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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진화

실험실의 진화

: 연금술에서 시민과학까지

[ 사철제본 ]
홍성욱 저 / 박한나 그림 | 김영사 | 2020년 11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26건 | 판매지수 810
베스트
자연과학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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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20g | 148*205*18mm
ISBN13 9788934992615
ISBN10 893499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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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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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에서 처음을 정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과학의 오랜 진화 과정에서 개념, 이론, 도구들의 다양하고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합쳐지고, 그중 어떤 것들은 다시 떨어져 나가면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진화에서 특정한 종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를 알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과학적 발견은 순간이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말도 있다.
--- p.13

연금술사로서의 뉴턴은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뉴턴의 전기를 쓴 후대 물리학자들은 아예 이 부분을 빼버리거나 뉴턴이 몰두했던 것은 연금술이 아니라 화학이라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뉴턴의 공책에는 ‘카두세우스’, ‘태양을 먹는 초록 사자’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초록 사자는 연금술사들에게 황산을 의미했다. 태양이나 뱀을 먹는 초록 사자는 황산을 이용해서 금속의 불순물을 제거함으로써 금을 만드는 과정, 즉 철학자의 돌을 얻는 과정을 상징한다. 실제로 뉴턴은 저급한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뉴턴이 우리가 배우는 화학 실험만 수행했던 게 아니라는 말이다.
--- p.44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학사학자, 과학철학자, 과학사회학자들은 오랫동안 과학자의 실험에 대해서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제 과학자의 80~90퍼센트가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있는데, 과학에 대한 메타적인 이해를 한다는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사회학 분야의 학자들은 실험보다 이론만을 분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다.
--- p.67

파스퇴르가 의사가 아니라는 점 말고도 이 결정은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이들을 문 개가 광견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었다. 병에 걸린 개가 아니라면 멀쩡한 아이들에게 효능이나 부작용을 모르는 백신을 주사한 셈이다. 반대로 광견병에 걸린 개라면 발병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백신에 부작용이 있다면 상태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 환자들에게는 문제가 없었고, 파스퇴르는 과학아카데미에서 광견병 백신이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공표했다.
--- p.99~100

근대 실험과학의 핵심은 직접 보지 않고 논문으로만 읽은 실험을 신뢰할 수 있게 보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학자들은 자신이 젠틀맨 같은 신사의 미덕을 지닌 사람임을 강조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믿을 만한 젠틀맨들이 보는 앞에서 실험을 수행하고, 시시콜콜한 세부사항과 실패한 실험까지 모두 보고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 p.114

지금 화학 키트에는 아이들이 손으로 만져도, 심지어 먹어도 위험하지 않은 물질들만 담는다. 실험을 하다가 펑 터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지금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피가 나고, 축구를 하다가 팔이 부러지기도 하지만, 더는 위험한 실험실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 이런 ‘안전’에의 집착이 미래의 과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p.144

전파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질문은 좀 기묘하게 들린다. 전파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파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외계인이 1850년에 지구를 살펴봤다면, 전파를 거의 관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무선전신도, 라디오도, 리모컨이나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78

이것이 테크노사이언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테크노사이언스는 잘 확립된 학문의 경계 속에 안주하지 않고 경계를 가로지른다. 심지어 설명을 충분히 못 해도 새로운 현상을 만들고, 이를 실험실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응용의 니치niche를 찾는다. 이 응용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낳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난제가 튀어나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새로운 연구 영역이 생겨난다.
--- p.189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토목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의 실험실은 대학을 수도원에서 공장으로 바꾸었다. 대학은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웅웅 소리를 내는 기계가 바삐 돌아가고 화학약품의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진짜 공장 비슷한 공간이 된 것이다.
--- p.206

남극의 오두막이라는 필드에서 수개월 동안 연구자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수행한 이 영양학, 생리학 실험은 과학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실험은 과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과학사가들도 주목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는 대신, 테라 노바 탐험에 관한 여행기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과학계의 관심 대상이 되기 힘들었다. 또 이 연구가 테라 노바 탐험의 가장 중요한 목표도 아니었다. 테라 노바 탐험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의 알이었다.
--- p.228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는 의미의 ‘리빙랩Living Lab’은 이런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실 공간이다. 리빙랩은 삶의 터전인 필드와 실험실의 하이브리드 공간을 만들어서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그 속에서 연구자는 시민이 되고, 시민은 연구자가 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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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부엌에서 현대의 대형연구소까지 실험실의 많은 것이 변했지만, 호기심과 열정, 경쟁심과 연대감으로 펄펄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본질은 그대로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은 물론, 실험실을 폭탄 머리 미친 과학자가 밤새우는 뭔가 신비한 공간으로 생각하는 분, 교과서의 메마른 이론으로 과학에 흥미를 잃어버린 분들께 권하고 싶다. 과학기술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 조용하고도 치열한 혁명의 현장을 보여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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