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조상 중 누군가 파라오의 무덤을 모독했거나, 마녀를 화나게 했을 수도 있고, 신성한 동물을 해쳐서 신이 앙심을 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후로 우리 가족은 무서운 저주에 걸렸다는 것이다.
끔찍하지만 사실이었고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그건 바로, 세상에는 내 또래의 아이들이 많다는 것과 이 아이들에게는 기껏해야 서너 명밖에 없는 할아버지가 내게는 열 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외할아버지에게는 결혼은 고사하고 여자와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노총각 형제들이 많았다. 이런 대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는 오직 나뿐이었고, 난 이들 모두의 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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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치 우주비행사가 귀환한 듯이 많은 사람이 길가에 나와 나를 반겼다. 그들은 내가 미처 자전거에서 내리기도 전에 나를 빙 둘러싸고 학교는 어땠는지, 난 어땠는지, 아이들이 내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우리 가족들이었다.
내가 어땠는지는 나도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많은 할아버지를 한 명씩 쳐다보았다. 마치 그들을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을 삼촌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내가 물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들이 엄마에게 소리쳤다. “들었지? 이래서 학교에는 보내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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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스처럼 그의 손가락도 네 개뿐이었다. 알도 삼촌의 손가락도 그랬고, 이제 생각해보니 아라미스 삼촌의 왼손가락은 세 개뿐이었다.
그래서 아델모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손가락을 어떻게 잃은 건지 물었다.
“왜 그러니?” 알도가 말했다. “뭐 이상한 거라도 있니? 사람 손가락이 몇 개여야 하는데?”
“열 개요!”
그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과해! 손가락 열 개는 너무 많다고! 처음에는 열 개지만, 갈수록 많은 일을 하고 고생하다 보면, 그리고 또 사고로 최소 한두 개는 없어지기 마련이지. 이게 정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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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닿으면 끝없이 깊은 어두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물속에는 상어와 범고래 그리고 촉수로 나를 잡아, 악력이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다리 사이에 있는 앵무새 부리 같은 입으로 물어버리는 대왕오징어가 가득하다. 아무것도 없는데 발로 버둥거리며 디딜 곳을 찾고 가라앉아 바닷물을 들이마시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느낌이었고 죽을 것 같았다. 그러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쯤 몸이 떠올라 숨이 쉬어졌고 쌍동선에서 나를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빠가 보였다. 아빠가 뭔가를 말했는데 다시 아래로 가라앉아 또 물을 먹느라 듣지 못했다. 토할 것 같았고 토하면서 죽는 것은 그야말로 역겨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을 한다는 건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거고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물에 빠져 죽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발아래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다. 머리가 물 밖으로 나와 있고 몸은 발버둥 치며 떠 있고 그제야 홀딱 젖고 흥분한, 그리고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게 나를 꼭 붙잡고 있는 삶이 보였다.
아빠는 담배를 다 피우고 웃으면서 한쪽 팔을 뻗어서 나를 잡아 끌어 올렸다.
“이제 수영할 줄 알지, 행복하니?”
--- pp.73-74
“이봐, 곱슬머리, 책 한번 들여다보지 않을 거야? 펼쳐 보는 건 공짜란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근데 제가 필요한 건 책이 아니에요.”
“그걸 어떻게 아니?”
“우리 학교에서 쓰는 책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책들은 뭐예요?”
“안내서란다.”
“네, 그런데 무슨 과목요.”
“뭐라고?”
“이탈리아어나 역사, 과학책들이에요?” 그러고 나서 진흙투성이의 절망의 늪까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면 수학 참고서인가요?”
“아니란다. 다행히도 그런 따분한 책들이 아니야!”
“그럼, 실례지만, 어느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인지.”
“곱슬머리야, 학교에서 쓰는 게 아니고, 이것들은 실용서라는 거야. 네게 실제로 필요한 것을 가르쳐준단다. 인생학교에서 필요한 것들이지.”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했고, 말은 마법과도 같다는 것이 정말 사실이었다. 실제로 여기 이것들은 지루하고 무의미한 어느 수요일 아침을 결코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으로 바꾸어놓았다.
--- pp.156-157
그러나 할아버지는 무사히 한 발을 떼었고 그다음도 또 그다음도 그렇게 집까지 돌아왔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젊었을 때 떠나 늘그막에 돌아왔지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다. 해 질 녘에 할머니가 있는 그 밭으로 돌아왔고 둘은 부둥켜안았고 거기에서부터 우리 아빠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이렇게 디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못했겠지.
사실, 도메니코 신부님이 몸은 죽어도 우리의 영혼은 영원히 살아간다고 말해주셨을 당시에는 그 영혼이라는 게 상상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모든 사람의 영혼이 뭔지 깨달았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인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일수록 입과 귀로 많이 전달되며 오래도록 남는다. 우리의 몸은 관 속에 머물지만 이야기는 전 세계를 여행하고 길이길이 남는다.
--- pp.188-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