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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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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ionship and Drinks

[ 양장 ] 말들의 흐름 시리즈-06이동
리뷰 총점8.5 리뷰 2건 | 판매지수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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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74g | 124*205*17mm
ISBN13 9791190999021
ISBN10 1190999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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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나는 핑클을 좋아한다
나는 술을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캄보디아의 해변에 가본 적은 없다
나는 금강산 관광단지 특산품 전시장에 비밀을 두고 왔다
나는 나의 새엄마다
나는 당신의 입장에 건배한다
나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나는 강남역 하바나몽키에서 유학생이 되었다
나는 핸드백을 만났다
나는 스피크이지를 찾아갔다
나는 하행선 너는 상행선이다
나는 빈 잔을 마셨다
나는 계속 걸을 작정이다
나는 얼굴이 빨개진다
나는 내 팔을 드립니다
나는 유리잔에 홀렸다
나는 유리잔을 모았다
나는 유리잔이 미웠다
나는 체리샴푸 맛을 보았다
나는 헨리에 대한 스무 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벽화가 될 뻔했다
나는 흰긴수염고래를 생각한다
나는 아빠의 와인잔을 채운다
나는 그냥 알고 지낸다
나는 결혼식 경력이 충분하다
나는 단골 바가 없었다
나는 어깨춤을 추고 있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지금도 술을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잔을 끝까지 비우는 데 아무런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나의 술친구들은 알고 있다. 술을 따르지도 않고 그냥 병째 놓고 굴비처럼 보기만 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집에는 스카치, 버번, 진, 보드카, 캄파리, 피노 누아르, 보르도, 포 메로, 리즐링, 샤도네이, 그리고 IPA가 있지만 손님 없이 혼자 마셔본 적은 없다. 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덜 마시게 되고, 사놓고 안 마시면 안 마실수록 술이 좋아진다. 이건 나의 오래된 술 좋아하는 방식이다. --- p.22

벌칙에 걸린 이의 의무는 이 노래의 리듬에 맞춰 빨리 술잔을 비워내는 것입니다. 쭈뼛거리다가 제때 못 마시면 여기 모인 이 귀한 사람들이 계속 어깨춤을 춰야만 합니다. 그러니 빨리 행동하십시오. 좋은 말할 때 원샷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이 테이블에 상기된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이웃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힘들게 어깨춤을 추고 있는 상태로 두시겠습니까? --- p.53-54

잠깐 어디에 살았다는 경험, 누군가에게 주워들었을 뿐인 견해, 철저하게 주입된 취향. 고작 그런 것들로 나보다 조금 어린 사람의 하트 뿅뿅한 눈빛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횡재처럼 느껴졌지만, 금방 죄책감과 지루함이 밀려왔다. 뭘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싫었던 만큼 뭘 자꾸 가르치게 되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만나는 날이 신나지 않아졌고, 연락은 뜸해졌고, 78킬로미터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 p.96

갑자기 느려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우리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나는 옆에 앉은 석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위스키 메뉴처럼 펼쳐놓고 고르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해야 우리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우리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장면에 웃을 때 나는 살 것 같다. 네가 내 얘기를 듣고 웃음을 터뜨릴 때 나는 살 것 같다. 이제는 세상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네가 날 보고 웃으면 그걸로 나는 살 것 같다. 그런데 네가 나를 보고 웃지 않으면 아마도 나는 죽을 것 같다. 그런 말들 중에 고르고 고르다 결국 말했다. “이 술잔 진짜 예쁘지 않아?" 석호는 그런 날 보며 말했다. “재미없게 넌 이 순간에 무슨 잔 얘기를 하니……” --- p.152

나는 잘 알고 있다. 너의 외로움도 내 외로움처럼 이름이 없다는 것을. 연애를 못 해서인지, 친구가 필요해서인지, 권리가 침해당해서인지, 존재가 지워져서인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외로움. 그런 외로움은 몰아낼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만 아는 적당한 이름을 붙여주고, 가까이에서 길들일 일이라는 것을. --- p.199

