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은 7~8평가량의 크지 않은 공간에 검사, 검찰수사관, 실무관이 같이 근무한다. 간혹 검찰수사관이 2~3명인 경우도 있다. 영화 속의 검사실을 재벌기업의 멋들어진 임원실처럼 소파까지 비치하여 넓은 것처럼 연출하지만 현실 속의 검사실은 좁아터진 사무실에 4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근무한다. 피조사자 몇 명만 소환 하면 완전 시장바닥이 돼 버리는 아주 작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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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대부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보통 검사실에 배당된 월 100여 건 중 수사관 1인당 10~20여 건의 사건을 넘겨받는다. 각 청의 규모나 검사실마다 다르지만, 내가 검사실에 근무했던 시기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수사관은 가장 오래된 사건 기록을 제일 먼저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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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실 강력부는 조직 폭력, 살인, 방화, 퇴폐 사범 등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와 직결된 범죄를 다루는 부서다. 조직폭력배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가 실로 무섭다. 상의를 벗으면 등에는 화려한 용이 비상하고, 가슴에는 호랑이가 포효한다. 하지만 요란하게 문신으로 치장하는 놈은 오히려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예로부터 겁 많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는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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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안부라 칭했던 ‘공공수사부’는 특수부, 강력부와 더불어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였다. 아무래도 실적 을 많이 쌓고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과거 공안 분야는 시절을 잘 만나면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일이 꼬이면 옷 벗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물론 검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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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검사로 임용될 때 특수부가 지원 1순위였다. 전직 대통령의 대형 비리사건을 맡은 부서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다. 이렇듯 특수부에서는 재벌 그룹 오너 가족이나 고위층 의 권력형 비리사건 그리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고위 공무원 등의 뇌물수수사건 등을 주로 처리한다.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복잡해 많은 인원이 많은 시간을 들여 수사해야 하기에 인력이 부족한 형사부 검사실에서는 맡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특수부를 따로 만들어 전담케 한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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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 경찰이 형사사건을 1차적으로 직접 수사하는 것은 이전과 동일하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차이가 난다. 경찰에서 사건 수사가 종료된 후 경찰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기소의견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반면에 경찰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건 에 한해서만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 이게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이다. 특히 앞에서 설명한대로 향후 검찰은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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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법률상 사형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고, 간혹 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역으로 근무하는 검찰수사관 중에서 실제 사형을 집행해 본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나도 검찰수사관으로 어언 27년을 근무했지만 실제 사형 집행을 경험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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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forensics)은 범죄사건의 수사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과학적 혹은 기술적 기법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포렌식 (digital forensics)은 잠재적인 디지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분석기법을 적용하는 수사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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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수사관 6000여 명 중 25%가량이 여성 수사관이다. 검찰청에서 만나는 수사관 4명 중에 1명이 여성이라는 뜻이다. 요즈음 신규로 채용되는 검찰수사관들 중에는 여성이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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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재원들이다. 검찰청에 임용되면 검사로 일하게 된다. 검사도 국가공무원이다. 일반직 공무원들은 1급부터 9급까지 직급이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검사는 일반직이 아닌 특정직으로서 직급은 따로 구분되지 않고 ‘검사’라는 직급 하나뿐이 다. 따라서 직위로 구분하는데 평검사, 부부장검사, 부장검사, 차장 검사, 검사장, 검찰총장 등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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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사관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검사실 에 배당된 사건은 검사, 수사관, 실무관 모두가 풀어야만 하는 미 제(해결되지 않는) 사건이다. 검사만의 미제는 아니다. ‘검사가 전부 알아서 하겠지.’라는 수사관의 생각은 검사의 불신을 자아낸다. 검사와 수사관은 같은 숙제를 함께 풀어야만 하는 숙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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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관으로 신규 발령받으면, 먼저 사무국에서 검찰 사무 업무를 맡는다. 사무국 총무과, 사건과, 집행과 등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데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수사과에 배치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사 업무를 맡기지는 않는다. 수사 업무는 8급 서기로 승진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7급 검찰주사보로 승진하면 검사실, 수사과, 조사과에서 수사 업무를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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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관들은 평생 계속해서 공부해야만 한다. 승진 때문만은 아니다. 검사실 및 수사과에서 수사하다 보면 피의자의 범죄 행위가 어떤 죄명에 해당하는지, 그 행위에 대해 과거 판례에서 어떻게 처벌하는지 등에 대해 계속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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