 그에 비해 이번 사건은 어딘가 냉철하고 위협적인 인상이었다. (…) 의외로 인텔리일 거라는 게 마사오의 감이었다.
--- p.109


“허참, 학생도 참 괴짜구먼. 공사판 노동자 일이 어떤 것인지 알기나 해? 작업화 신고서 곡괭이 휘두르며 흙 범벅이 되어서 일해야 한다고.” (…) “……형에 대한 애도예요.” 졸지에 그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애도?” “형은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려고 20년 넘도록 몸이 가루가 되게 일했어요. 형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다닐 수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예요.”
--- p.146~147


“우리 집 별채가 폭발한 거, 소카 지로가 한 짓이 아니라면 좋겠는데.” 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뭐라고? 소카 지로는 이번 일과 아무 상관 없어. 그냥 가스가 새서 불이 났을 뿐이야.” (…) 그렇구나, 역시 폭탄이었어─ 다다시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누군가 우리 집을 노리는 것이다.
--- p.215~217


“거기서 뭐 하고 있어?” 구니오가 물었다. “쉿.” 요네무라는 입 앞에 검지를 세우더니 “이쪽으로 와”라고 턱짓을 했다. (…) “필로폰이야. 맞아본 적 있어?” 요네무라가 핏발 선 눈으로 말했다. 불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유난히 찐득해 보이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없는데.” 구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후 한동안은 약국에서도 팔았다고 하지만, 아키타 시골에서는 그런 건 구경해본 적도 없다.
--- p.230~231


“그 아줌마에게 요시코가 이걸 좀 전해줬으면 좋겠는데.” 시마자키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갈색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건네줄 때 ‘금붕어 간장 종지 있습니까?’라고 물어봐. 그러면 그 아줌마가 다른 봉투를 내줄 거야. 그걸 받아 오면 돼.” (…) “이거, 나쁜 짓인 거예요?” 시마자키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을 그대로 믿어줄 수는 없었다. 설명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적어도 좋은 일일 리는 없다.
--- p.310


역 앞에 서서 귀가를 서두르는 회사원과 취객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올림픽 특수로 한창 호경기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도 환하게 보였다. 이번 여름 보너스는 예년보다 많았는지도 모른다. 하긴 그런 것도 교외에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에 들어간다든가 전기밥솥을 사는 정도의 소소한 문화적 혜택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역사에서 프롤레타리아는 지배층에 창을 겨눠본 일이 없다. 오로지 참는 데만 익숙해져서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선진국인 척하고 싶어 하는 나라 쪽에서 보자면 더할 나위 없이 고분고분한 양 떼일 것이다.
--- p.335~336


그리고 설정한 시각이 되었을 때, 굴삭기 소음을 날려버릴 듯이 파앙 하는 파열음이 서쪽 하늘에 울려 퍼졌다. 날카로운 소리가 뒤섞인 건 창문 유리가 모조리 박살 났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파편이 허공을 날았다. 육상의 원반던지기처럼 수많은 양은그릇들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상공을 날았다. 날아오르는 그 모습이 너무도 그림 같아서 웃음이 터질 뻔했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다이너마이트의 엄청난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p.432~433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이미 올라탄 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찾아내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상대는 테러리스트다. 한 번쯤은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말도 안 되는 이론을 씨부렁거린다면 한 방 세게 먹여줄 것이다.
--- p.484


경시감 앞. 잠깐 뜸을 들였지만, 다시 폭탄을 설치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활동이다. 중지하기를 원한다면 돈을 내라. 금액은 8000만 엔. 1000만 엔 다발을 4×2의 입방체에 넣어 두툼한 비닐로 싸고 미쓰코시 포장지로 포장하여, 동봉한 보자기에 싸서 준비하라. 돈을 받을 곳은 도쿄 역 10번 플랫폼이다. 일시는 9월 27일 오후 2시 30분. 3호차 정차 위치의 벤치에 올려놓을 것. 내 친구가 가지러 갈 것이다. 감시나 미행이 있거나 짐에 묘한 장치가 있을 경우, 거래는 중지된다. 그때는 어딘가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할 것이다. ─소카 지로.
--- p.485


옥상 끝까지 달려가 뒤를 돌아보았다. 신주쿠의 야경을 배경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이쪽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진다. 절체절명. 여기서 끝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큼직한 은행나무가 눈 밑으로 보였다. 잎이 거뭇거뭇하게 무성했다. (…)
몸이 붕 떴다.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다음 순간, 나무 속으로 떨어졌다. 무수한 잎사귀가 온몸을 후려쳤다.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정신없이 몸이 돌았다. 나뭇가지가 차례차례 몸을 치고, 파친코에서 통통 뛰는 은구슬처럼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무의식중에 머리를 감싸 안았다. 한 차례 큼직한 가지에 윗몸이 걸려 빙그르르 몸이 돌았다. 죽지 않겠다고 직감했다.
--- p.627~628


“여기는 센다가야 역 앞. 차도는 여전히 횡단 금지. 구경꾼은 모두 신 주쿠교엔 혹은 진구 수영장 방면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10분쯤 전에 센주인에 들어간다는 승려 한 명을 통과시킨 모양입니다.” “통과시킨 모양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야?” 다마리가 캐물었다. (…) “앗, 그놈이야!” 마사오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질렀다.
--- p.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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