나는 이십대 내내 술자리와 연애 감정과 얼음땡을 하며 지냈다. 술로도 연애로도 인생이 딱히 휘 청거려본 적이 없고, 때로는 그게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콤플렉스. 새로운 술을 마셔보고 새로운 연애를 할수록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해지는 콤플렉스. 항상 더 특별한 것, 더 제대로 된 것, 더 용기를 내야 하는 것들이 내 평범한 삶의 영역 경계 바로 밖에 보였고 그건 나를 늘 조마조마하게 했다. 다들 하는 것들을 왜 하지 않느냐고, 세상 모두가 나에게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냐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았다.
--- p.21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누구랑 같이 있기 싫은 이유는 그렇게 많으면서 정작 혼자 있고 싶은 이유는 없는 것 같구나.” _스티븐 손드하임,〈컴퍼니〉

나는 연애한다. 나는 술 마신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자 저자 김괜저의 첫 산문집『연애와 술』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스물일곱 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고, 모든 에피소드의 제목은 ‘나는’으로 시작한다. 얼마나 각별한 자의식을 지녔길래 ‘나’를 책 맨 앞에 스물일곱 번이나 반복해서 내세운 걸까. 그러고 보니 저자 이름도 어딘가 범상치 않다.
『연애와 술』은 퀴어인 저자가 사랑과 술에 관해 쓴 에세이다. 저자는 세기의 연애라고 부를 만큼 요란한 연애로 인생이 휘청거렸던 적도 없고,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인생을 말아먹은 경험도 없다는 점에서 우리 대부분과 다르지 않다. 비교적 무난한 연애 생활과 적당한 음주 생활로 이어온 삶에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의심을 품는 저자. 그런 자신에게『연애와 술』을 쓸 자격이 과연 있는지 저자는 스스로 되묻는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우리도 김괜저처럼 어쩌다 까다로운 연애 상대를 만나 평화를 깨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술자리에서 언제 빠질지 옆사람 눈치를 살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러므로 이 책은 나와 당신의 연애사(戀愛史)이며 주사(酒邪)이다.
뾰족뾰족한 문장 대신 동글동글한 문장, 촌스러운 신파 대신 귀여움이 묻어나는 그의 문장을 읽어보자.


연애와 술이 만나면

연애가 언제나 핑크빛 일색일 수는 없다.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한테 보내버린 ‘뭐해?’라는 문자.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이 헛나와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기억. 우리 모두에겐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게 만드는 흑역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쪽팔림과 자기 환멸이 교차하는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런 기억들을 소환하는데 ‘연애’와 ‘술’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됐어, 그만 마셔.”
“왜?”
“너 방금 술 버렸잖아.”
이럴수가! 사실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건배한 소주잔을 테이블 밑에 버렸음을 깨달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회식 자리도 아니고, 힘든 일 겪는 애인과 마시다가 술을 버리다니 이게 무슨 한심한 짓이란 말인가. _본문 중에서


나는 잘 알고 있다.
너의 외로움도 내 외로움처럼 이름이 없다는 것을


초등학교 3학년 때 좋아했던 친구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려고 색종이를 오리고, 얼마 전 끝난 연애의 흔적이 밴 집에 머물고 싶지 않아 양재꽃시장에 가고, 시트콤 〈프렌즈〉를 보면서 애인에게 팔베개 해줄 때의 요령을 배우는 저자. 이 사랑스러운 남자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분명 문장들은 동글동글하고, 늘어놓는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귀여운데,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후벼파는 이 짠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신파는 확실히 아니다. 슬픔이라기엔 달콤하고, 애틋하다고 하기엔 쿨하다. 그것은 어쩌면 훨씬 근원적인 것 같다. 너무 복잡하고 깊은 곳에 있어서 완벽하게 설명하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다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렴풋이 오버랩되는 내 옛 애인과 친구의 얼굴, 그리고 나 자신을 구경하면서 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데 형, 그저 그런 사람이랑 만나서 밥 먹고 집에 오면 허무하지 않아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허무하지 않아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나와 딱 맞는 사람이 얼마나 없는지 잘 아니까. 데이팅 앱으로 만나지 않으면 서로를 찾기 힘든 우리 같은 사람들 은 그냥 지나가는 만남들을 지겨워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나중에 다 만나게 될 거거든요. 지인의 지인으로든, 광장에서든, 시간이 흘러 사이버 노인정 같은 공간 에서든.......” _본문 중에서


■ ‘말들의 흐름’

열 권의 책으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입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앞사람의 두번째 낱말을 이어받은 뒤, 또 다른 낱말을 새로 제시합니다. 하나의 낱말을 두 작가가 공유할 때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쓰여지지 않은 문학으로서 책과 책 사이에 존재하며, 오직 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재합니다.

