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0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516g | 147*215*20mm |
ISBN13 | 9791190030687 |
ISBN10 | 1190030683 |
발행일 | 2020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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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516g | 147*215*20mm |
ISBN13 | 9791190030687 |
ISBN10 | 1190030683 |
MD 한마디
길 찾기는 공간 지각 능력과 영역 지키기와도 밀접하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는 건, 인간의 길 찾기 능력이 그만큼 효과적이었다는 의미겠다. 이 책은 '길 찾기'라는 주제로 인류학, 심리학, 역사를 넘나들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 손민규 인문 MD
머리말 1장 호모사피엔스가 길을 떠난 까닭 2장 아이들은 왜 쉽게 길을 잃는가 3장 길을 걸을 때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일 4장 공간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 5장 낯선 곳에서 길을 찾는 몇 가지 전략 6장 여자의 길 찾기, 남자의 길 찾기 7장 위대한 탐험가의 길 8장 실종의 심리학 9장 살기 좋은 도시에는 가독성이 있다 10장 정신이 길을 잃는 순간 11장 에필로그: GPS를 끄면 얻는 것들 주 |
나는 길을 무척 잘 잃는다.
애초에 동서남북 방향을 파악하는
그런 뇌의 부위가 고장 난 듯도 하다.
그렇게 평생을 살다 보니,
길을 찾는데 나름의 기술을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랜드마크를 기억하는 것.
예를 들면 처음 가는 길이 있다.
그러면 길이나 방향을 기억하지 않고
주로 '간판'이나 '건물'을 본다.
길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기억하면 길을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억하는데 수월하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방법이라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도시에서 길 찾기는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뇌과학, 심리학을 연결한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길을 기억하고 찾아 나서는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왜 호모 사피엔스는 떠났을까?
우리는 뼛속까지 탐험가이다.
그리고 공간능력은 사실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호모 사피엔스는 35만 년 전 진화를 거치면서 길 찾기 능력을 발달시켰다. 이는 우리 미래를 바꿔놓았다. 특히 저자는 길 찾기 능력이 인간이 성공하는데 필수적이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능력은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소규모 가족끼리 살았던 선사시대에, 다른 집단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분명 진화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친구는 생존을 위한 자산이었다.
즉, 호모 사피엔스는
매우 사교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친구에 목매나 보다)
13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무려 240km 떨어져 있는 곳까지 이동해 친구를 사귀었다고 한다. 이는 경쟁관계였던 네안데르탈인과 큰 차이점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은 가족과 부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관계가 넓었으며, 그런 인맥을 쌓기 위해 길 찾기 능력이 필요했다. 즉, 공간 지각 능력, 방향 감각, 풍경을 보고 지도로 바꾸어 생각하는 능력 등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다.
길을 걸을 때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일
(어렵습니다. 뇌과학이 궁금하신 분만 읽어보세요^^;;)
우리의 뇌 속에는 위치를 기억하는
특정 세포가 있다.
이를 위치 세포라 부른다.
위치 세포는 주변 환경을 기억하여 길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뇌 속에서 '인지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주로 해마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언제 위치 세포는 활성화될까?
그것은 공간의 경계이다.
동물들은 모두 경계, 즉 가장자리에 매력을 느낀다.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면 구석 가장자리에 숨듯이. 고양이나 토끼도 가장자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실종자를 찾을 때도 울타리, 숲의 경계 등을 주목한다고 한다. 경계는 우리가 위치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이다. 놀랍게도, 우리의 뇌에는 이러한 경계를 인지하는 세포가 있다고 한다. 이를 경계벡터 세포라고 부른다. 아직 사람에게선 발견되지 않았지만, 쥐의 해마 근처에서 이를 발견되었다 한다.
또한 경계와 마찬가지로
랜드마크 역시 필수적이다.
사실 지금 인류는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에겐 GPS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길 찾기를 GPS에 의존하는 것은 괜찮을까? 이전의 우리는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뇌를 사용했다. 랜드마크를 찾고, 주위를 살피고, 풍경을 기억하고, 인지지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비가 해결해 준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인간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공간 관련 능력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저자는 GPS의 사용을 우려한다. GPS는 우리의 위치감각을 꺼버린다. 우리는 점점 주변 환경에 무심해진다. 무지해진다. 세상을 그저 스쳐 지나게 되어 우리가 방문한 곳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뇌도 변한다. GPS에 의존하는 뇌는 해마에 회백질이 줄어든다. 그러면 치매에 걸리거나 다른 인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이다. 확실하게 실험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100년 뒤의
세상은 어떨까?
그들은 길 잃기라는 게 어떤 것인지조차
모를지도 모르겠다.
기계와 기술은 사람을 먼 곳까지
쉽고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하지만 우리 뇌에겐 또 다른 위기를,
뇌를 쓰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인간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가끔은 GPS를 끄고 길을 찾아보는 것도,
아이처럼 무작정 헤매보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초기 인류처럼 새로운 길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런 소재를 다른 책들이 대개 그런 것처럼 막 재미있지는 않다. 좀 더 말랑했으면 좋았을 걸.
나는 배낭과 함께 나침반과 지도, GPS 추적기를 내려놓고 덤불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걸어갔다.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아마 80보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자 내가 물건을 놓아둔 곳이 보이지 않았고 내가 어느 쪽을 향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멍청이! 나는 내가 배웠던 것을 모두 잊고 여기저기 비틀거리며 돌아다녔다. 빈터로 돌아가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 동안 숨을 쉬지 못할 만큼의 공포를 느꼈다. 그 무엇도 공허함으로 굴러떨어지는 듯한 공포에 대비할 수는 없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