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9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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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06g | 130*200*20mm |
ISBN13 | 9788954674607 |
ISBN10 | 8954674607 |
발행일 | 2020년 09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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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06g | 130*200*20mm |
ISBN13 | 9788954674607 |
ISBN10 | 8954674607 |
MD 한마디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 내려간 장기하의 첫 산문집. 마음의 짐이 되는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나답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담아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는 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마음 깊이 공감되는 장기하다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 에세이 MD 김태희
프롤로그 낮 안경과 왼손 즐겁고 해로운 취미 냉장고의 즐거움 흰쌀밥과 기분 아무것도 안 하기 새해, 육아, 반려자 채식의 즐거움 정리정돈의 강자 인생 최고의 라면 찬란하게 맑은 가을날 자유의 그늘 헐, 대박, 장기하! 혼자 혹은 함께 인생의 하루 밤 [싸구려 커피]가 잃은 것 라임의 함정 피아노를 못 쳐도 시대를 앞서간 명곡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 사막에서 혼자 인공지능의 바다 여수의 영화관과 햄버거 다시 한번 서핑 만약 의견을 낼 수 있다면 어떤 문화권에든 다시 잡담을 에필로그 |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로 우리에게 알려진 뮤지션 장기하의 산문집이다. 예술인이나 유명인이 쓴 글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읽기도 하지만, 결국 누구의 글이든 저자의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과 태도를 반영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도 일반인과 다른 예술가의 특별한 삶을 만나기보다는 많은 것에 달관한 듯한 가벼우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를 만나게 된다.
책 제목인 <상관없는 거 아닌가?>에서부터 그냥 나답게 살아가고픈 저자의 생각이 읽혀진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의 삶보다는 혼자사는 40대의 남자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꾸미기보다는 조금 더 덜어내고, 조금 더 담담하게 지내면서 삶의 여백을 키워가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와 노래에 얽힌 사연들을 들는 재미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을 것을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하는 삶을 추구하는 그의 일상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일종의 힐링을 하게 만든다.
책은 크게 낮과 밤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낮 부문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뮤지션이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느끼는 생각과 삶의 단상들이다. 술 마시는 일에서부터 맛있는 라면 끓이기, 정리하는 습관, 집안의 냉장고를 보고 떠오르는 단상에 이르기까지 소소하고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소개한다. 밤 부문에서는 그의 본업인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창작활동에 따르는 어려움에서부터 첫 번째 곡인 <싸구려 커피>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자유로움이란 외로움과의 동반자임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해준다.
전체적 톤이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때론 멈춰서서 삶의 무게를 느끼려는 진지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오캄의 면도날'처럼 생활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줄여나가 여백이 풍부한 동양화같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들과 비교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오늘 하루 즐기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사막을 찾아 쏟아지는 별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수를 방문해 리클라이너가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햄버거를 구입해 맛있게 먹었던 소소한 즐거움을 소개하기도 한다.
너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과연 '나다운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현재 내가 가진 것,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에서는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옛 선조들이 가졌던 '안분지족'의 정신을 배우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절묘한 부분은, 저 책 제목이 세로로 쭉 떨어지지 않고 대낮에 드러누워 뒹굴거리는 듯한 저 사람의 팔꿈치에 부딪쳐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표지 그림이다. 굴러가는 대로 굴러가는 듯 보이지만 일상에 대한 섬세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것을 자세히 느끼며 살아가는 글쓴이의 태도를 닮은 것이다. 이렇게 에세이집을 낸 저자이지만 "책을 많이 읽지도, 다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한 구절이 기억에 남으면 좋은 독서인 것"이라고 말하며 삶도 많은 것에 구속되기보다 꼭 필요한 것을 남기고 - 뮤지션이지만 차에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많으니 비싼 하이파이 오디오를 남에게 맡겨 버리고 이사한다든가 - 자신의 감정과 모습에 더 집중하는 태도가 그의 음악을 더 진정성있게 느껴지게 하는 태도라고 느낀다.
그는 '기분'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흰 쌀밥을 말하면서 그것이 몸에 좋지 않다고들 말해도 먹고 기분 좋기로는 흰 쌀밥만한 게 없으므로 흰 쌀밥을 계속 먹는다고 한다. 양념 치킨을 좋아하지만 같은 양의 생선구이나 두부부침을 먹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무거운 느낌이 들고, 또 물도 계속 마시게 되는 것이 싫어서 매일 먹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기분'에 따라 산다는 것은 내키는 대로 멋대로 산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산다는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대표곡이자 출세곡인 <싸구려 커피>를 만들었다던 고속버스 안에서도, 장기하는 스마트폰도, 책도, 신문도 없이 무심코 최선을 다해 멍때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저절로 이런저런 단어들이 알아서 모여들어 각기 이 박자 저 박자에 달라붙어 가사가 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무의식의 흐름을 이렇게 표현했지만 결국 이것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했던 삶의 태도로 인한 결과물일 것이다.
다시 이 책을 골라 읽기 시작한 처음으로 돌아가본다. 나는 이 책을 왜 서가에서 뽑았을까. 장기하라는 뮤지션에 대해서, 또 '장기하와 얼굴들'을 그만두고 새로 홀로서기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도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이지 유려한 문장이나 수사, 사건의 반전에서 오는 문학적 쾌감을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1/3쯤 읽다 보니 장기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겠다. 대충 사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일상과 감정과 기분을 민감하게 느끼고 집중할 줄 아는, 그래서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럴 듯한 형이었다. 이 책을 썼던 한 해 동안의 장기하를 알았으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자, 굳이 단행본이라는 이유로 끝까지 읽지 않아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매일 밤 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들을 재우고 하루 중 비로소 홀로 있게 되는 최초의 시간. 뜨거운 물을 받아 욕조에 들어앉아서 보내는 즐겁고 생산적인 시간이다. 읽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또 목표했던 만큼 즐거웠으면 그걸로 됐다. 더 걸리리라고 생각했던 시간에 또다른 책자를 읽으며 아주 인상적인 글을 발견했으니 오히려 훨씬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 책 처럼 '기분'대로 시간을 보냈으니 이 책도 성공적으로 읽은 거라는 덤도 있다.
덧붙임) 결코, 글이나 문장이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랩인지 뭔지 모를 <싸구려 커피>의 간주 부분에 나오는 장기하의 읊조림처럼 무덤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말들이 일기보다는 살짝 긴 호흡으로 들숨날숨처럼 쉽게 읽히는 에세이들이다. 자신의 경험과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쉬운 문장들은 그의 꾸밈없고 솔직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면서(실제 성격은 나도 모르지만) 그가 얼마나 스스로의 삶을 진지하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