1. 커피와 담배 / 정은
2. 담배와 영화 / 금정연
3. 영화와 시 / 정지돈
4. 시와 산책 / 한정원
5. 산책과 연애 / 유진목
6. 연애와 술 / 김괜저
7. 술과 농담 / 이장욱, 이주란, 김나영, 조해진, 한유주
8. 농담과 그림자 / 김민영
9. 그림자와 새벽 / 윤경희
10. 새벽과 음악 / 이제니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8.5

혜택 및 유의사항?
연애와 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목*화 | 2020.12.2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연애와 술    『시간의 흐름』 시리즈 책들의 소재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나를 처음 매료시킨 작품은 한정원 작가의 『산책과 시』였다. 차분하지만 가슴이 뛰는 경험을 얼마 만에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읽은 책이 김괜저 작가의 『연애와 술』이다. 연애와 술도 내가 좋아하는 삶이다. 나도 내가 연애를 잘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술도 잘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리뷰제목

연애와 술    


『시간의 흐름』 시리즈 책들의 소재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나를 처음 매료시킨 작품은 한정원 작가의 『산책과 시』였다. 차분하지만 가슴이 뛰는 경험을 얼마 만에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읽은 책이 김괜저 작가의 『연애와 술』이다. 연애와 술도 내가 좋아하는 삶이다. 나도 내가 연애를 잘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술도 잘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술은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으면서 술을 좋아한다기보다 잘 마시고 싶어 했던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빈 잔을 봐야만 술집에서 일어서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는 순간에도 잔을 비우고 나와야 두 다리 뻗고 잠이 든다.      


<나는 술을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잔을 끝까지 비우는 데 아무런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나의 술친구들은 알고 있다.> p22

   

<술을 마실 때 나의 관심사는 술을 즐겁지만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지만 재수 없지 않게, 주변에 좋은 기운을 주면서도 남의 시선에 목매지 않는 사람으로 잘 마시는 데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빨리 마셔서도, 느리게 마셔서도 안 되고, 너무 나대도, 너무 고독해서도 안 되며, 결정적으로 너무 취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 나는 세상에서 술을 가장 적절히 잘 마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않을까? 술을 딱 좋게, 적당히 마시는 것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     


와우~~  술을 마시기만 했지 볼 줄 몰랐구나. 좀 멋져 보인다. 

그렇다면 연애는? 저 술을 대하는 자세로 연애를 한다면 끝내주게 잘할 것 같지만 나는 기혼녀이다. 그럼 연애는 뭐지? 꼭 남녀가 하는 건가? 그래서 Daum 백과를 찾아봤다. 본 뜻과 바뀐 뜻이 있었다. 본 뜻은 연(戀)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그리워하는 것. 연정이 상호교감하여 애정으로 자라는데 애(愛)는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친밀한 감정이다. 바뀐 뜻은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사랑을 말하며 결혼을 약속하기 직전까지만 연애라 하고 결혼을 약속하면 연애한다고 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란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본 뜻의 넓은 마음이 왜 이렇게 협소하고 쪼잔하게 바뀐 거지? 우리의 생각은 언어 안에 갇히고 만다. 서로 마음이 오가면 연애지? 결혼하기 전까지만 연애라고 하는 것이라니....., 오호통재라.    


