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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할머니가 옳았다
항암월드로 초대합니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 환자다 에필로그 - 신의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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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의사가 엷은 미소를 띤 얼굴로 반갑게 맞았을 때,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이 그래 왔듯이 모든 일이 결국엔 다 잘 풀릴 거라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의사는 마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 괜찮나요?”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분석 기관에 문의한 결과, 만성골수백혈병으로 나왔습니다.” “뭐라고요?” “만성골수백혈병입니다.” “백혈병… 이요? 제가 백혈병이라고요?” “네. 만성골수백혈병입니다.” “만성골수, 백혈병. 확실한가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지? --- p.19 「할머니가 옳았다」 중에서 간호사들은 복도에 놓인 환자용 냉장고를 가끔씩 열어 보고 안에 든 음식을 모조리 내다 버렸다. 원칙적으로는 맞았다. 냉장고 안의 음식은 환자의 가글을 오염시키거나 벌레를 부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집이 멀거나 환자와 보호자가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 환자 곁을 오래 비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원칙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식사도 샤워도 빨래도 힘든 이곳에서, 보호자들은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팔걸이도 없는 낮은 의자 겸 침대에 모로 누워 쪽잠을 잤다. 배선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따금 모여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밥을 해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컵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렇게 항암월드에서는 보호자의 건강도 서서히 무너져 갔다. --- p.105 「항암월드로 초대합니다」 중에서 금희는 화장실에서 손에 휴지를 둘둘 마는 양에게도 말했다. “양아, 휴지 좀 아껴 써. 하루에 2롤밖에 안 채워 주는데 네가 그렇게 많이 쓰니까 매일 모자라잖아. 사람들이 휴지가 모자란다고 불평하고.” “엄마, 나 생리가 계속 쏟아지니까 이렇게 두껍게 안 하면 손에 다 묻는다고! 설사도 그렇고. 휴지가 모자라면 우리가 사서 여기에 두면 되잖아.” “엄마랑 아부지의 밥값도 모이니까 큰돈이라, 한 푼이라도 아껴 보자고 청소하는 정 여사한테 식권을 사는데… 휴지 값이 어디 애 이름이야? 그냥 조금만 아껴 써.” “엄마!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휴지까지 아껴 써야 해? 내가 모아 둔 돈을 쓰라고! 그걸로 휴지를 잔뜩 살 수 있잖아! 왜 내 돈도 못 쓰게 하면서 나한테 휴지까지 아끼라고 해, 왜!” 양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화가 났다. 이날 하루 종일, 금희와 양은 눈길도 안 맞추고 꼭 필요한 말을 빼고는 안 했다. --- p.320 「우리는 모두 시한부 환자다」 중에서 “…하, 양 씨의 이식 성공률은 여전히 50퍼센트입니다.” “네?” “50퍼센트가 낮은가요? 나는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50퍼센트면… 높다고 느껴지진 않아서요.” 갑자기, 심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하양 씨는 만성골수백혈병의 급성기입니다. 이런 상태의 환자 5명 중 1명이 살아요!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거예요! 5명 중 1명에 비하면 지금의 50퍼센트는 결코 낮지 않다고 보이는데요? 이식을 준비하시지요.” 사람이 멀쩡히 살아서 앞에 있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라는 말이 할 소린가. --- p.486 「신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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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율 10%, 언제든 내 목덜미를 낚아챌 수 있는 죽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 함께 울고 웃었던 다른 환자들과 가족,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은 생존기 # 현실에 뿌리를 내리되 재구성이라는 줄기를 뻗어 상상의 잎을 단 실화 소설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 책은 인생에 무서운 시련의 폭풍우가 불어닥칠 때 대부분의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질문,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어쩌다 하양이 이런 지독한 암에 걸렸는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과정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다른 환자들과 가족,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은 생존기이다. 하양은 장학재단에서 일하던 2013년 가을, 백혈병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만성골수백혈병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염색체가 많아져 생긴 병이다. 유전병이나 전염병이 아니기에 이 돌연변이는 누구에게나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선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이따금 이렇게 끝없이 늘어나서 백혈병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대 의학은 그 이유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의사는 하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급성기 환자의 10명 중 1명만 삽니다.” 생존율 10%, 언제든 내 목덜미를 낚아챌 수 있는 죽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이 글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되 재구성이라는 줄기를 뻗어 상상의 잎을 단 실화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글에 나오는 백혈구 등 의학적 수치는 저자가 겪은 실제 투병 과정 때의 검사 결과이다. 등장하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은 물론 의료 파업과 같은 사건들 역시 모두 실제로 당시 병원에서, 치료 과정 중에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고 겪은 일이다. 환자 및 의료진 등 실존 인물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성별이나 가족 관계, 등장 순서를 일부 손보아 재구성했다. 암세포와 약이 싸우는 전쟁터가 된 몸 이 소설에는 만성골수백혈병 말기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과정이 녹아 있다. 백혈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항암제는 온몸의 면역력을 제로(0)로 만들었다가 다시 회복시키는 치료이기에, 일반 고형암에 사용하는 항암제보다 훨씬 세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이중 커튼으로 분리된 침대에서 공기 역시 관리되는 격리 병동에서 생활해야 한다. 저자는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격리 병동의 실제 모습과 다양한 환자들의 상황, 항암제가 들어가면서 몸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겪은 대로 담았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저자는 병동은 물론 환우 모임 등에서 만난 모든 암 환우들이 인정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암 판정을 들은 뒤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떠올리며 괴로워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Why me?’를 ‘Why not me?’로 바꾸는 의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상에 불행이 넘치는데 왜 나한테는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가? 어쩌면 지금까지 큰 불행 없이 살아온 게 기적이었다.’ 이런 생각의 전환을 겪으신 환우들께선 본인이나 가족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좀 더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다음의 치료나 혹은 삶의 정리를 위한 단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위한 시도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암 환자나 환자 가족, 그 외에도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찾아보기 위해,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친 신세계의 모습을 그려내 책으로 엮었다. “백혈병동에서 함께 격리 생활을 했던 환우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기에, 그들보다 생존율이 훨씬 낮았던 제가 왜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이전과 다르게 살아볼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오늘을 소중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려 합니다. 암 환우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 거리두기와 격리 생활 속에서 외로운 이별을 맞이하는 코로나 시대의 인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내고자 합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