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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 좀벌레부터 범고래까지 우리가 몰랐던 야생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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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7쪽 | 428g | 140*210*30mm
ISBN13 9788972979777
ISBN10 8972979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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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들은 약았기 때문에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한번은 둥지를 만들다가 한두 번 실패한 바다거북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아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녀석은 나의 도움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함께 둥지를 만들었다. 반대의 상황도 벌어졌는데, 의심 많은 사람이나 동물이 그렇듯이 어떤 거북이든 내가 옆에 있는 걸 불편해했고, 혼자 있고 싶다는 표시를 분명히 했다. 비록 그 몸 뒤에 숨어서 어두울 때도 전혀 건드리지 않으며 최대한 조심했지만, 녀석은 머리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침입자, 나는 네 도움이 필요 없어, 여기서 나가줘”라고 하는 듯한 무서운 표정을 지은 후, 땅 파는 걸 멈췄다. 그리고 나와 멀리 떨어진 새로운 곳으로 기어가서 그 일을 다시 시작했다.
--- p.193

나는 얼굴을 가리거나 도망쳐 나가고 싶은 미칠 듯한 욕구를 억누르면서 엄청난 용기와 맹목적인 순종으로 두 개의 침이 조금씩 얼굴과 목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느낌을 참아냈다. 아주 길게 느껴진 몇 초 동안 꼼짝도 안 하고 서 있었고, 그녀로부터 휴지 조각을 건네받아 살짝 닦기만 했다. “오스카르, 드디어 해냈어요! 이제 시험을 통과했으니까, 다시는 침을 뱉지 않을 거예요.” 지나는 너무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이다! 적어도 여덟 마리 중 페기를 뺀 일곱 마리는 더 이상 뱉지 않았지만, 페기는 아름다운 꽃처럼 미동도 없이 순진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 갈색 눈은 늘 내게 “가까이 오기만 해봐, 침을 뱉어버릴 테니까”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또다시 침을 뱉었다.
--- p.210

그때 내 소원은, 만약 죽는다면 상어의 밥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바다거북과 고래를 만난 후에는 원하는 죽음이 바뀌었다. 지금은 큰 혹등고래가 멋진 점프를 한 후 나에게 떨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운명의 장난으로 그렇게 원하던 상어는 날 공격하지 않았고, 내 팔을 문 건 상어가 아니라 바다거북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몇 미터 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큰 고래가 나에게 떨어지려 할 때 달아났다.
--- p.253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다거북의 둥지를 찾는 데 사용하는 막대기로 죽은 새가 물에 떨어지는 것처럼 물을 때렸다. 그러자 멀리 있던 악어가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악어를 끌어들인 나의 능력에 모두가 감탄했다. 그때 악어와의 거리가 60미터 정도였기 때문에, 악어가 오기 전에 충분히 도망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나는 다시 물을 쳐다보며 일어날 준비를 하느라 사람들의 놀란 얼굴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에서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녀석의 거대한 머리가 나타났다.
--- p.255

너무 큰 가로등들 때문에 몸에서 나오는 빛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고, 그 결과 서로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가로등 빛이 이 땅을 점령하고 있다. 독일 하멜른의 전설에서 피리 부는 사람을 뒤따르듯이 모든 곤충이 자기도 모르게 그 빛을 따라간다. 영국의 동물학자 줄스 하워에 따르면 수컷 반딧불이는 동료들의 불빛보다 인공조명에 더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거대하고 밝고 따뜻한 가로등 빛 앞에서 구애하느라 힘을 다 써버린다. 곤충 앞에서 구애할 때보다 인공조명 앞에서 더 많이 진동하기 때문이다.
--- p.278

결국 내가 뿌린 씨앗들은 수백 마리의 개미를 집결시켰고, 이내 그 주위에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 나는 생물학자의 마음으로 도저히 그들을 해칠 수가 없었고, 일하는 동안 그들이 씨를 훔쳐가는 모습을 보고도 웃으며 못 본 체했다. 물론 내가 씨앗을 낭비한다는 걸 주택단지 대표가 모른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내게 뭔가 말할 정도로 나와 친하지 않았고, 인간과 개미의 분쟁에 관한 세부 사항을 알려준 사람은 이곳에서 일하는 수위였다. 올봄 ‘신기하게도’ 씨앗이 발아하지 않은 부분에는 다시 씨앗을 심기로 했다. 싹이 트지 않은 건 아마 그 땅에 잔디 씨앗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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