  나는 그가 퀴어라는 정보를 모르고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 아이는 동성애자였구나. 동성애자라는 편견에 가려 그의 연애는 매우 조심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이성애자와 다르지도 않다. 서로 엇나가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게도 하고 심장이 쿵 내려앉기도 했다가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처럼 갈라서기도 하는 것이 연애였다. 서로 마음이 오고 가는 일은 감정 소모가 많지만 매혹적인 일임에는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는 잘 알고 있다. 너의 외로움도 내 외로움처럼 이름이 없다는 것을, 연애를 못 해서인지, 친구가 필요해서인지, 권리가 침해당해서인지, 존재가 지워져서인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외로움. 그런 외로움은 몰아낼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만 아는 적당한 이름을 붙여주고, 가까이에서 길들일 일이라는 것을.>  p199    

<연애 역시 잘해야 하는 것들의 연속이다. 첫 만남을 어디서 할지부터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처음에 차, 밥, 술 중 뭘 먹으며 만날지에 따라 관계의 포물선이 완전히 다르게 그려질 수도 있다. 관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골라야 한다. 큰 나무를 작은 화분에 심으면 죽는 것처럼, 첫눈에 열정이 불타는 사람들이 카페에서 차 한 잔만 했다면 연애는 시작되지 않는다. 반대로 서로에게 돋보기를 겨누고 알아가야 할 사람들이 클럽에서 만났다면 그 역시 잘못이다.> p63    


  이 정도면 그가 술 못지않게 연애도 잘하는 사람 같다. 술과 연애는 매우 닮은 부분이 많아 정신줄을 놓게 되면 사고가 난다. 적어도 김괜저는 정신줄 놓을 사람이 아닌 것으로, 그저 세상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냐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것’ 그래, 이젠 술 한 잔 같이 마셔줘도 되지 않을까? 어깨춤 그만 추고 같이 ‘건배’합시다.    


  이 책에도 플라톤 ‘향연’의 한 대목이 나온다. 제우스가 신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인간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번개로 쪼개 놓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의 희극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가 처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신화 속 옛날 사람들은 둥글었다고 한다. 머리는 하나였으나 얼굴은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었고 손도 발도 모두 4개였다고 한다. 둥근 몸과 4개의 손발을 가진 인간의 힘은 신을 위협할 만큼 컸고, 위협을 느낀 제우스는 그들을 반쪽으로 쪼개 약골로 만들기로 한다. 그들을 두 쪽으로 나누고 의술의 신인 아폴론에게 치유하도록 한다. 그렇게 갈라진 인간들은 서로의 반쪽을 찾아 헤맨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양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성이었던 반쪽들은 서로의 이성을 찾아 헤매지만, 온전히 남성이었던 이들은 자신의 반쪽인 남성, 온전한 여성이었던 이들은 자신의 반쪽인 여성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신화는 허술한 인간에게 완벽한 것을 보여 준다.

  이 이야기를 인용해 나는 나의 동성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썼다. 그 글을 읽은 이들은 나의 성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이 산책을 하면서 이슈가 되었던 양성평등법 조레(안)에 대해 비판했다. 내 글을 읽었던 그는 말끝에 나의 의견을 물었다. 나는 그 폭력적 대화에 침묵했다.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기회가 된다면 계속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를 하겠다. 누군가의 어깨가 탈골될 때까지 춤만 추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의 어머니는 말한다. “그 걸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는 하지 마.”    

  

  그가 연애 얘기도 꽤 했는데 나는 연예보다 술 이야기가 더 많이 기억되었다. 연애보다는 술! 나는 거기서 자유를 느끼는 듯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술은 자유롭고 연애는 억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의 연애를 억압했는가? 그건 Daum 백과사전의 바뀐 뜻이 아니었을까? 결혼을 약속하면 ‘연’은 빼고 ‘애’만 남는다니.....  ‘연’ 없는 ‘애’가 다 무엇이람? 이런 날은 연사가 되고 싶다. “기혼자에게도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허(許)하시오!”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둔 이 21세기 좁은 운동장에 돌멩이를 던지고 싶다.     

 

  김괜저의 글은 잔잔하고 비유와 상징과 은유가 있다. 눙치고 가는 맛이 있다. 좋은 사유들이 있다. 오랜만에 새벽 2시간을 할애하는 서평을 쓰게 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구매 결혼 이후 아내는 여간해서는 더이상 술에 입을 대지 않는다... 김괜저, 연애와 술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20.11.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내와는 대학 때 캠퍼스 커플이었다. 요즘도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복학하고 아내가 이학년일 때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었는데, 연애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문학회 선후배로 엮여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내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술이 세지도 않았지만 연애를 하면서 나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술을 마셨(을 것이)다. 둘이 마시기도 했고 다;
리뷰제목

