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임보 일기
조남주 테라스가 있는 집 정용준 세상의 모든 바다 이나경 너를 부른다 강지영 덤덤한 식사 박민정 질주 김선영 식초 한 병 김멜라 유메노유메 양원영 묘령이백 조예은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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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키우던 동물을 버린다. 털이 날린다고, 똥오줌 냄새가 난다고, 더 이상 어리지 않아서 귀엽지 않다고, 아프다고, 늙었다고,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버린다. 그런 인간들도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정을 주고, 온전한 믿음을 준 동물들을 생각할 때면 윤주는 마음이 아팠다.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서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 「임보 일기」중에서 쿠키는 테라스 산책을 좋아한다. 지나가 앉으려고 내놓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낮잠도 잘 잔다. 텃밭 화분에 심은 상추와 토마토 줄기를 다 물어뜯고 흙을 헤집고 그러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혼비백산해 집 안으로 튀어 들어온다. 네가 좋아하는 비야. 쿠키 너는 여전하구나. 지나는 쿠키와 나란히 창가에 붙어 앉아 조심조심 꿈틀대다 주르륵 미끄러지는 빗방울을 눈으로 좇았다. --- 「테라스가 있는 집」중에서 저는 세상의 모든 바다에 갈 수 있어요. 바다로 향하는 모든 톨게이트를 알고 있지요. 이 톨게이트를 지나 저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이 세상은 저 세상으로 변한답니다. (……)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깜깜한 아스팔트에 두 개의 빛기둥을 만들어냈다. 트럭은 출발했다. 무운은 빛이 비추는 도로를 바라봤고 설이는 단정하게 앉아 떨리는 눈으로 모요의 어두운 산을 바라봤고 파스칼은 설이의 무릎에 앉아 길게 하품을 한 뒤 곧 눈을 감았다. --- 「세상의 모든 바다」중에서 언니는 아마 그 사람이 고양이 살해범인 것 같댔어. 그래서 네가 그 사람을 죽였다는 거지. 멀쩡한 사람이라면 죽일 이유가 없고, 손가락을 언니한테 선물할 이유는 더더욱 없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선물이라기보다는……. 이제 위험이 사라졌으니 다시 고양이들 밥을 준비하라는 선언이랄까. 실제로 손가락을 발견한 날부터 고양이들이 돌아왔거든.” --- 「너를 부른다」중에서 너는 이따금 생사의 기로에 선 고양이들에게 피를 나누어 주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덤덤한 고양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헌혈 전에는 여섯 시간 동안 금식을 해야 했고, 진정제를 맞아야 했다. 때때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너의 체중 에서 뽑을 수 있는 최대 양인 60밀리를 넘겨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너는 모로 누워 창밖을 보곤 했다. 가로수 은행나무에 박새가 앉길 기다리는지도 몰랐다. --- 「덤덤한 식사」중에서 암막커튼을 쳐 컴컴한 방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인이 건사하지 못한 고양이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쏘다녔다. 어둠 속에서 윤성 선배가 뱃살이 늘어져 보일 만큼 뚱뚱한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들어 올리며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이것 좀 어디 갖다 버려라, 사운드 계속 들어오잖아. --- 「질주」중에서 꽃나무를 잡고 자는 고양이라니. 어쩐지 화전을 입에 넣기가 더욱 미안하다. 아까 꽃을 딴 게 못내 미안하다. 얌이 는 왜 진달래나무를 잡고 자는 것일까.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깟 꽃은 다시 피우면 되는 거라고 다독이는 것일까. --- 「식초 한 병」중에서 프랑스인에게 발견돼 캐나다인에게 키워졌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과 살았던 고양이답게, 유메는 모든 장벽을 부드럽게 뛰어넘어 미애의 꿈에 찾아왔다. 인간이 된 유메는 마음껏 닭고기를 먹고 미애와 여행을 하고 바닷가에 가 고양이들도 만났다. 이 사람의 손에서 저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듯 유메는 고양이와 인간을 넘나들며 미애의 꿈에 찾아와 미애를 위로했다. --- 「유메노유메」중에서 “묘령이백은 결국 너무 사랑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지요.” “참 이기적인 이유입니다. 사람의 욕심이 묘령이백을 제때 죽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거기에 과하게 의미 부여하지 마시오.” “그런데, 묘령이백이 생물학적 관점으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글쎄요. 묘령이백은 이제 사실상 생명체로 성립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묘령이백의 생과 사도 판단 기준이 확정되질 않았소.” --- 「묘령이백」중에서 그것들은 순식간에 멀어져서 별처럼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나는 우주선들이 날아오르며 남긴 궤적을 좇았다.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니라 날아오르는 별똥별들. 나에게 와줘서 고마웠어. 나는 홀로 부서진 캣샵 안에 남았다. 네온사인 간판엔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중에서 |
느긋하지만 다정하게 다가와
위로의 ‘꾹꾹이’를 해줄 사랑스러운 존재 『공공연한 고양이』 속 이야기들은 고양이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을 파고든다. 고양이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김멜라 「유메노유메」), 고양이가 이 세상을 떠날 땐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조예은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는 주인이 세상을 떠날 때 마중을 나오지 않을까(양원영 「묘령이백」) 등등. 우리가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상상들이 소설이 되어 찾아온다. 유메는 고양이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낮잠을 자며 보내는 것, (……) 청소기 소음을 싫어하는 것과 따뜻한 전기방석을 좋아하는 것도 그대로였다. 고양이일 때 ‘미야오, 미야오’ 하고 울던 울음소리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하는 투정으로 바뀌었고 솜뭉치 같은 둥글고 앙증맞은 앞발은 보드랍고 통통한 사람의 손이 되었다.(김멜라 「유메노유메」) 하지만 기발한 상상으로 채워진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것은 인간의 슬픔과 상처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서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최은영 「임보 일기」)는 주인공의 고백처럼 『공공연한 고양이』 속 짧은 소설에는 “예기치 않은 죽음과 숱한 이별들, ‘고양이 웃음’이라는 무심한 비유 뒤에 숨은 타자화의 시선들, ‘가족’이라는 이름이나 ‘여자’라는 이름으로 강제되어온 일들”(안서현 문학평론가)에 대한 아픔이 담겨 있다.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고 고함을 칠 때마다 나는 혹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인가, 생각해보아야 했다. (……) 암막커튼을 쳐 컴컴한 방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 어둠 속에서 윤성 선배가 뱃살이 늘어져 보일 만큼 뚱뚱한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들어 올리며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이것 좀 갖다 버려라, 사운드 계속 들어오잖아.(박민정 「질주」) 그림자야, 언니는 네가 특별하댔어. (……) 정녕코 네가 신통한 능력이 있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간곡히 바라건대 내 소원을 좀 들어주렴. 우리 언니를 죽인 그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내 앞으로 가져다줘. 앞으로는 언니 대신에 내가 고양이들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수술도 시켜줄게.(이나경 「너를 부른다」) 이처럼 『공공연한 고양이』는 단순히 인간과 고양이의 공생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부를 맞대고 맥박을 느낀 다정한 존재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다”라는 말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 교감이 주는 체온 같은 따스함을 담고 있다. 어쩌면 책장을 덮으려 할 때 우리 곁으로 슬며시 다가와 위로의 ‘꾹꾹이’를 해줄 사랑스러운 존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