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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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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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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42g | 120*188*20mm
ISBN13 9791190382724
ISBN10 119038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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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불안을 얘기해도 평안으로 들릴 때]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길’이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담담한 말이 굉장한 기도가 될 때가 있다. 저자는 불안 속의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그 말들이 결국 각자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당신이라면, 평안에 이를 거라고. - 에세이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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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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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짜리 하루를 열망하지만, 불안과 함께라면 완벽한 하루를 살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다 포기한 상태로 0점짜리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50점짜리 하루가 낫다. 불안이 나를 덮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그날의 일과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걷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고, 자극적인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절한다. 아이를 돌보는 동안 부모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없고, 아이와 함께 걸을 때는 천천히 걸음을 이어가며 조심해서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불안에 싸여 살아내야 하는 일상을 마치 아이를 데리고 함께 다녀야 하는 일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프롤로그」중에서

그런 밤이면 어김없이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나쁜 생각을 끊어내고자 여러 가지 무기를 갖춘 채 싸워보지만 결국은 퍼렇게 날이 선 진검 앞에 수수깡을 들고 설치는 기분에 접어들고 만다. 결국 아무것도 끊어내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린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생각 끊기 연습을 아무리 반복해도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아이스크림 인생」중에서

나라면 나를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손이 많이 가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무언가를 원할 때는 당장 손에 쥐어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욕심을 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난이도가 아주 높은 일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예민한 남매를 키우다 보면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도 지치는 밤이 얼마나 많았을까. 역시 임이랑을 양육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오직 이숙희 씨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리라.
---「이숙희 씨의 기쁨과 슬픔」중에서

몸도 마음도 예민하게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적당히 덥고, 적당히 춥고, 뭘 먹어도 체하지 않고, 대단한 알레르기가 없고, 무리한 다음 날 적당한 근육통만 느끼는 튼튼한 몸으로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미리부터 과하게 걱정하지 않으며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 어려움의 크기만큼만 괴로워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예민한 사람은 불편한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면 바로 체해서 가슴을 치며 고생하고, 무리를 하고 나면 제대로 고장이 나서 온종일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다가올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위기가 닥치면 녹다운되어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기도 한다.
---「누구나 한구석은 뾰족하다」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를 꼽으라면 나는 outgrow를 고르겠다. 몸과 마음의 성장통 같은 이 단어는 종종 나를 얼어붙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집 혹은 식물과의 관계에서도 종종 너무 커져 맞지 않게 되었음을 느낀다. 식어버린 열정과 많이 자라나 더는 맞지 않게 되어버린 나를 발견할 때마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프다. 아마도 어떤 세상은 정말로 끝이 나서 구겨지고 작게 흩어져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볼 수 없게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outgrow」중에서

잘 살아야 한다. 옳은 결정을 하되 그 반대의 결정도 이해할 수 있는지 헤아려본다. 구질구질한 과거의 상처 속에 진주가 생겼는지 헤집어본다. 어째서 스스로 이렇게 잔인하게 굴고 있는지 생각하면서도 자꾸 손을 휘저어 손끝에 아주 작게 느껴질 작고 단단한 진주를 찾는다. 때로는 손을 휘젓다가 제풀에 지쳐 쉽게 나가떨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시 섬광에 이끌려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본다.
---「까만 고양이와 흰수염고래」중에서

글쓰기는 즐겁다. 책상 앞에 앉아 한 글자씩 쓰기 시작하면 비밀스러운 짜릿함을 느낀다. 무의식 저 끝에 잠들어 있던 단어와 마음을 연결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고 문장과 문장을 엮으며 이야기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나를 데리고 간다.
---「보따리 속 까만 뱀」중에서

사람들은 분주히 오가며 서로의 인생에 관여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지기도 한다. 타인의 마음을 얻으려 너무 노력하고 안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노력하지 않으려 노력을 하겠다는 자신을 조소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노력해서 얻은 사람의 마음은 그 노력이 느슨해지는 순간 바로 잃게 된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곁에 서 있고 싶도록 가볍지만 탄탄한 상태를 유지해보려 한다.
---「다정한 사이」중에서

행복했던 만큼 불행해지곤 한다.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도 습관적으로 힐끔힐끔 이후에 다가올 어둠을 엿본다. 생각의 꼬리가 길어 현재의 즐거움을 온전한 즐거움으로 느끼지 못하고, 이후에 다가올 낙하를 기다린다. 기다린 불행은 잊지 않고 나를 찾아온다. 롤러코스터처럼 구름 위를 떠다니던 마음이 한순간에 지하로 떨어진다. 웃으면서 내뱉은 하나의 단어, 집으로 돌아오다가 만난 우연의 무례함에 마음은 너무 쉽게 낙하하고 만다. 오매불망 기다렸으니 작은 단서만 마주해도 마음이 바로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평안의 미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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