  아내와는 대학 때 캠퍼스 커플이었다. 요즘도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복학하고 아내가 이학년일 때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었는데, 연애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문학회 선후배로 엮여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내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술이 세지도 않았지만 연애를 하면서 나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술을 마셨(을 것이)다. 둘이 마시기도 했고 다른 이들을 포함하여 마시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술을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잔을 끝까지 비우는 데 아무런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나의 술친구들은 알고 있다. 술을 따르지도 않고 그냥 병째 놓고 굴비처럼 보기만 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한다... 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덜 마시게 되고, 사놓고 안 마시면 안 마실수록 술이 좋아진다. 이건 나의 오래된 술 좋아하는 방식이다.” (p.22)


  당시 나의 시간은 술을 마시지 않는 시간과 술을 마시는 시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잘(?) 균형이 잡혀 있었다. 술을 마시는 시간 쪽으로 확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후배인 아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가 학교를 바꾼 다음에는 그쪽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일시적으로 술을 마시는 시간이 확 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년제 문학창작과였다.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평생, ’잘하지는 못하는데 할 줄은 알아요‘ 같은 식으로 설명해왔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걸 좋아합니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인쇄물 편집을 하고 로고를 만들기도 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니지만 운 좋게 사진 일을 할 기회가 있네요.

  잘하지도 못하는데 꼼수로 이렇게 하고 있다는 자책. 끝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을 시시덕거리며 하고 있다는 죄책감. 진지하게 재대로 하고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곧잘‘ 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것들의 목록은 점점 길어졌다.” (p.61)


  술을 마시지 않는 시간과 술을 마시는 시간으로 나눌 때 균형이 잡혀 있다는 것이지 만약 술기운이 사라진 시간과 술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으로 나눈다면 후자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시절이었다고 실토해야겠다. 나는 언제나 완전히 깨기 전에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금주의 시간이 있은 다음에 술을 마시면 술이 내 몸의 내부 어디쯤을 흘러가고 있는지 세심하게 느낄 수 있었다.


  『10년 전, 소설 쓰기를 배울 때 나는 코엔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글을 계속 쓰라고 하는 건가요? 세상에는 잘 쓴 글이 이미 너무 많아서 의욕이 안 나요.”

  코엔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매일 아침에 점심 샌드위치 도시락을 쌉니다. 이 샌드위치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가 아닌데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샌드위치를 싸느니 자살을 하는 편이 낫겠죠.”』 (p.64)


  그렇게 결혼하기 전 팔년 여의 연애 기간 동안 아내는 내 술자리에 동행하는 수고를 감내했다. 홍대 앞과 신촌을 거쳐 남산 아래에서 주로 마셨지만 후에는 강남에서도 신천에서도 자주 마셨다. 그런가하면 남해금산 근처 어느 해수욕장의 텐트 안에서도 마셨고, 새벽에 내린 동해역 앞의 허름한 식당에서도 마셨고, 부산의 온천장에서 일하던 후배의 빌라에서도 마셨다.


  “우리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장면에 웃을 때 나는 살 것 같다. 네가 내 얘기를 듣고 웃음을 터뜨릴 때 나는 살 것 같다. 이제는 세상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네가 날 보고 웃으면 그걸로 나는 살 것 같다. 그런데 네가 나를 보고 웃지 않으면 아마도 나는 죽을 것 같다.” (p.152)


  아내는 결혼 초 혼술을 하는 내게 번데기를 찌개처럼 끓여주었고, 밥상에 자신의 술잔을 올려놓기도 했지만 내가 몇 잔 하는 사이 꾸벅꾸벅 졸다가 스르르 자러갔다. 연애의 기간과 결혼의 기간을 합치면 삼십 년이 되어간다. 이제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밤에 술을 마시고, 아내는 렌지에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닭똥집을 매주 금요일 한 개 구매한다. 다른 건 대량으로 구매하는데, 그것만은 딱 하나씩만 구매한다. 결혼을 한 이후로 아내는 여간해서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김괜저 / 연애와 술 / 시간의흐름 / 218쪽 / 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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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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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말들의 흐름 시리즈는 항상 기대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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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 2023.08.02
평점5점
연애를 하면 술을 마시던 시절이 있었지. 요즘도 연애를 하면 술을 마시나? 너를 마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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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재 |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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