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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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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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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일 때는 술 없이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점점 그 능력을 잃어 가더라. 기분 나빠지기는 참 쉬운데 기분 좋아지기는 참 어렵더라. 기분 좋은 일이 하루에 열 개 있고 기분 나쁜 일이 하루에 하나만 있어도 그 하루는 기분 나쁜 하루가 되어 버리더라.
[만약에] 놀이는 언제나 재미있다. 하지만 인생은 [만약에]라고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늘 예상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외로움은 [내가 혹시 외로운 건 아닐까]라고 생각만 해도 내 모든 상황이 퍼즐처럼 외로움 그대로 딱 들어맞는데 행복은 [내가 혹시 행복한 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면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억지로 끼워 맞춰 아슬아슬하게 돌려 가며 겨우 행복을 찾는 느낌이다. 유명해서 행복한 사람보다는 행복해서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난 항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하며 다녔는데 생각해 보면 나는 네가 남들과 다르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너를 나무랐다. 「넌 어떻게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긍정적으로 살게 되면 앞으로 많이 듣게 될 말이란다. 그때부터는 [눈치]라는 기술이 필요해. 겉으로는 심각해도 속으로는 웃을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삶은 이기적이어야 해. 네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남의 상처가 네 행복이 되어서는 안 돼. [놀이가 최고의 교육이다]라는 말은 참 별로다. 놀이가 교육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너랑 놀아 준 거였다고 생각해 봐. 뭔가 속는 느낌 아니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충분히 사랑해 주려고 하는데 정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줄 알았는데 내가 보고 싶은 만큼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내가 다정하게 다가가도 나에게 짜증을 내는 아이를 보면 갑자기 울컥! 하며 [내가 너한테 얼마나 노력하는데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는 고리타분하고 구닥다리 같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차라리 무뚝뚝한 아빠가 나으려나. 찌질한 보상 심리가 내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있다는 게 너무 창피하다. 난 너의 시간을 만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너의 지금 표정.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너의 지금 감정. 같아 보이지만 지나가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하나하나의 다른 파도처럼 난 너의 시간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내일 만날 너의 시간은 어떤 모습일지 오늘도 설레며 잠이 든다. 태어나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낄 만큼 행복하게 해줄게. --- 본문 중에서 |
함께 웃을 수 있는 일, 함께 기분 좋은 일을 기록하다
『오늘의 퀴즈』를 만들면서 유세윤은 맨 먼저 주의 사항부터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놀이가 둘만의 순수한 일상이 되기를 바랐다. 교육이 아닌 놀이로, 창의적인 대답을 원하거나 강요하지 않기로, 그리고 질문에 의도를 담지 않고 아이가 마음을 여는 만큼 자신도 마음을 여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인 만큼 퀴즈의 답을 아이에게 꼭 먼저 동의를 구하고 공개한다. 저자 소개에 아들의 이름 유민하를 나란히 적은 것도 그 이유다. 질문 역시 솔직하다. 놀이터에서 특별하게 놀 수 있는 아이디어부터 기억과 추억의 차이, 친구의 화를 풀어 주는 방법, 하루 동안 엄마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 등 아이가 일상에서 자연스레 답할 수 있고 생각하는 퀴즈들을 마련했다. 소소한 질문과 정반대의 질문도 많다. 어른들이 술 마시는 이유, 결혼의 장점과 단점, 허무함이란, 이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기,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등 어른 입장에서 내는 퀴즈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열한 살 아이의 답이 명쾌하고 철학적이다. 질문한 사람의 허를 찌르고 부끄럽게도 만든다. 아빠 역시 그 대답을 보고 때로는 감동하고 때로는 반성한다. 아이가 부모의 스승이요 어른인 셈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자신도 활용할 수 있는 퀴즈 놀이가 된다면, 또 누군가에게는 담백한 에세이가 주는 위로와 위안이 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진심을 담아 아이와 소통한 한 아빠의 생각과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웃고 [함께] 놀고 싶은 모든 아빠가 한 번쯤 [오늘의 퀴즈]를 만들어 보기를 응원한다. 물론 엄마도 이모도 고모도 삼촌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